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내부 인사적체로 애꿎은 지원단만 피해…4.3중앙위 열리지도 못해

제주4.3사건처리지원단장 자리가 2개월이 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공석으로 있어 행정자치부가 제주4.3을 너무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강택상 전 4.3지원단장이 제주도기획관리실장으로 임명되면서 4.3지원단장 자리가 비워진 것은 지난 6월 23일.

제주도는 강 전 단장이 도 기획관리실장으로 내려오게 되자 고용삼 전 관광문화국장을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시킨 후 행정자치부로 전출시켰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강택상 전 지원단장을 제주도 기획관리실장으로 내려보낸 후 2개월이 넘도록 아직껏 후임 지원단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이처럼 4.3지원단장 후임인사에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은 행자부 내부적으로 인사적체가 심해 아직까지 4.3단장 인사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행자부는 이해찬 국무총리 취임 이후 차관과 차관보에 대한 인사는 끝냈으나 1급 관리관 인사가 전국적으로 적체되면서 후속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1∙2급 후속인사는 물론 2~3급 복수직인 4.3지원단장 후속인사도 2개월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로 제주4.3사업이 행자부의 인사논리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제주도는 당초 고용삼 전 문화관광국장을 행자부로 전출시켜 강택상 전 단장의 후임으로 인사발령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행자부는 2~3급 복수직인 지원단장에 이제 막 3급으로 승진한 고 전 국장을 임명할 수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즉 행자부 자신들이 인사적체를 겪고 있는 만큼 4.3지원단장 자리를 인사숨통을 풀기 위한 고리로 삼겠다는 시각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용삼 전 관광문화국장은 2개월 동안 행자부 대기발령으로 아무런 보직도 받지 못하고 있어 행자부의 잘못된 인사관행이 애꿋은 고위 공무원만 허송세월 하게 만들고 있다.

지원단장이 자리를 비운 4.3지원단내의 최고 책임자는 행자부 소속 과장(서기관) 밖에 없어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4.3중앙위 전체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4.3지원단은 오는 9월 4.3중앙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심사 위에서 심의를 거친 4.3희생자 확정∙의결은 물론, 4.3평화공원 사업 심의 등 4.3 후속조치를 밟아야 하나 지원단장이 공석인 관계로 이 같은 일들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자치부의 인사지연을 놓고 4.3단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제주4.3지원단이 비록 행자부 소속이긴 하나 이는 엄연히 제주4.3문제를 지원하는 사실상 행자부와는 ‘독립된’ 성격을 갖고 있어 행자부의 인사적체 논리로 2개월 이상 후임자를 발령내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또 지금처럼 행자부가 4.3지원단장 자리를 자신들의 인사논리에 맞춰 임명하는 관행이 계속될 경우 자칫 정부차원에서 4.3지원사업의 총괄을 맡고 있는 지원단장이 행자부의 떡반 나누기 인사로 전락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 당국의 미온적인 행태도 지적되고 있다.

제주도는 고용삼 전 국장을 행자부터 전출시킬 당시에만 이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을 뿐 그 이후에는 행자부의 눈치만을 바라보며 4.3지원단장 공석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제주도가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4.3단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제주출신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를 조정자 입장에서 바라볼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국가사업으로 4.3지원을 총괄해야 할 4.3지원단장이 행자부의 인사논리에 밀려 2개월 동안이나 공석으로 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만약 이 문제가 제주도가 아니라, 광주나 부산이어도 이렇게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행자부의 제주지역 ‘홀대’를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도 4.3문제가 결국은 제주도와 도민의 문제임을 직시하고 마냥 행자부의 결정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빠른 시일내에 후임자가 발령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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