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20대 대선 후보들 연이어 시장 방문..."선거법 장소 제한-친서민 이미지 구축"

지난 13일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지난 5일 제주동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사진=윤석열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 5일 제주동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사진=윤석열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엎치락뒤치락 초박빙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촉박한 시간을 쪼개 제주를 찾은 대권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전통시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생선을 손에 쥐고 귤을 까먹는 후보들의 모습은 생경하지만 익숙했다.

지난 5일 후보 신분으로 가장 먼저 제주를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제주지역 마지막 일정으로 제주동문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갈치와 고등어, 감귤초콜렛 등을 구입하며 친 서민적인 이미지를 어필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찾아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13일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을 방문하고, 상인과 행인들을 대상으로 장장 40여분간에 걸친 연설을 토해내기도 했다.

27일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제주 유세에도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일정이 포함됐다. 장소만 다를 뿐 하나같이 시장 민심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매 선거때마다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야 양강구도로 치열하게 전개됐던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에도 각 후보들은 시장민심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나흘 간격으로 제주동문시장 앞 광장에서 격돌하며 세를 과시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제주동문시장 앞 광장에서 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제주동문시장에서 감귤을 까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선거일정이 축소된 2017년 재19대 대선에서는 후보의 제주 방문이 여의치 않자 아내들의 내조가 빛을 발했다. 문재인 후보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당시 홍준표 후보의 부인이었던 이순삼씨가 각각 동문시장에서 장외전을 벌였다.

후보들의 시장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반된다. 비록 한시적일지라도 직접 일선 현장을 돌아보며 바닥 민심을 살피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뒤따르곤 한다.

반면, 매번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다보니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모든 후보들이 선거철만 되면 평소엔 찾지도 않던 재래시장을 드나드는 것은 흡사 '서민 코스프레'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직선거법 7장 80조에 따르면 후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건물·시설에서의 연설 및 대담이 금지된다. 선박터미널, 공항, 병원, 도서관, 연구시설 등도 연설금지 장소로 명시해뒀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실내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다. 제한된 곳에서는 간단한 인사만 나눌 수 있고 명함을 나눠주는 등 구체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단, 예외조항으로 공원·문화원·시장·운동장·주민회관·체육관·도로변·광장 등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는 연설을 허용토록 했다. 이중 행인의 왕래가 잦고 접근성이 뛰어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시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대신해 제주동문시장을 찾은 김정숙 여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를 대신해 제주동문시장을 찾은 이순삼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심판도 무섭지만 더 극성맞은 상대 후보 측은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의 불법을 찾아내려 든다. 다소 경직돼 보이더라도 '공식대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이유다.

대선 후보의 일정을 조율하는 위치에 있는 모 정당 관계자는 "사실 생각보다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지금에서야 4.3에 대한 입장이 여야가 거의 같아지다보니 4.3공원을 참배하는 것은 필수가 됐고, 이후의 일정은 구성하기 나름"이라며 "후보를 직접 보좌한다고 가정하고 머릿 속으로 동선을 그려본다면 어려움이 이해될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후보가 선거에서 내세우는 이미지에 부합한 대상과 장소지만, 선거 국면에서는 시간이 금이다보니 가능한한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핵심장소 외 일정을 추리다보면 전통시장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지역정가 소식에 밝은 또 다른 정당의 모 인사는 "누구보다 민심에 민감해야 할 캠프가 '식상하다', '뻔하다'는 평가를 모를리 없지 않겠나. 그럼에도 시장을 찾아가는 것은 소위 말해 그림이 좋다. 서민 친화적인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지 않나. 문구 열 마디보다 사진 한 장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는 "선거를 치르는 후보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들과 직접 눈을 마주하고 응원을 받게되면 사기가 오른다. 상인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라 하더라도 굳이 자신들을 찾아와 준 후보를 냉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며 "어느 선거가 됐든 선거운동과 시장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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