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64) 20대 대선, ‘지속가능 사회 해법’에 투표해야

대선이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고, 결정할 때입니다.

얼마 전 제주어르신그림책학교에 참여했던 할머니 한 분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도내 한 도서관이 어르신들의 삶을 책으로 담아내는 어르신그림책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올해 연세가 100세 가까이 된 할머니는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묻자 지금까지 생각나는 건 세 번의 전쟁뿐이라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세 번의 전쟁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벌인 전쟁과 4.3사건, 한국전쟁이었습니다. 

남편은 세 번의 큰일에 고초를 겪어야 했고, 마지막 한국전쟁에서는 유골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남편 나이 스물여섯, 할머니는 스물넷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마지막 하고 싶은 얘기로 “전쟁은 우리 때만 겪으면 되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대 전쟁을 겪게 하면 안 돼.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전쟁은 절대 안 돼”라고 하셨습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기억나는 게 전쟁을 겪은 일뿐이라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한 개인과 가족의 삶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송두리째 파괴한다는 점에서도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서 보듯이 현대사회에서도 전쟁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더욱이 과거보다 더욱 복잡다단한 사회체제 속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전쟁만이 아닙니다. 전쟁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낸 코로나 사태와 같은 일들이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전 인류만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기 위한 올바른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 유권자들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쟁의 위험을 부추기고, 지속가능한 사회체제로의 전환을 부정하는 정책과 공약에 대해서는 단호한 비판과 거부의 뜻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반도의 국제정세와 지정학적으로 충돌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평화체제의 구축이 아닌 지나친 군비확대와 무기체계를 갖추겠다는 공약은 자칫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모두 공멸하는 정책입니다. 더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선제타격 주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정 책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판단입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 역시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기후위기, 생태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방안으로 헌법 개정을 통한 환경권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의 퇴역을 지원하고,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하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기금 신설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여 일부 대선 후보들의 재생에너지 확대 반대와 핵발전을 유지·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선 후보들의 제주지역 정책·공약에서도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위한 해법들은 제각각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후보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섬이라는 한정된 환경 속에서 자정력은 물론 수용력을 초과한 관광개발과 관광객 수요로 인해 제주도는 예전의 청정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주의소리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주의소리

이런 이유로 도민들은 제주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 없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제주도민의 결정을 후보들이 존중하고 공약으로 반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일주일 후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우리는 국민을 경외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며, 대한민국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어 갈 대통령이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마음속에 그런 후보가 있습니까? 선택하셨으면 꼭 투표하십시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투표하십시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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