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정정희 드림

지난 8월3일 40년만에 고향 제주를 찾은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가 '고향의 벗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는 송 교수 가족이 지난21일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출신 이도영 박사를 통해 '제주의 소리'로 전해 왔다. <편집자 주> 

▲ 송두율 교수 가족이 지난 21일 뉴욕을 방문했다. 좌측으로부터 장남 린, 이도영 박사, 송두율 교수 부부.
사랑하는 고향의 벗들,

8 월 3일 낮에 도착해서 이튿날 낮에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짧은 일정을 보낸 제주의 하루는 그래도 강인하게 저의 뇌리에 인각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하고만 그래서 조금 섭섭했던 고향 도두리였지만 그래도 정말 오랬 만에 맛 볼 수 있었던 그 옛날의 '자리회', 피눈물나는 '4. 3'을 기억하려고 조성중인 공간, 음식값을 끝내 사양하던 유명한 제주토속음식점 (유리네?) 에서 먹었던 '옥돔미역국' 등등...

40년동안 빈 시간을 꽉 채운 하루였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것은 따뜻한 사람들이였습니다. 저의 석방을 위해 정말 많은 애를 쓰신 고향의 벗들의 내음이었습니다.

난생처음 제주를 찾은 집사람도 지난 열달의 악몽을 잊게한 따뜻한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조성윤 교수님을 위시한 '대책위'의 여러분들, 귀중한 그림을 기념으로 주신 강요배 화백님 그리고 친절하게 안내를 맡아주었던 현혜경님...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던 것을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제 어렵사리 열린 고향가는 길이 계속 이어지도록 그래서 그 따뜻한 만남이 계속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태풍이 있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만 피해는 없었는지요. 독일에 돌아와 가족일로 잠깐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이도영 박사님의 진짜 제주사랑을 보고 감명 많이 받았습니다.
'제주의 소리'를 통해 간단한 인사편지 보낼 수 있어서 저도 다행으로 생각하며 머지않아 여러분들 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만날때까지 모두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04년 8월 24일
베를린에서 송두율 정정희 드림

Prof. Dr. Du-Yul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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