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균 첫 시집 ‘한라산에 기대어’ 발간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고희’ 70세 어르신이 첫 시집을 펴냈다. 산업화를 온몸으로 겪고 나서, 이제야 본인만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영균의 시집 ‘한라산에 기대어’(도서출판 각)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면서 나름 입지를 지닌 기업인으로 성장한 저자는 60세 나이에 제주행을 선택했다. 중산간에 거처를 잡고 살면서 지난 삶을 반추하고, 생활 속 감성들을 시편으로 써 내려갔다. 그렇게 70세가 됐을 때 펴낸 책이 바로 ‘한라산에 기대어’이다.

출판사는 “저자는 가발공장, 눈썹공장, 탄광막장을 거쳐 유신독재의 시대 군 복무를 마치고, 중공업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전자 소재 산업의 현장에 뛰어들어 모험과 도전과 응전의 시기를 거쳤다. 마침내 반도체 소재 개발의 성공을 통해 부를 일구었다. 그야말로 그의 인생사 자체가 한국 산업화의 역사이기도 하며, 반도체 산업의 산증인”이라며 “폭풍 같은 삶의 여정을 끝내고 이제 한라산 자락에 앉아 강산이 한번쯤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지낸 제주의 자연에 귀의한(?) 한 사내의 고백록 같은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바람소리 거세어진다
이영균

태풍 속에 시를 쓴다
바람과 빗물 마음속 깊은 뜨란 휘젓고 노닌다
바람소리 거세어진다
상념 깊어지고 술병 비어간다
나는 언제쯤 이 얇디얇은 속마음 비워내고
저 바람 저 빗소리 닮아갈까

금년 여름 모질고 힘든 더위 다 이겨내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앞에 앉아
이 저녁 기분 좋게 한 잔 하고 있다마는
아무튼 무탈하게 내일이 밝았으면 좋겠네

소주병 점점 비워가고 처마 밑에 빗물이
바람 타고 뚝뚝 내 술잔에 떨어진다
바람소리 거세어진다

발문을 쓴 김수열 시인은 “그의 시편들은 온통 제주의 이야기고 한라산의 이야기다. 동어반복이 되는 것 같아 지루할 법도 한데 읽다보면 또 그게 아니다. 그만의 묘한 매력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게 된다”면서 “시의 언어가 화려하지도 않고 돋보이지도 않는다. 수수하고 담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그의 시편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는, 섬사람들이 그저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나무 혹은 숲을 통해서 바람을 보고, 바람의 끝을 가늠하면서 미래를 예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웅숭깊음이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고 소개했다.

시집 속 사진들은 저자의 막내 아들 이도헌 씨가 촬영했다.

이영균은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 경영학사, 부산대 행정학 석사를 마치고 해태중공업 기획실장, SODIFF 창업·경영 등의 이력을 가지고 살아왔다.

232쪽, 도서출판 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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