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찰

진득찰은 여름의 초입부터 늦가을까지 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길가에 뿐만 아니라 중산간도로의 깊은 숲속의 길가에도 있지만 꽃이 그다지 예쁜 편이 아니라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꽃이기도 합니다.

꽃이 예쁘다, 안 예쁘다는 것은 사람들의 잣대로 바라 본 편견입니다. 꽃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자기의 또 다른 존재를 만들어 갈 수 있으면 그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겠지요.

진득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외모만 중시하는 사회는 아이들말로 '나쁜사회'입니다.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나쁜나라'가 아니길 소망합니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이들도 많아지겠죠.

진득찰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듯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옛날, 함경도 함흥지방에 한 의생이 있었데.
그런데 어느 날, 길주라는 곳을 지나가다 힘이 들어서 산비탈 바위에 몸을 의지해 쉬고 있었다네. 그런데 저만치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의생이 그곳을 바라보니 족제비와 뱀이 싸우고 있었어. 싸움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는데 족제비가 뱀을 물고 있었고 뱀은 죽어 갔지.
족제비는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뱀에게 다가가더니 그 뾰족한 이빨로 죽은 뱀의 목줄기를 힘껏 물어 뜯더니만 발톱으로 뱀의 목에서 배까지 내리찢는거야. 그리고 뱃속에서 뭔가를 찾는데 뱃 속에서는 세 마리의 죽은 족제비 새끼가 나왔어.
족제비는 이상한 풀잎으로 죽은 새끼들을 문지르기도 하고 목구멍에 가까이 대어 주기도 하는거야. 그러더니 그 풀잎들을 씹어서 거기에서 나온 즙을 새끼들의 콧가에 발라주는데 얼마쯤 지나자 죽은 줄 알았던 그 새끼들이 꿈틀거리며 살아나는 거야.
의생은 이 기적 같은 일을 보고 크게 놀랐어
그는 족제비가 새끼들에게 문지르고 먹였던 풀이 뭔가 살펴보고는 그 풀들을 모아 품속에 간직한 채 다시 걸음을 재촉했어.

그런데 그날 밤, 그는 어느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집주인은 그가 의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물었어.

"혹시 독뱀에 물렸을 때 좋은 약이라고 갖고 계신지요?"
"아니, 누가 독뱀에 물리기라도 했습니까?"
"예, 오늘낮에 친척되는 사람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독뱀한테 물려서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답니다."
"글쎄요."

머뭇거리던 그는 불현듯 족제비가 썼던 그 풀이 혹시 독뱀의 독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아무튼 가봅시다. 어쩌면 환자를 살려낼 방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는 환자를 만나 뱀에 물린 곳에 침을 놓고는 풀잎을 꺼내어 상처난 곳에 붙여주었지. 그랬더니 금방 독이 풀리면서 침을 놓았던 구멍으로는 독물이 줄줄 흘러나오는거야. 눈치를 챘겠지만 이 약초가 바로 진득찰이란다.

꽃의 모양새는 예쁘지 않지만 그 쓰임새는 아주 귀하게 쓰이는 우리의 들풀입니다. 지금이야 다른 해독제들을 사용하겠지만 우리의 곁에 있는 들풀에게 얼마나 유용한 것들이 많은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진득찰을 여러분들도 만나시면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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