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골프장 규제완화 정책...골프장 도산, 전 국토의 환경파괴 우려

최근 정부는 '골프장 건설경기 부양론'을 주장하면서 각종 시책을 내놓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재경부가 앞장서고, 문광부, 산자부, 건교부, 농림부가 뒤를 밀며, 규제개혁위원회가 측면지원하며, 심지어 환경부조차 이 정책에 합류하고 있다.

정부만이 아니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지원사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또한 맞장구를 치고 있다.

가히 골프장 규제개혁론은 대한민국의 현 경제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해결책'이자 '만병통치약'으로 거론되고 있는 듯하다.

거론되는 골프장 규모도 인천공항 72홀에서 해남지역의 100홀을 뛰어넘어 이제는 세계 최대 540홀 규모의 새만금골프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정도되면 가히 "참여정부는 '골프공화국'을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옴직하다.

이것은 참여정부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정책'과는 상관이 없는 단기적 경기부양 정책으로, 그 위험성은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골프업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2백여개가 넘는 골프장이 한꺼번에 건설된다면, 불과 몇 년 후 공급과잉으로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도산하는 골프장이 속출한다는 것이 골프업계의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산림파괴와 지하수 오염 및 고갈 우려는 물론이다. 또한 이것이 생산적 부문에의 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을 어둡게 한다. 왜 정부는 골프장에 목메달고 있는 것일까?

이를 살펴보기에 앞서 골프장 규제완화 정책이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살펴보자.(이하는 언론보도를 종합한 것이다)

■ 2003.10.6. 박용성 상의회장 : 골프장 규제완화 촉구

작년(2003년) 10월 6일 밤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경제단체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용성 대한상의회장은 골프장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박회장은 "규제의 깃털만 건드리고 몸통은 안 건드렸다…골프장 하나 만드는데 도장이 7백80개나 필요하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04.6.13. 규제개혁위 : 골프장 규제완화방침 천명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올해 6월 중순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골프장 건설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규제개혁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13일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골프장 건설규제는 '골프장 한 곳을 건설하는데 650여개의 도장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지적을 감안해 중복 규제를 줄이면서, 여러 개의 인.허가를 한꺼번에 받을수 있도록 '레드 테이프'를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창업은 물론 이 분야의 규제를 대폭 축소한다는 원칙 아래 개선 방안을 마련중"이라며 "정부 부처간 이미 많은 부분이 합의됐고, 일부 합의되지 않은 부분을 조만간 정리해 7월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6월에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 방침이 정부차원에서 구체화되어 있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 7.14. 전경련 : 골프장 부담금 감면 의견

이러한 정부 방침을 모를리 없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서인지 한달 후인 7월 14일 '관광.문화산업 선진화를 위한 산업계 의견'을 통해  골프장에 대한 각종 부담금 감면 등 총 25건의 제도개선을 정부에 건의했다.

전경련은 이 의견에서 "골프장 사업은 대중화가 이뤄진 만큼 지방세 및 특소세를 인하하고 국민체육기금을 비롯한 각종 차별적 부담금을 경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특별대책지역 내 신규골프장 사업승인을 무조건 제한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배출기준 강화 등의 조건부 허용을 검토해 줄 것을 건의했다.

