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씨 ‘화가의 장례식’ 출간…故 박유승 화백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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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장례식. 도서출판 델피노, 1만 6000원, p.229.ⓒ제주의소리

“아버지 몸속에서 암이 발견되고 다시 붓을 잡기 시작한 7년여. 그동안 그는 오로지 화가라는 그 색 하나만을 뿜어내며 남은 삶을 버텨왔다.”(화가의 장례식 中)

2016년 세상을 떠난 제주 화가 박유승의 삶과 그림을 재조명한 책 ‘화가의 장례식(델피노)’이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는 故 박유승 화백의 아들인 박현진 씨로 그는 아버지가 남긴 글과 그림을 함께 담아 당신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올렸다.

저자는 장례식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며 글과 그림을 소개한다. 화가의 임종 순간으로 시작되는 책은 죽음의 순간이 먹먹함으로 다가올 때쯤 화가가 남긴 마지막 그림과 삶의 이야기로 접어든다. 

박유승 화백은 노년에 찾아온 육체와 정신의 병으로 삶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절망을 겪었지만, 그 절망을 재료 삼아 캔버스 위에 삶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그려나갔다. 

병과 싸우며 캔버스 위를 아름다움으로 채워나간 화가의 모습은 삶에 지치고 낙망한 사람들의 마른 가슴을 적시는 봄비 같은 위로를 전한다. 책에는 화가로서의 삶을 조명함과 동시에 제주4.3과 월남전 같은 굴곡진 현대사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그의 삶도 담겼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나는 왜 이 글을 쓰려고 했을까. 아버지가 스러져 갔던 그 과정을 그리고 그 죽음을 확인하는 장례식이라는 의식을 굳이”라고 운을 뗀다. 

이어 “아버지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그림들은 봄바람이 되어 누군가의 차가운 가슴을 녹이기도 하고, 나무 그늘이 되어 고단한 누군가에게 잠시 쉬어갈 쉼이 되기도 했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아버지는 무어라 말하고 싶어 할까, 한참을 고민해보았다. 아마 이런 말을 남기지 않았을까”라며 “절망에 머물러 있지 마세요. 희망을 버리지 말아요. 감당 못 할 벽이 당신을 막아서더라도.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당신의 삶에 새들이 깃들이기를”이라고 말한다. 

화백은 작가노트에서 “그림의 출발은 본능적으로 존재의 원초성을 추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주를 두른 돌무더기와 억새 바람, 해녀의 숨비소리, 땀이 밴 갈중이 노래와 토박이 남녀의 사랑, 중산간에 뛰어노는 망아지와 진한 안개를 술을 담그는 것처럼 내 의식 안에 담아 밀봉시켜 둡니다”라고 밝힌다. 

저자는 “평생 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껴온 예술가 아버지의 삶과 그림을 한 권의 책에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담았다”며 “출간과 함께 화백의 삶과 그림을 더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유승 화백은 1947년 제주에서 태어나 화북초, 오현중, 제주농고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나왔다. 이후 제주에서 중학교 미술교사와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예술 활동을 이었다. 

3번의 개인전을 포함해 제주프레비엔날레,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제주-오키나와 미술 교류전, 제주미술제,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 등에 출품했다. 

그는 인생 후반기에 찾아온 육체와 정신의 병을 딛고 사라져가는 원시 제주의 풍경과 제주인의 삶, 순수한 신앙세계 등을 화폭에 담으며 예술혼을 불태우다 지난 2016년 작고했다.

도서출판 델피노, 1만 6000원,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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