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06) trivial 하찮은

triv·i·al [tríviǝl] ɑ. 하찮은
흔허고 호끄만한 것들에 감사헐 줄 알아사
(흔하고 하찮은 것들에 감사할 줄 알아야)

trivial은 tri- "셋(=three)"과 via "길(=road)"의 결합이다. 이 tri-에서 나온 낱말로는 trio “삼인조”, triangle “삼각형” 등이 있으며, via에서 나온 낱말로는 via “--을 경유하여”, deviate “빗나가다” 등이 있다. trivial의 어원적 의미(etymological meaning)는 열린 공간(open place)으로서의 “세 갈래 길”이다. 현재의 trivial은 “사람들이 오가는 삼거리(three-way crossroads)에만 나가도 볼 수 있는 것”이란 의미에 근거하여 “흔한/하찮은/평범한”이란 뜻을 갖게 되었다.  

1983년 오늘 2월 25일에는 수도권(capital area) 아침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기는 민방위(civil defense) 본부입니다. 지금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공습경보(air-raid siren)를 발령합니다. 지금 북한기들이 인천을 포격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real situation)입니다.” 민방위 날도 아닌 오전에 급박한 목소리(urgent voice)로 전해오는 경보에 온 국민은 혼란에 빠진다(be in a state of confusion). 6.25 때나 들을 법한 ‘공습’이란 단어는 전쟁세대에게는 아물지 않은 상처(an open sore)가 덧나는 기분이었을 것이고, 전후세대에게는 전쟁의 공포(fear of war)가 무엇인지를 잠시나마(just for a moment)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공포의 5분은 그렇듯 긴 여운(a long lingering feeling)을 남기면서 잠잠해졌다.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화면 캡쳐.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화면 캡쳐.

그날 아침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람은 조선인민군 1비행사단 책임비행사였던 이웅평 상위(대한민국 공군 대위에 해당)였다. 이웅평 대위는 로켓 사격훈련(firing exercise)을 위해 평안남도 개천 비행장을 이륙한 미그 19기 편대(flight formation) 중 한 대에 탑승해 비행에 나선다. 그러던 중 갑자기 편대를 이탈해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고(turn to the south) 추격하는 북한기를 따돌리고 레이더망을 피해 고도(altitude) 100m 전속력으로(at full speed) 남하를 시작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을 넘으면서 우리 공군 전투기(air force fighter)들이 요격에 나서자 그는 미그 19기 날개를 흔들어 귀순의사(willing to defect)를 밝히면서 수원비행장에 착륙한다. 목숨을 걸고 사선(life-or-death crisis)을 넘었던 그날의 탈출극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그 후 국민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던 것은 이웅평 대위의 귀순 동기(defection motivation)였다. 어느 날엔가 그는 동해안으로 떠밀려온 삼양라면 봉지(plastic bag)를 줍게 됐는데 그곳에 적힌 ‘판매나 유통과정(sales and distribution process)에서 변질(deterioration), 훼손(damage)된 제품은 판매점이나 본사 대리점에서 교환해 드립니다’라는 글귀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deeply shocked) 토로하였다. 그 평범한 글을 통해 작은 물건 하나에도 국민을 생각하는 남한(South Korea)을 그리게 됐고, 또 그게 남쪽으로 기수를 돌리게 된 계기(reason)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에겐 웃고 넘길만한 이야기(just something to laugh about)일 수도 있지만, 그는 그 작은 봉지의 글귀를 통해 ‘자유(liberty)’가 무엇인가를 느꼈고 그 자유를 찾아 필사적(desperate) 탈출을 감행하였던 것이다(carry out an escape).

지금 우리는 그가 느꼈던 ‘자유’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고 하찮은 잡초(weeds) 같은 것으로 여길 때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잡초도 ‘자유‘란 것이 그렇듯 우리가 사는 이 땅에 꼭 필요한 역할(requisite role)을 한다. 잡초는 흙의 수분(moisture)을 머금어서 흙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고,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영양 염류을 끌어 올려 죽은 땅을 살린다. 그리고 뿌리의 힘으로 토양(soil)이 침식되는 것을 막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make it fertile) 여러 생명체들(various organisms)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렇듯 필수불가결한(indispensable) 잡초가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기준(the standards that people set) 때문에 그 가치를 무시당한 채(disrespectful) 괄시를 받고 있는 것이다(be looked down on). 우리가 돈 주고 사 먹는 쑥, 달래, 우엉 등이 외국에서는 모두 잡초 취급을 받는 것처럼.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고 했던 패트릭 헨리(1736~1799)의 말을 떠올려본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이 깨우쳐준 교훈(lesson)도 평범한 ‘일상(ordinary life)’에 대한 감사함(appreciation)이 아니었던가. 우리가 가장 흔하고 하찮게 여기는 것들이야말로 알고 보면 물이나 공기처럼 가장 필요한(necessary) 것이고 가장 귀한(priceless) 것임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가장 흔한 것을 가장 귀한 것으로 여길 때만이 진정한 감사(sincere gratitude)가 우러러 나온다는 사실, 나아가 그런 진정한 감사가 우리가 겪는 갖가지 정신적 스트레스(various mental stresses)를 거두어내면서 코로나를 위시한 모든 병에 대한 면역력(immunity)을 키워준다는 사실과 더불어.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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