■ 7.20. 이헌재 부총리 : 230개 골프장 일괄허가 방침 선언

전경련의 이러한 의견이 제출된 지 채 일주일도 안된 지난 7월 20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재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중인 2백30개의 골프장 건립 신청 건을 4개월 안에 일괄 심사를 거쳐 조기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또 "목포 남쪽에 '리조트 특구'를 조성해 골프장 수십개 코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골프장 하나를 짓기 위해선 인.허가를 받는 데만 평균 5년이 걸린다"며 "(골프관광객 유치를 위해) 국무조정실과 함께 골프장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 같은 이 부총리 발언과 관련,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연간 10만명이 넘고 매년 해외 골프로 유출되는 외화는 1조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국내에 골프장을 다수 건립하면 세수 증가와 고용 창출 효과가 상당하다고 주장, 허가를 신청한 2백30개 골프장 대부분에 대해 허가를 내줄 방침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오는 9월 하순부터 시행될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일명 지역특구법)'을 적극 활용해 리조트특구로 지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골프장 설립과 관련된 규제를 적극 풀어줄 방침임을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말 현재 전국에 운영중인 골프장이 1백81개인 것을 감안할 때 조기에 골프장 숫자를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으로,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 '무대책'인 정부가 골프장 건설 허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 7.21 서천범 소장 : 골프장 과다 개발, 일본식 줄도산 경고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골프장이 한꺼번에 공사에 들어갈 경우 공사비 조달을 위한 회원권 분양이 어려워질 것이며 결국 공사를 중단하는 곳이 속출하고 환경만 파괴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골프장이 갑자기 많아지면 기존 골프장도 경영난에 봉착하거나 도산할 수 있다"며 일본식 줄도산이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은 85년부터 10년간 골프장 건설붐으로 600여개의 골프장이 새로 생겼지만 과당 경쟁과 골프 인구 감소 등으로 96년부터 7년 간은 244 개의 골프장이 폐업했다.

■ 7.21 유시민 의원 : 골프장 확대 정부 정책 동조 발언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열린우리당내 대표적 진보인사이자 분배론자로 알려진 유시민 의원조차 정부의 이런 방침에 적극적 동의를 표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제4정책조정위원장은 이부총리의 골프장 발언 다음날인 21일, 참여정부의 분배(사회복지)정책 방향과 관련해 "최선의 경제정책이 최선의 사회정책"이라고 밝히면서 "글로벌, 개방화 추세로 요즘은 한쪽을 막아놓으면 (자본 산업 인력등이)다른 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도저히 잡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선진적인 규제완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 위원장은 중국, 동남아등지로 빠져나가는 골프여행객을 일례로 들며 골프애호가들은 늘어나는데, 규제로 골프장이 태부족하고 가격도 비싸니까 해외로 다 빠져나가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안병영 교육부총리와 김병일 기획예산처장관 등 8개부처 장·차관과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홍재형 정책위원장, 유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7.22 이헌재 부총리 : '골프장 규제완화' 관계부처에 다그쳐

다음날인 22일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장관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다시 "골프장 인허가는 된다 안된다 결정을 빨리 내줘야 한다"며 각종 규제개혁를 가시화하라고 관계부처를 다그쳤다.

이 부총리는 "오랫동안 규제개혁을 얘기해왔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채근했다. 특히 "골프장의 경우 몇 백건이 접수돼 있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규제는 당연히 존속돼야 하지만 이 경우에도 통과기간을 줄여 간소화해주는 게 투명성을 높이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7.22 환경련 : 대한민국을 골프자유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오전 11시부터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은 총 262개가 운영 또는 건설 중에 있다"며 "국토면적당 골프장 면적은 0.2%로 일본의 0.04%와 비교하면 5배 이상이고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그 면적은 두 배 이상 급증한다"고 밝혔다.

환경련은 이어 "이는 대한민국을 골프자유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골프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충분한 검토 없이 과거 개발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근시안적 건설경기부양책"이라고 비난했다.

또 환경련은 "일본은 90년대 초 시작된 불황으로 골프장이 연쇄도산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하며 "이 부총리는 사과하고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침에도 불구 정부의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 정책은 속도를 더해 갔다.

■ 7.28 재경부 : 골프장 설립 무제한 허용 방침 발표

7월 28일 재경부가 골프장 설립을 무제한 허용하는 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해 10월 문화관광부가 골프장 입지기준 및 환경보전에 관한 규정을 개정, 시·군·구별로 임야의 3% 이내까지만 골프장을 설립토록 허가해주던 규정을 폐지하고 광역자치단체내 임야의 5%까지 설립하도록 하는 규정만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문광부는 최근 각 기초자치단체에 골프장 설립허가업무에 개정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정 규정에는 한계농지나 간척지, 쓰레기매립지, 폐염전 등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토지는 한도규정에서 제외해 골프장 유치를 완전 허용했다"고 밝힘으로써, 임야가 적어 골프장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경기도 시흥 등 서해안 지역들도 광역 시·도의 한도를 적용받게 돼 골프장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이 관계자는 또 "골프장 입장료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연내에 내놓을 계획"이라면서 "세금인하만으로도 3만5000원 정도 입장료를 낮출 수 있다"면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간척지 등 평지에 골프장을 만들면 현재 500억∼700억원에 이르는 건설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지방의 경우 그린피를 10만원 안팎까지 낮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초자치단체내 골프장 총면적을 임야의 3% 이내에서 제한하던 골프장 설립기준이 광역 시·도별 5% 이내로 대폭 완화되고 한계농지나 폐염전 등 경제성이 낮은 토지는 한도기준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져 골프장 설립이 사실상 무제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 때 이미 '간척지'에도 골프장 건설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만금골프장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7.29 국세청 : 골프회원권 기준시가 11% 상승 공지

