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자연생명체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 필요하다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20대 대통령 선거가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 선거전에 들어갔다. 국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대통령 선거인 만큼 국민들은 그 어떤 선거보다 많은 관심과 투표 참여로 대통령을 뽑아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군사독재 시절에는 체육관 선거라 하는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기도 했다. 

그러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인 1987년 6월 항쟁 승리와 함께 대통령 직선제를 다시 찾았다. 그때 헌법 개정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통령 5년 단임제다. 1987년 이후 5년마다 7번 선거를 치르며 대통령을 뽑아 나라 살림을 맡겨 왔다.

요즘은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5년은 엄청난 사회변화를 의미한다. 선거는 변화를 기본으로 한다. 비록 선거 승패에 따라 변화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는 했으나 대통령 선거는 그 시기마다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에 대전환을 불러왔다.

군사독재 시절 민주주의 쟁취를 비롯해 외환위기 극복, 촛불항쟁 등 지난 대통령 선거마다 사회변화를 가르는 굵직한 소명들이 있다. 

지금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도 지난 선거 못지않은 많은 과제를 안고 치러지고 있다. 또 선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야 하는 절박함도 함께 안고 있다.

코로나19는 직접적이고 가장 현실적 과제다. 코로나19로 더 깊어진 양극화, 일자리 부족도 이번 선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있어 우리가 가볍게 볼 수 없는 중요한 현안은 환경 문제다. 환경 문제는 인류 생존을 결정하는 문제이자 시급한 과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는 단순히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바람을 벗어나 가장 직접적이며 현실적으로 인류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금은 기후위기로 지구는 인간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티핑포인트로 향하고 있다. 인간을 위해서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많은 동물을 위해서도 자연생명체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지구 내 비극적 환경위기를 막기 위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책들이 논의됐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제로 탄소 줄이기가 있으며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5% 감축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자고 의견을 모았다.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채택하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탈탄소 투자에 관한 선언과 함께 정부나 민간기업이 함께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로부터 지역 공동체와 생태 서식지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현재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보면 여전히 탈탄소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는 보이지 않고 경제발전과 개발 시대에 머무는 듯 있다. 성장과 개발 정책이 여전히 난무하고 환경 문제는 여러 정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토론회에서도 환경 관련 주제들이 깊이가 없다.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은 유력 대선주자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제주도 관련 정책도 다르지 않다. 제주도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환경위험에 놓여 있는데도 대선판에 편승해 이미 도민들이 여론조사에서 반대로 의견을 모든 제2공항을 강행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항만 건설이나 나아가 전남과 제주를 잇는 해저터널 얘기까지 제주는 여전히 개발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세계는 지금까지 겪지 못한 생존 위험에 직면했다. 여기저기서 반성과 성찰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늘 그렇듯 거기까지에서 멈추고 말았다.

코로나19 유행 후 3년째를 보내면서 이제는 익숙한 듯, 망각한 듯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여야가 과거로 가는 싸움으로 답답함만 주는 대선 상황 속에서도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입법토론회가 관심을 모았다.

제주지역 국회의원들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주최한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생태법인 입법 정책토론회가 열려 돌고래 보호를 위한 생태법인 도입 필요성을 두고 얘기들이 오갔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는 국제적 보호종이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제주에서는 1000마리 넘게 발견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120여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아 멸종위기에 놓였다.

제주남방큰돌고래가 멸종위기에 놓인 것은 인간이 가장 큰 원인이다. 풍력발전을 비롯한 개발사업이 서식지를 줄이고 있으며 어업과 해상관광도 큰 위험을 주고 있다. 제주에서 발견되는 남방큰돌고래 가운데 그물에 걸려 몸이 굽거나 유람선 스크루에 몸 일부가 잘려나간 개체들도 있다.

모두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으며 멸종위기까지 몰린 것이다.

돌고래 보호를 위해 생태법인 도입은 인간을 위해서 돌고래를 보호하자는 인간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돌고래도 생명권을 갖는 존재로 인정하자는데서 출발한다. 생명체인 돌고래도 생명을 보존하고 누릴 권리가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그 생태법인이 그 후견인이자 대리인으로 스스로를 보존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동물들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주장은 낯설고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법 제정까지는 많은 논쟁과 어려움이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비인간 생명체들도 인간과 같이 생명에 대한 가치가 있으며 스스로 보호할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 전환은 뜻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개발사업 과정에서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보면 야생생물 보호 방안은 철저하게 인간 중심이다. 스스로 서식지를 지킬 수 없는 야생동물들은 그냥 개발사업에서 서식지가 파괴되고 생명을 잃는 일이 당연시됐다. 보호 방안이라고는 식물은 옮겨 심으면 되고 동물은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거나 자연스레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면 된다는 수준이다.

생태법인은 야생생물도 인간과 다르지 않은 생명체이며 스스로 생명을 지키고 누릴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개발을 비롯해 다양한 인간 활동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야생생물 죽어갈 때 야생생물도 생태법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법적 대리인 삼아 생명권을 지킬 수 있다. 

산업주의 시대 자연 앞에 인간은 작은 존재였으며 자연과 싸워 이기는 것을 용기이자 미덕으로 받아들였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br>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하지만 지금은 기후위기로 지구는 인간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티핑포인트로 향하고 있다.

인간을 위해서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많은 동물을 위해서도 자연생명체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대선후보나 정당들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정책을 내놓고 지금처럼 열심히 싸운다면 기꺼이 희망을 갖고 투표할 수 있겠다. / 김효철 객원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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