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순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 첫 번째 책 '은퇴 해녀의 불면증' 발간

제주 굿과 제주 사람에 푹 빠진 연구자가 공들여 펴낸 해녀 인터뷰집이 나왔다. 문봉순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의 첫 번째 책 ‘은퇴 해녀의 불면증’(한그루)이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넘게 제주에 뿌리를 내리면서 만난 제주해녀 삼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도 해녀 11명, 동쪽 마을 해녀 8명을 인터뷰했다. 출판사는 “해녀가 된 과정과 물질 작업, 출가 물질 등을 통해 해녀로서의 일생을 들려주고, 그 삶으로 이룬 것과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한다”면서 “해녀 공동체의 신앙도 살펴본다”고 소개한다.

제주해녀들은 바다라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앞에서 풍요와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가족의 건강과 자식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2월의 영등신에게는 영등굿으로, 바다의 용왕님께는 요왕맞이를 통해 기원한다. 또한 바다에서 죽은 고혼들도 잊어버리지 않고 지를 싸서 위로해준다. 정월이 되면 문전제를 통해 집안의 조왕신을 포함한 가신들을 위하고, 본향당 제일에는 당에 가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해녀들의 일상은 이처럼 신앙과 연결되어 하나의 축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은퇴 해녀의 불면증’ 가운데 (115쪽)


바다밭 인터뷰는 온평리 해녀분 4~5분을 모시고 진행했다. 처음에는 여의 이름이나 지명만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몸으로 기억하는 지식을 말로 정리해서 설명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2020년 송명자 해녀가 찍은 영상과 최근 7년 사이에 박정근 작가가 촬영한 영상을 함께 보면서 인터뷰를 다시 진행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해녀분들이 쏟아내는 많은 감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사이 변해 버린 바다에 대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고, 한창때 물건을 많이 잡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벗들과 함께했던 즐거움과 삶의 고달픔까지 복잡한 감정들과 함께 온평리 바다밭의 모양새와 많이 나는 물건들이 드러났다. 

- ‘은퇴 해녀의 불면증’ 가운데 (229쪽)

마당발로 소문난 저자의 친화력은 해녀들의 진심을 이끌어내고, 굿을 비롯한 전통 문화 연구자로서의 능력은 해녀 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출판사는 “이 책은 저자가 굿청에서 우연히 만난 은퇴 해녀처럼, 온 생을 바다에 뛰어들어 가족에게 바쳤던 해녀할망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 그 사연을 묻고 듣고 기록한 책”이라며 “각각의 개인사를 말하지만 그 이야기는 근대 제주의 모습과 마을의 원풍경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고, 마침내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책에는 제주해녀이기에 겪어야 했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기쁨도 슬픔도 같이 나누며 물숨의 세월을 건너온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늙어버린 바다를 보며 한숨을 짓는다. 저자는 존경과 애정을 담아 이 책을 불면증의 처방전으로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작업은 박정근 작가가 담당했다.

문봉순은 경남 진주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다가 굿 공부를 하겠다고 제주도로 왔다. 다만 “정작 공부는 않고 사람들과 잘 노는 궁리”를 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신당과 제주굿, 무형문화재를 주제로 전시, 축제, 강좌 등을 진행했고, 요즘은 제주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 듣는 일을 제일 큰 재미로 삼고 있다. 

“어머니, 할머니, 동네 삼춘까지 모두가 연결된 여성들의 연대와 그 연대 안에서 전달되는 삶의 지혜와 생존기술을 발견하는 것. 오늘의 자파리이자 숙제”라는 포부를 가지고 제주에서 살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2006-2013),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연구실장(2009-2016), 제주문화예술재단 무형문화유산팀 팀장(2017-2018)을 거쳐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2019-현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신당조사-제주시·서귀포시편’(2008-2009)와 ‘제주해녀문화총서’ 발간 사업(2019, 2021)의 연구원으로 참여했으며, 논문으로 ‘제주심방의 입무의례 연구’(경상대학교 석사논문, 2005)가 있다. 

사진 작가 박정근은 아직도 제주가 어렵지만, 10년 가까이 살면서 제주를 바라보고 있다. 개인전으로 ▲엿가락과 담배연기(서이갤러리, 2021) ▲입도조(KT&G 상상마당, 2019) 등을 열었다. 이 밖에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고 참여했다. 

▲제주 현대미술관 레지던시(2019-2020) ▲Arts Tasmania Residency(호바트, 호주, 2018)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아 레지던시(2018)에 참여했다. 2017년 10th KT&G SKOPF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272쪽, 한그루,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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