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호성 교수, 특별자치도 워크숍 주장…시범자치냐 특별자치냐 문제도 제기

제주특별자치도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주실정에 맞는 자치권한에 대한 연구와 함께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둬 논의와 연구를 진척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호성 교수(제주대∙법학)는 28일 제주도와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제주특별자치도 워크숍’ 주제발표를 통해 “특별자치도에 대한 중간보고서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제안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나 행자부장관 또는 도지사의 몇 마디 언급에 개념의 틀이 순식간에 바뀌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매우 비현실적이거나 어쩌면 위험하기까지 한 수준으로 논의가 비약되고 있다”면서 특별자치도 용역과 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방분권 된다고 지역경제 살아나고 삶이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

고호성 교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모형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 추진 로드맵’의 일반적 수준을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것 보다는 ‘지방분권 로드맵’에서 제시된 내용들을 제주라는 지역실정에 맞게 어떻게 구체화하고 보완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더욱 생산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역현실에 맞는 특별자치도 모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호성 교수는 또 “지방분권은 법제적, 정치적 문제제기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경제적, 주민복지적 근거 제시가 어렵다”면서 “지방분권이 된다고 지방경제가 살아나고 지역주민의 복지 내지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고호성 교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담고 있는 ‘특별성’의 의미는 ▲국가와 지방간 권한 배분 ▲국가와 지방간의 책임 배분 ▲자치조직의 특별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권한 이양 형식보다는 제주이익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무분야 이양돼야”

고 교수는 국가와 지방간 권한 배분에 대해 “연방국가가 아닌 단일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사무의 범위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negative(포괄제) 방식이 아닌 positive(열거제) 방식일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제주도가 자치입법과 자치조직, 자치재정에 대해 포괄적으로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 받으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임을 지적했다.

고호성 교수는 “다만 positive 방식을 취하는 경우에도 개개 사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기보다는 일정 기준에 따라 사무를 유형화한 후 일정 유형의 사무들을 일괄하여 이양하는 방식을 취할 수는 있다”면서 “지방자치법에 규정돼 있는 지방사무와 국가사무, 그리고 기타 법률에 의한 사무분배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제주지역 실정에서 가능하고 필요한 사무분야를 특정하여 일괄이양방식이 되었든 어쨌든 positive 방식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 교수는 “중요한 것은 권한 이양이라는 형식적 개념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익과 조화되면서도 제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제주의 미래지향적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찾아내는 일”이라면서 “제주실정에서 가능하고 필요한 사무분야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성 확보도 중요 과제”

고 교수는 국가권한의 이양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의 사무나 권한에 대한 국가적의 통제, 지시, 감독에 대한 자율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의 통제 수단으로 ▲자치사무에 대한 국가적 지도•지원 ▲위임사무에 대한 국가적 지도•감독 ▲국가∙지자체간 협의조정절차 ▲위법•부당한 명령•처분의 시정 ▲위임사무에 대한 직무이행명령•대집행 ▲자치사무에 대한 행자부 등 감사 ▲ 위법•부당한 지방의회 의결에 대한 국가의 재의요구•제소 등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또 지방채 기채 승인제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국가적 승인제도를 통하여 통제가 행해지기도 하고, 지자체의 사무나 권한 행사에 대하여 법령 또는 훈령•통첩 등의 행정규칙 등에 의하여 국가적 규제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다.

고호성 교수는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의 특별성을 달성하려면 전체 국익과 조화되면서도 제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특별한 자율성 확대를 주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면서 행정과 지방의회의 책임문제를 제기했다.

“지방의회∙행정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 문제도 중요”

