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끼워맞추기식 공정정책...‘불안 속 절규’ 그대로 들어야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언론은 연일 2030 청년 세대를 말하고 있다. 특히 모든 후보가 앞다퉈 청년 세대와의 공감을 말하며, 자신들이 청년을 대변하겠다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청년을 각자 프레임에 가두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그것이 청년들의 목소리라 주장하기 바쁘다.

정시확대, 사법고시 부활, 의학전문대학원 폐지 등 교육 정책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같은 주거 정책은 물론 군 병사 급여 200만원으로 인상처럼 안보정책까지 자신들의 대표 청년정책이라 홍보하고 있다. 물론 일정 분야에서 청년들이 주요 정책 대상인만큼 청년정책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이해되지만 그 남용이 심각하다. 심지어 촉법소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에다 노조와 시민단체 규제를 청년들이 원하는 ‘공정’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을 들여다보면 결국 논란거리가 많고, 갈등이 첨예한 정책들을 청년들이 원한다며 각자의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가두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정시확대가 기존 대학 서열화를 중심으로 한 불평등과 특권을 바꿀 수 있나. 이미 다양한 삶을 모색하고 방향을 찾아야 하는 청년들에게 또다시 획일적 교육으로 가두는 정책일 뿐이다. 사법고시 부활, 의학전문대학원 폐지 등도 마찬가지다. 그저 시험 중심의 점수화가 공정하다는 착각을 공고화시킬 뿐이다. 교육 전반에 개혁의 요구를 단순화시켜 자신들의 입맛대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에게 집을 살 기회를 주는 것처럼 제시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한국의 부동산 구조를 공고히 하고, 또 다시 집값 상승의 빌미를 줄 뿐이다. 

군 병사 급여를 200만원으로 하겠다는 논의는 그래도 병사 누구나가 청년인 만큼 청년들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지만 결국 안보정책 문제다. 실제 초임 부사관, 장교들과 병사들이 비슷한 수준에 급여를 받는 상황이 될 텐데, 결국 모병제 논의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정책이다. 

촉법소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노조와 시민단체 규제는 답도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청년정책인가. 공정이라는 말로 팔아먹으면 다인가. 그저 갈등을 청년들에게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왜 사회적 논란이 극심한 문제를 청년들을 세워놓고 숨어있나. 정말 미래를 고민한 설계와 협의가 빛나야 하는 정치의 영역이다. 이분법적 갈등으로 정치권에서 표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손실 회피 심리는 청년층이 받고, 청년층에 가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갈등의 양상으로 부추겨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 청년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청년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을 비판해야 할 언론들도 청년팔이에 동참, 아니 앞장서기 바쁘다. ‘이대남’, ‘이대녀’, ‘20대 보수화’ 등 수 많은 프레임을 만들어낸 것은 누구인가. 언론도 성찰해야 한다. 일견 청년들이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년은 다른 세대보다 정치적 이념과 지역적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가치를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KBS 시사기획 창 ‘이십대 생존 비망록’의 경쟁에 대한 청년세대들의 인식 설문조사. 사진=KBS 유튜브 캡쳐
지난해 KBS 시사기획 창 ‘이십대 생존 비망록’의 경쟁에 대한 청년세대들의 인식 설문조사. 사진=KBS 유튜브 캡쳐

지난해 KBS 시사기획 창 ‘이십대 생존 비망록’ 편에서는 청년들이 경쟁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다뤘다. ‘경쟁은 한국 사회를 더 좋아지게 했는지, 더 나빠지게 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18~34세는 54%가 더 나빠지게 했다는 답변을 했으나 35세 이상에서는 61%가 더 좋아지게 했다는 답변을 했다. 결국 경쟁을 중심으로 한 능력주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기성세대가 더 컸다는 것이다. 또한 이 경쟁 사회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여기서 기성세대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청년은 능력주의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일까. 이를 유추할만한 내용도 있었다. 바로 ‘경쟁에서 패할까 불안하다’에 대한 질문에 답변에서다. 여기서도 35세 이상은 그렇다와 아니다가 50%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청년세대는 67%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결국 청년세대는 경쟁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불안 속에서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생존 경쟁은 청년 사이에 서로를 찌르는 칼이 되어 사회구조적 불평등 보다 형식적 공정과 능력에 매몰된 능력주의를, 자신의 성만이라도 좀 더 유리하기를 바라는 성별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이 절규를 그저 어려서, 몰라서, 이기적이어서라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책임은 청년들의 탓이 아닌 우리 모두의 탓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청년들에게 미래가 장밋빛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변화할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대선이 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표는 요동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대선이 끝이 아니다. 3개월 후에는 지방선거가 있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청년들을 물을 것이다. 이들에게 갈등이 아닌 신뢰를, 프레임이 아닌 삶을 말하는 정치를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 강보배 논설위원·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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