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김두연

연일 수은주가 30도 이상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린다. 찜통더위와 열대야 현상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가는 터에 최근 우리 4·3희생자 유족들의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4·3평화인권재단에 대한 정부 예산당국의 냉대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제주4·3특별법’이 법안 제정 7년만인 지난 2월에 개정되었다. 우리 4·3희생자 유족들이 바라던 처우개선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되어 아쉬움이 컸지만, 그나마 4·3평화인권재단에 정부의 지원 근거가 마련되어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었다. 개정된 법규에는 4·3재단의 사업 중에는 ‘4·3의 추모사업과 유족 복지사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 예산에 재단 기금 150억원을 배정해달라고 행정자치부에 요구하자, 행자부는 50억원을 깎아 100억원을 기획예산처에 넘겼으나 예산처에서는 이마저도 안 된다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금 조성을 위한 예산 지원은 곤란하다는 게 예산처의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면 개정된 4·3특별법 제8조의 2 조항, 즉 “정부는 제주4·3사료관 및 평화공원의 운영 관리와 추가 진상조사 등 기타 필요한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되는 4·3관련 재단에 기금을 출연할 수 있다”는 규정은 무엇인가?. 정부 예산처의 주장대로 한다면 쓸모없는 법안을 대한민국 국회가 만들었다는 말인가?.

더욱 가관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 신청하는 태도이다. 제주도는 내년 4·3재단 운영비 20억원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기금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예산 가운데 재단 사업비로는 8억원을 편성하면서 유족 복지사업비는 한 푼도 계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면 특별법 시행령 제8조의 3 조항, 즉 재단의 사업 중 ‘유족 복지사업’이 공수표라는 말인가?

   
 
 
필자는 지난 6월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4·3유족회장의 자격으로 4·3평화인권재단 설립 지원 등을 건의한 바 있다. 대통령께서는 분명히 4·3의 미진한 사업에 대해서는 잘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 예산당국에 묻고 싶다. 입법기관이 제정한 법률을 무시하고 예산지원에 난색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과거사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그러한가? 그렇게 형평성 운운 한다면 우리 4·3희생자 유족들에게 광주 피해자처럼 개별 보상을 하는 게 합당한 일이 아닌가?

이런 질문에 납득할 만한 답변과 조치가 없다면 우리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정부를 대상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김두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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