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의 제주해안 따라가기⑥] 연대마을과 관전동해안

오늘 찾아가는 곳은 이호1동 연대마을에 있는 마이못과 북제주군 애월읍 하귀1리에 있는 관전동해안이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제주해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해안에 용천수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해안가에 용천수가 있어서 나타나는 제주해안만의 독특한 특성은 자세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 왼쪽이 마이못이고, 오른쪽이 마이못으로 흘러드는 용천수인 가막샘이다.ⓒ홍영철
먼저, 이호1동 연대마을의 마이못을 찾아가보자.

외도초등학교를 지나서 서쪽으로 약 500m를 더 가면 길 오른쪽에 연대마을이라는 표지가 있고, 좁은 마을길로 들어서면 ‘국립수산진흥원남해수산연구소’가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운동장만한 못이 나온다.

이 못의 이름이 마이못이다.

마이못은 말 마(馬), 귀 이(耳)를 쓰는데, 말의 귀모양의 못이라는 뜻이다.

못이 길 때문에 메워진 때문인지는 몰라도 뚜렷하게 말의 귀모양이 나타나진 않는다.

연못주위에는 민가와 길로 둘러싸여 있는데, 바닷쪽으로 물길이 있어서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

밀물일 때는 바닷물이 들어오기도 한다.

마이못의 지명유래와 소개를 적은 안내판 옆으로는 돌담으로 둘러쳐진 작은 샘이 있는데, ‘가막샘’이라고 부른다.

가막샘 외에도 여기저기서 용천수가 이 못으로 흘러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제주도에 용천수가 고이는 연못은 많지만, 밀물시 바닷물이 연못으로 역류하는 습지는 여기를 포함하여 5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 바닷가에 사는 식물들이다. 왼쪽 위가 가는갯능쟁이, 오른쪽 위가 갯까치수영, 왼쪽 아래가 갯장구채, 오른쪽 아래가 나문재이다. 이들 식물은 염분에 강해 바닷가에서 살 수 있다.ⓒ홍영철
바닷물과 단물이 섞이는 연못, 이 특성 때문에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식생이 나타난다.

가장 먼저 보이는 특징이 염습지식물이다.

바닷물에도 견디는 식물, 보통 육상식물은 염분이 닿으면, 식물내의 수분이 삼투압현상 때문에 빠져나가면서 말라죽는다.

하지만 염습지식물은 다르다.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서 식물을 지배하는 삼투현상을 극복한 예이다.

염습지식물은 세포내에 세포밖의 염도보다 강한 물질을 담고 있거나, 염분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등 나름대로의 염분에 대한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말라죽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마이못은 좁은 통로를 통해 바다와 이어진다.

가끔씩 찾아드는 바닷물의 역류로 이곳에서는 생물과 염수와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투쟁이 펼쳐진다.

아주 오랜기간의 투쟁을 거쳐서 혹독한 환경을 이겨낸 생물들은 자신들의 진화로 더욱 다양한 생태계를 펼쳐낸다.

마이못은 생태계의 전쟁터인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진화의 자궁이기도 하다.

▲ 연대위에 콘크리트로 건물을 세운 외도연대이다. 오른쪽 아래가 건물을 올리기 전에 있던 연대의 돌담이다.ⓒ홍영철
마이못을 나와서 해안을 따라서 연대마을을 차분히 살펴보자.

연대마을은 이름에서도 추측해 볼 수 있듯이, 방어유적인 연대(煙臺)가 있다.

언뜻 보면 마을사람들이 쉬는 정자처럼 시멘트로 된 건물이 위에 있지만, 건물아래에 돌로 쌓은 연대가 있다.

이곳의 연대는 근처에 조부천이 있어서 조부연대, 또는 외도동에 있어서 외도연대라고도 하고, 이 곳의 연대는 동쪽으로 제주시 해안도로의 수근연대와 서쪽으로는 애월해안도로의 남두연대와 교신했던 연대였다.

▲ 관전동 조간대 전경-수많은 '여'와 염습지식물이 인상적이다.ⓒ홍영철
연대마을을 나오면 외도동의 서쪽 끝이다. 이제 조부교가 놓인 조부천을 건너면 북제주군으로 들어선다.

북제주군 애월읍 하귀1리, 제주시와 맞닿은 곳이 관전동이다.

조부교를 건너 좀 더 서쪽으로 진입하다보면 ‘윤정빌리지’라는 입간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관전동 조간대이다.

이 곳 조간대의 특징은 썰물 때에 드러나는 바위섬 같은 수많은 ‘여’가 있다는 점과 곳곳에 용천수가 나온다는 점, 그리고 천일사초, 지채, 갯잔디 등 염습지식물이 비교적 넓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 등이다.

▲ 왼쪽이 물에 잠긴 천일사초 위에 올라온 감태이고, 오른쪽이 부추와 비슷한 지채이다. 둘 다 바닷물에 적응하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홍영철
이 중에서도 다른 조간대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염습지식물일 것이다.

물이 많이 들어오는 때에는 천일사초와 지채가 물속에서 마치 해초처럼 너울거려서, 바다속의 초원을 연상하게 한다.

천일사초와 지채는 염분에 강한 염습지식물로서, 천일사초는 잎이 가늘고 길며 질겨서 예전에는 선박에서 쓰는 밧줄을 만드는데 이용했다고 한다.

또한 지채는 부추처럼 생겼는데 염습지식물의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 제주해안은 아직도 개발중이다. 언제쯤 귀중한 이곳의 가치가 밝혀질까?ⓒ홍영철
관전동 조간대는 담수와 염수가 만나는 제주의 대표적인 ‘기수역’이기도 하다.

기수역에서는 담수와 염수가 만나 염도에 따라 그곳에 적응한 다양한 식물들과 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제주는 해안선을 따라 많은 용천수가 나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상식이다.

제주의 독특한 해안환경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생태계의 모습이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제주에 용천수가 많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제주가 화려한 보석으로 태어난다는 점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간대를 쓸모없이 버려진 땅으로 생각하여 무참하게 포크레인을 들이대는 그들에게는 아무리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해도, ‘돼지목의 진주목걸이’가 아닐까?

※ 홍영철님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자연과 생태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관광을 만들어 나가는 (주)제주생태관광(www.ecojeju.net )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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