이러한 가운데 7월 29일 국세청이 8월부터 적용되는 골프장회원권 기준시가를 발표했는데, 기준시가가 8억원을 웃도는 골프장 회원권이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 이 회원권을 포함한 전국 골프회원권 기준시가가 6개월 만에 평균 11%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상승률은 2002년 8월 1일(직전 고시 대비 18.7% 상승)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 8.1 재경부 : 골프장 250개 만들면 5만명 고용창출 효과있다

이로부터 3일 후인 8월 1일 재경부는 "골프장 250개 만들면 5만명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하여 골프장 호가대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 8.2 환경부 : 골프장 환경성 검토 빠른 시일 내에

이러한 가운데 8월 2일 환경부 장관이 골프장 사전 환경성 검토를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실시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골프장 허가를 위해서는 환경부의 사전 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 평가 절차가 필수적인 만큼 가능한 빠른 기간 안에 허가를 요청한 골프장의 환경평가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개발부서의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 확대계획에 제동을 걸어야 할 환경부조차 맞장구치고 나온 셈이다.

■ 8.4 건교부,문광부 : 복합관광레저도시 조성추진계획 발표

이틀 후인 8월 4일에는 건설교통부와 문화관광부가, '복합관광레저도시' 조성 추진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복합관광레저도시 건설 추진은 이헌재 부총리가 최근 밝힌 골프장 230개 조기 건설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관광레저도시의 성패는 골프장 건설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는 골프장과 놀이동산, 스키장, 호텔, 리조트 등 레저시설과 관광시설이 들어서며 복합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산업단지 등을 입주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면적은 골프장 등과 함께 산업단지 등 다른 기능을 함께 수용할 계획인 만큼 최소 50만평 이상될 것으로 보인다.

■ 8.6 농림부 : 초지 골프장 등 용도전용 부담금 감면책 발표

농림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농림부는 8월 6일, 내년 7월부터 조성한 지 25년 이상 된 초지의 전용이 신고만으로 가능해지고, 경제자유구역 및 지역특화발전 특구 안에서는 전용 부담금이 절반으로 줄어 이를 활용한 골프장 건립이 가능케하는 초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농림부는 이 같은 내용의 초지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을 거쳐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초지를 조성한지 25년만 지나면 복잡한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고만으로 과수원,밭,농산물 가공·보관장,공익시설 등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조성후 30년이 지나야 전용이 가능했다.

개정안은 특히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경제자유구역과 지역특화발전특구내 초지에 대해서는 골프장 등 용도로 전용할 경우 대체초지 조성비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농림부는 현재 1㏊당 780만원인 대체초지 조성비를 50%까지 감면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전국의 초지는 2003년 말 현재 4만6천㏊로, 이번 법 개정으로 규제 완화 대상이 되는 25~30년 경과 초지는 1만500㏊(23%)다. 30년 이상 된 초지는 1만3천㏊(29%)다. 전체 초지의 42%는 제주도에 있으며, 제주도에서 이번 개정으로 전용이 가능한 지역은 6천㏊(1천8백만평)에 이르고 있다.

이재용 농림부 축산경영과장은 "지난 5월 국무조정실 주재로 골프장 민원 적체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초지의 골프장 전환 문제가 거론됐다"며 "골프장을 초지 전용 허용 용도에 넣을지와 경제자유구역 및 지역특화 발전특구 밖 초지의 골프장 전용을 허용할지는 앞으로 시행령 개정 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8.7 해남 100홀 넘는 골프리조트단지 계획 발표

다음날인 8월 7일, 100홀이 넘는 골프장이 2010년 해남에 생긴다는 보도가 주요 일간지면을 장식했다.

