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열매따기 참여 예상보다 저조…小果 많은 대풍년 ‘유통대란’ 우려

제주도가 과잉생산의 우려 속에 지나치게 적은 열매를 따내기 위해 ‘감귤 10% 열매솎기’ 운동을 범도민적으로 벌이고 있으나 농가들의 참여가 예상외로 저조해 감귤 적정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는 과잉생산이 예산되는 올해산 노지감귤을 적정생산량인 58만t으로 줄이기 위해 각 시∙군과 함께 지방채를 발행해 2500ha의 감귤원을 폐원한 데 이어 8월 하순부터 감귤 열매따기 운동을 범도민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감귤 열매따기에 동참해 0~1번를 따낸 실적은 29일 현재 4개 시∙군을 포함해 1072톤으로 제주도가 계획하고 있는 8만톤의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감귤 열매따기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근로자 2800여명을 투입하고, 행정기관과 농협 등에서 5182명을 지원했으나 감귤농가들에게 보상비가 지원되는 ‘폐원’과는 달리 열매 따기는 좀처럼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감귤 열매따기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감귤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서귀포시나 남원 일대는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적극 동참하고 있는 반면, 감귤을 부업으로 하거나 타 작물과 함께 재배하는 농가들인 경우 감귤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8월 하순부터 불어 닥친 태풍과 집중호우로 일반작물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감귤 열매따기에 신경을 쓰지 못해 온 것으로 제주도는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9월 한달동안 0~1번과를 중심으로 10%이상 열매를 따내지 않을 경우 올해 노지감귤의 유통처리는 물론 제 값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제주도가 올 봄 2분의 1 간벌과 2500ha의 폐원을 통해 11만t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지난 8월 감귤생산 예상량을  관측조사한 결과 목표생산량 58만톤보다 8만톤이 많은 66만톤이 생산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상품용으로 출하될 2~8번과는 전체의 59.8%인 40만톤에 불과한 반면, 비상품인 0~1번과는 39.2%인 26만톤, 9~10번과는 1%인 7000톤 등 비상품 감귤이 40.2%인 26만7000톤이 생산될 것으로 관측돼 이들 비상품 감귤을 9월 한달 동안 따내지 않을 경우 노지감귤이 출하되는 올 연말에는 유통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는 감귤의 경쟁과일인 고품질의 사과와 배, 감 등 역시 풍작이 예상되는 데다 수입오렌지 등 수입과일이 밀려 들어와 생산량을 조절 못하고, 고품질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와 맞물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31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도내 22개 기관들이 참여하는 유관기관 연석회의를 열고 감귤 10% 이상 열매따기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특히 기관 임직원과 가족 소유의 감귤원에 대해 농가들보다 앞서 모범적으로 열매따기에 동참함으로써 범도민적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호소할 계획이다.

고두배 제주도 감귤과장은 “9월 한달 동안 이틀에 한번씩 15일은 부부가 감귤원에 출근해 비상품 감귤을 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행정이 하는 것도 한계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는 열매따기를 하지 않는다면 감귤농사가 망한다는 생각으로 농가들이 스스로 자구노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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