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제주마을 이야기] 강정마을①맑은 용천수 계곡이 바다와 만나는 곳, 서귀포시 강정마을

서귀포시 중앙 최남단에는 예로부터 물이 맑고 풍부해 물강(江)자에 물정(汀)자를 써서 강정(江汀)이라 부르는 마을이 있다. 마을 지명이 의미하는 데로, 마을의 주변에는 강정천과 악근천 등에서 사철 물이 나오고, 이로 인해 주변에는 비옥한 논밭들이 조성되어 있다. 과거 마을 주민들이 논농사 지어서 수확한 쌀이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다.

▲ 강정마을 ⓒ 장태욱
강정 마을 부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1653년에 간행된 이원진 편 탐라지(耽羅誌)에 강정천을 대가래천(大加來川), 악근천을 소가래천(小加來川)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는 이 지역을 가래현(加來縣)으로 불렀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마을 부근의 무덤들은 현 주민들의 9∼12대의 조상들임을 볼 때, 무덤의 주인들은 약 350년 전쯤에 비옥하고 물 좋은 터를 찾아 여기에 정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 입향한 성씨들은 김(金)씨, 고(高)씨들로 약 360년 전에, 그 다음 윤(尹)씨, 강(姜)씨, 조(趙)씨가 300여 년 전에, 그리고 홍(洪)씨, 이(李)씨들이 250여 년 전에 이 마을로 와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1906년(광무 10년) 제주목이 제주군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될 당시, 강정은 대정현(大靜縣) 좌면(左面)소속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1929년 당시 좌면 강정리의 통계는 353가구에 남자 658명, 여자 720명 등 1,378명이 살고 있었다.

1946년 8월 1일 제주도가 도(道)로 승격된 후 강정리는 남제주군 중문면에 속하게 되었고, 1981년 7월 1일 서귀읍과 중문면이 통합되어 서귀포시로 승격되자, 강정마을은 서귀포시 대천동에 속하게 되었다.(자료: 서귀포시)

▲ 범섬이 내다 보이는 밭 ⓒ 장태욱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이 마을에는 현재 666세대에 주민 1941명이 살고 있다. 마을 농경지는 전(田)이 4,969,431㎡, 답(畓)이 1,244,755 ㎡, 과수원이 3,244,279 ㎡를 차지한다. 이로 볼 때 이 마을 농가들도 서귀포시 일대의 대부분 농가들이 그러하듯이, 귤이나 한라봉을 위주로 감귤농업에 주로 종사하고 그 외로 파인애플이나 화훼, 쌀을 재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자료 : 강정마을)

▲ 온실에서 재배되는 귤 ⓒ 장태욱
제주도의 대부분 지역의 지질이 현무암질 암석이 주를 이루는 반면, 강정마을 지질은 두꺼운 안산암질 암석으로 되어 있다. 이 안산암질 지질은 월평에서 강정마을을 지나 법환까지 이어 졌는데 토양이 두꺼워 제주도 굴지의 농경지를 만들었다.

또한 안산암은 침식을 많이 받았고, 한라산 남북 방향으로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하천이 평탄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해안에서 200-300m 이상 올라간 곳에서는 경사급변점(傾斜急變點)을 만들어 소폭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경사급변점 이하로는 지하수면이 낮아 용천수가 발달하였다.

▲ 강정천에는 사시사철 물이 흐른다. ⓒ 장태욱
따라서 제주도내 다른 지역의 화산토양은 비를 바로 땅 속으로 침투시켜 하천을 거의 발달시키지 못했지만 강정, 월평 지역은 하천이 발달하여 논농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지역의 토질이 좋다는 것은 과거에 제주도내 토질 수준에 따라 '일 강정, 이 도원, 삼 번내'라는 불렀던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자료 : 김창민의 '환금작물과 제주농민문화'에서)

강정천과 악근천 인근에서 지하수가 다량 용천됨으로 인해, 남제주군과 통합되기 이전의 구 서귀포시 마을 중 예례동을 제외한 전 지역의 식수를 강정취수원에서 공급하고 있다.

▲ 악근천 ⓒ 장태욱
강정은 제주에서는 보기 드믄 은어가 서식하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곳이다. 2002년부터 매년 초여름에 강정천에서는 "올림은어 축제"가 열렸었다. 그러다가 2006년부터 정부에서 지역축제에 대한 지원을 대폭 삭제하면서 은어축제 행사는 중단된 상태다.

강정천 가까운 곳에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는 서건도가 있는데, 이 섬에서는 범섬을 비롯한 서귀포의 해안절경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 서건도에서는 하루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연출된다. ⓒ 장태욱
강정 마을 안에는 강정 본향당과 동이당 등의 무속신앙과 여기에 따르는 전설들이 전해 내려오는 등 고유하고 독특한 지역 민속 문화가 보전되어있다.

이 마을의 청년들 중심으로 '고운환경감시단'이 구성되어, 마을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다. 그리고 환경부는 이 마을을 '2005년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했다.

▲ 하천 생태체험 안내 표지 ⓒ 장태욱
최근 제주도와 해군본부는 강정해안에 제주도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고, 지역 주민들은 이에 대한 찬반 갈등으로 내부 분열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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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 찾아가는 길 : 제주시에서 12번 국도를 따라 서귀포 시내를 향해 오다가, 중문을 지나 도순교회, 대천동사무소를 끼고 우회전해서 5분 정도 더 운전하면 강정마을에 올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는 강정 해안에 있는 서건도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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