이름하여 '해남 골프리조트 단지'가 그것. 이헌재 부총리가 얼마 전 운을 뗐던 바로 그 '목포 남단의 대규모 골프특구'다. 중국의 대형 골프리조트인 '미션힐스'에 맞불을 놓는 야심작이라는 설명도 붙는다. 더 나아가 제주도보다 더 싼 골프장 이용료(그린피)로 국내 중산층 골프족은 물론 '외화 보고(寶庫)'로 불리는 중국인 골프관광객도 대거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부지 예정지는 전남 해남군 일대의 대규모 간척지. 100홀이 넘는 골프 코스와 리조트 시설이 들어선다. 농업기반공사가 100% 땅 소유권을 갖고 있어 저렴한 부지 공급이 가능하다. 아직 농지 지정이 안된 상태여서 골프장으로 개발하는 데도 별 지장이 없단다.

■ 8.9 대한상의 : '골프경기부양론' 내세우며 지원사격

이러한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가 현재 건설중이거나 사업을 준비중인 2백50개 골프장을 건설하면 27조2천억원의 경기진작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골프 경기부양론'에 대한 전폭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월 9일 '골프장 건설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건설경기 진작 ▲일 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세수 증대 ▲해외 골프여행 수요의 국내 흡수 등 다양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말한 "현재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2백30여개의 골프장 건립 신청건을 4개월 안에 일괄 심사를 거쳐 조기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골프 경기부양론'에 대한 지원사격의 성격이 짙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작년말 현재 국내 골프장 수는 1백81개로 2010년까지 골프수요를 감안하면 약 2백50여개의 골프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골프장협회가 발표한 지난 상반기 골프수요가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수준에서 더 이상 성장을 멈췄다는 내용과 상반되는 것이다.

상의는 이 보고서에서 골프장이 완공된 이후 시설이용과 관리 등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매년 GDP 2조3천억원 증가, 고용 4 만1천여명, 세수 8천억원 증가 등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의는 특히 2백50개의 골프장중에서 2백30여개가 지방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장 건설이 침체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이같은 경제효과는 지역에 산업단지 12개를 새롭게 조성해 건실한 중소기업 3백20개를 육성하는 것과 맞먹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연간 10만명 정도의 내국인이 해외 골프여행에 5천억원 이상을 쓰고 있는 현실에 비춰 골프장 시설이 충분히 확충되면 여행수지 적자를 연간 30억달러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8.9 재경부 : 골프장 세부담 완화 정책 발표

대한상의의 지원사격에 호응이라도 하듯 정부는 이날 지방자치단체들이 원할 경우 특별소비세 인하로 그린피를 낮추는 등 골프장의 세(稅)부담을 완화하고 골프ㆍ스키장의 부지면적 제한도 폐지하기로 한 방침을 발표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8월 9일 "골프장 등 레저산업 활성화를 위해 감면조례로 종합토지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를 인하하는 지자체에는 하반기 중관련 법 개정을 통해 국세인 특소세를 면제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지방세를 낮추는 지자체의 골프장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1인당 1만9,200원선(농특세ㆍ교육세 포함)인 특별소비세가 면제돼 취득세등 여타 관련세제 경감분을 포함할 경우 최대 3만5,000원 가량씩 그린피가 낮아질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재경부는 종토세와 재산세의 경우 현행 분리과세 등으로 5%의 단일세율로 중과하는 골프장 세제를 지자체 조례를 통해 3% 가량의 단일세율로 낮추거나 일반세율을 적용해 면적과 재산가치에 따라 누진 과세, 3~4% 정도로 인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8월 중에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33만평(18홀 기준) 이상 짓지 못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폐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스키장 면적제한도 없어지고 골프장 클럽하우스 등 부대시설의 면적제한 규정도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 8.12 건교부 : 인천국제공항 국내 최대 72홀 골프장 건설

