한라산연구소, 노루생태의 종합적인 학술연구 발표

한라산연구소(소장 이광춘)는 21일 한라산 노루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997년부터 노루의 형태적 특징, 번식행동, 행동패턴 등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이루어진 학술적 연구 성과라는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 한라산에 서식하는 노루는 새끼의 출산시기와 뿔의 표피가 벗겨지는 시기는 외국의 유사 종과 차이가 없었으나 외형적인 크기와 콧등의 채색이 외국의 유사 종과 달랐으며, 또한 발정시기와 뿔이 떨어지는 시기도 달라 제주노루의 독특한 특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라산에 서식하는 노루는 다른 나라 노루와는 달리 우리나라 고유의 특색을 갖고 있는 ‘고유 토착종’으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한라산 노루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 목장지역이었던 곳이 경작지로 변화함으로써 서식공간이 좁아졌고, 경작지 주변에 서식하는 노루는 농작물 피해 방지용 그물망과 농약살포 등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도로횡단에 따른 차량충돌 사고 증가와 밀렵도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앞으로 보호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으로 한라산연구소에서는 노루밀도조사 등을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제주도내 노루의 적정서식밀도를 제시하는 등의 보다 효율적인 보호관리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하는 주요 조사결과]

○ 노루의 몸길이, 어깨높이, 체중 등은 암노루에 비해 숫노루의 크기가 컸다. 노루의 두개골의 크기는 수컷이 평균 197.9mm, 암컷 189.3mm이며, 코뼈의 길이는 수컷이 66.7mm이고 암컷이 64.7mm이며, 하악골은 수컷이 156.1mm, 암컷 151.3mm로 외형적으로 서부 시베리아의 시베리아노루와 동부시베리아의 시베리아노루와는 차이가 있었다.

○ 한라산에 서식하는 노루(Capreolus pygargus tianschanicus)의 서열은 선상구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나이가 많고 뿔의 크기가 클수록 서열이 높았다. 또한 서열이 높을수록 탈각시기도 빠르게 나타났으며, 서열이 가장 높은 수컷이 대부분의 암컷을 차지하여 짝짓기 성공률이 높았다. 수컷노루의 발정기간은 8월 27일부터 11월 초순까지였으며 짝짓기 시기는 9월 7일부터 10월 29일까지였다. 벨벳이 벗겨지는 시기는 3월 15일부터 4월 14일까지였으며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시기가 늦어졌다. 뿔은 대부분 12월에 떨어졌다.

○ 노루의 일일 행동패턴은 활동과 휴식을 반복하는 유형이었으나 활동하는 시간보다 휴식하는 비율이 더 높았으며, 일출과 일몰 전후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활동비율이 높은 시기는 수컷은 영역을 확보하는 시기와 발정시기에, 암컷은 새끼를 낳고 기르는 시기인 6~7월에 활동비율이 높았다.

○ 노루의 경계행동은 자극의 종류와 거리에 따라 달라졌다. 노루의 경계시간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소리만 들려주었을 때 가장 길었다. 도주거리는 소리와 움직이는 모습으로 자극할 때 가장 길었으며, 경계음은 소리와 모습, 소리와 움직이는 모습을 동시에 자극하였을 때 노루와의 거리가 길수록 경계음 횟수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해발 1,400m 이상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는 등산객의 모습과 소리에 적응되어 전혀 경계심이 없었으나 등산이 통제된 지역에서는 소리만으로도 경계, 도주와 경계음 횟수가 많아져 경계행동은 서식환경의 조건과 인간의 방해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 노루는 낮 동안에 숲속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으나 오후 2시 이후부터는 숲속에서 초지로 나오기 시작하여 해질 무렵이 되면 대부분 노루들이 숲속에서 나와 야외에서 생활하였다.

○ 노루의 잠자리 크기는 평균 57.6×44.4cm 이였으며, 잠자리와 나무와의 거리는 겨울철에 0.8m, 여름철 1.6m로 나무 가까이에 잠자리를 선택하고 있었다. 나무의 흉고직경은 15.4~16.1cm이였으며 49.2~55.9%의 수관밀도를 선호하였다. 잠자리의 위치와 먹이 서식지와의 거리는 겨울철에는 평균 62.9m, 여름철에는 평균 79.9m로 겨울철에 비해 20~30m 더 깊숙한 곳에 잠자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면별로는 동쪽사면과 남쪽 사면을 이용하는 경향이 많았다.

○ 노루의 밀도는 조사기간 동안에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해발 1,600m 이상 지역이었으며, 임상별로는 고산 관목림대가 가장 높았으나 낙엽활엽수림대가 가장 낮았다. 이러한 노루의 밀도 변화는 먹이의 질, 은신처, 물과 인위적인 간섭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서식밀도가 달랐다. 또한 들개의 출현, 제주조릿대의 확산과 적설량도 노루 분포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 집단의 크기는 12월부터 3월까지는 5.6마리 이상이었으며 3월에 평균 7.2개체로 가장 큰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4월과 5월에 관찰된 전체 집단의 73%가 1개체에서 3개체로 구성된 집단이었으며 6월부터 9월까지 집단의 크기가 대부분 1~2개체로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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