“가장 문제시되는 점은 지방자치 내지 지방행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갚라고 전제한 고 교수는 지방의회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의원연수, 전문위원 제도개선, 지방의원 보좌인력 확대 등의 방법 이외에 비례대표제의 개선 등도 검토해야 하며, 지방행정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무원 연수, 인사제도 개선 등의 방법 이외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는 개방형 임용제 확대, 각종 위원회제도 개선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내지 권한 행사에 대한 국가적 통제가 사라지면 행정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주민적 통제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그러나 우리 시민사회의 일반적 문제점, 즉 연고주의 조직의 광범한 존재와 영향력, 지연산업부문의 보호주의적 압력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고 호성 교수는 재정과 관련해서는 “제주지역의 취약한 재정력 내지 재정자립도를 고려할 때, 재정책임의 문제는 주특별자치도’의 핵심적 난관 문제”라고 강조한 후 ▲국세의 지방세 이전 ▲지방세 수입 확대 ▲지방채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은 한계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 문제에 대한 궁극적 관심사는 특별한 국가적 재정지원일 수밖에 없다”면서 “지방교부세, 보조금 등에서의 특혜 등이 주목되나 제주지역 일부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 국가의 재정지원이 특별히 많아질 것인지는 사실 장담하기는 힘들다”면서 재정문제가 가장 큰 핵심과제임을 들었다.

“계층을 축소하면서 2단계 자치계층 유지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고호성 교수는 특별자치도 추진에서 주민의 자치권한 확대는 자치∙행정권의 공정한 행사를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소송, 주민감사청구 등의 제도를 제주지역 실정에 맞게 어떻게 특별하게 구성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핵심적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고호성 교수는 계층구조 개편과 관련해 “2단계 자치계층을 유지하면서, 3단계 행정계층을 축소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중에서 제주지역 실정에 맞는 모델이 무엇인지 하는 방향으로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계층구조 개편문제가 중앙정부의 관점에서는 협소한 면적, 인구 등을 고려할 때 제주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과도한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축소하려는 정책적 시각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제주지역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의 병존은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기초자치단체장에게 과도하게 부여된 권한의 통제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한편 고호성 교수는 특별자치도 중간보고서에 대해 “중간용역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성의 실패에 있다”면서 “각 부문마다의 중간보고서 완성도의 편차가 심할뿐더러 각 부문간에 서술내용이 충돌하면서 전체 고서의 취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며 중간보고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중간보고서 중에서는 ‘기능 및 사무’ ‘자치입법권 확대’가 다는 연구진에 맡겨져 있으며, 이는 이 두 과제가 동일한 내용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연구진 구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중간보고서에서 제안된 내용 ▲중앙권한의 이전 ▲재정특례의 경우 제주에만 특별한 것인지, 제주에 우선 적용하고 전국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중앙정부가 전국적 수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 내용을 제주에 대해 설명한 것인지가 분명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특별자치가 아니라 시범자치일 경우 특별자치도 ‘특별한’ 내용 없다”

고 교수는 “특별자치도의 이 같은 내용의 제주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전국적 수준에서 추진하고 있는 내용을 설명한 것이거나, 제주에 우선 적용한 후 전국으로 확산시키려는 내용들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일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자치계층단축 밖에는 사실상 특별한 내용이 없게 된다”며 연구진의 해명을 요청했다.

고호성 교수는 또 중간보고서가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문제도 제기했다.

고 교수는 “조직과 인사권 확대 강화을 위해 조직을 확대하고 따라서 공무원을 늘이는 내용들이 함축된 반면, 자치계층단축의 효과로 제시된 인건비, 경상비 절감 등은 정면에서 모순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실현가능성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교수는 이어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 배제, 지방세조례주의 등 제주에만 특별한 혜택을 줄 수 있는지 문제와 함께, 과연 조세법정주의, 기본권의 법률유보원칙과 같은 헌법상의 논란을 돌파할 수 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면서 제주도가 요구하는 특별한 권한의 포괄적 유임과 헌법상의 충돌 문제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고 교수는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등과 같은 국세의 지방세 이전을 제주에만 특별히 인정하겠다는 뜻인지, 전국적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인지, 만일 제주에만 특별히 인정한다면 이에 따라 지방교부세나 국가보조금 같은 이전 재원은 지금 형태로 계속 유지된다는 뜻인지 축소시킨다는 뜻인지 분명히 해야 하며, 제주에만 특별히 인정한다면 그것이 과연 실현가능한 주장인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방교부세에 대해서는 단층제로 될 때 특별교부세로 인센티브를 확보한다고 하면서, 보통교부세와 관련해서는 단층제가 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고 있는데, 특별교부세로 확보될 수 있는 금액과 보통교부세로 상실될 수 있는 금액을 비교해 과연 제주에 이익이 되는 것인지 어떤지에 대해 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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