이러한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 72홀짜리 대규모 대중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8월 12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현재 민자유치 방식으로 공항 내 유휴 지에 국내 최대 규모인 72홀짜리 대중골프장을 건설중이며, 현재 3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 부지면적은 총 121만평으로 ▲공항 화물터미널 남단 사업권I 지역 29만 평 ▲공항 동측 자유무역지역 부근의 사업권Ⅱ 지역(제5활주로 후보지) 83만평 ▲경관개선부지 9만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대규모 골프장 건설사업에 하나은행을 비롯한 8개 은행,보험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9백50억원을 지원한다. 8월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 우리 신한 외환은행과 삼성 교보 대한 SK생명 등 8 개 금융회사들은 인천국제공항 골프장 건설에 소요되는 총 공사비 1천2백80억원 중 9백50억원을 8월 말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이 골프장은 사업시행자인 클럽폴라리스가 2020년말까지 자체적으로 운영한 뒤 사업권을 인천공항공사에 넘기기로 돼 있으며 개장은 오는 2006년 7월로 예정 돼 있다.

■ 8.16 이정우 위원장 : 골프장 늘려야

이로부터 며칠 후인 8월16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이정우(李廷雨) 위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골프는 이미 중산층 스포츠로, 국내에 골프 수요가 많다면 골프장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골프장을 하나 만드는데 928개의 도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불필요한 규제는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과감하게 없애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헌재 부총리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을 일축이나 하듯이 청와대 내 대표적 분배론자인 이정우 위원장조차 골프장에는 손을 든 셈이다.

■ 8.19 건교부 : 6홀짜리 미니골프장 건설 기준 완화

이것만이 아니다. 건설교통부는 6홀짜리 미니골프장 건설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개정안'을 마련 19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골프장 최소홀수 기준을 폐지해 9홀 미만 미니골프장도 제2종지구 단위계획 대신 규제가 덜 까다로운 도시관리계획상 도시계획시설로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도시공원 등 한정된 장소에만 설치가 가능했던 6홀짜리 미니골프장이 도심 근교의 관리지역(옛 준농림지와 준도시지역)이나 보존산지 등에 쉽게 들어설 수 있게 됐다.

■ 네티즌 : 골프장 건설확대 부정적

한편 '미디어다음'이 핫이슈토론을 통해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명목으로 신규 골프장을 추가 건설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결과 네티즌들의 의견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핫이슈토론에서 지난 8월 19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골프장 추가건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총 참여자 1만 162명 중 60.8%(6,181명)가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찬성 의견은 38.6%(3919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 8.27 우리당,문광부 : '관광레저형 복합도시에 관한 특별법' 합의

한편 열린우리당과 문화관광부는 8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과 조배숙 열린우리당 제6정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회의를 열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의 올랜드나 프랑스의 니스와 같은 대규모 관광레저형 도시 한두 곳을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를 위해 9월 정기국회에서 '관광레저형 복합도시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해 처리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여행수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외국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골프장, 놀이시설 등 다양한 관광 요소를 갖춘 종합 리조트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8.30 우리당, 정부 경제정책토론회 : 2~3백개 골프장 건설이 경기부양책이냐?

3일 후인 8월 30일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국회에서 경제정책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부영 의장의 인사말처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실현가능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각계 전문가들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내 정부와 여당을 머쓱하게 했다. 코너에 몰린 당정은 정부가 여당을, 여당 중진은 당내 일부 개혁파를 몰아세우는 식으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경실련 권영준 상임집행위원장은 작심한 듯 "여권 내에 부패한 수구와 파괴적 진보가 모여 있다"고 지적한 뒤 재경부를 향해 "머리 좋은 분들이 생각한다는 게 골프장 200~300개를 허가해 경기부양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실패한 정책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모피아(MOPIA·재경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경실련 권위원장의 비판에 "서민 중산층 대책 등 무려 20개 대책을 밤새워 발표하고 있다"고 변호했다.

도마에 오른 골프장 200~300개 허가 방안에 대해서는 "마치 이를 경기회복 정책의 전부인 양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 8.31 전라북도, 540홀 규모 세계최대 골프장 새만금에 건설계획 발표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백미'는 바로 새만금골프장 소식이었다.

8월 31일 전라북도가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변산반도와 접한 만경강 수역 갯벌지역 800만평에 최대 540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정규홀(18홀) 30개에 달하는 규모로서 세계 최대 골프장이다.

골프장은 전북도가 새만금 내부에 추진하고 있는 2000여만평 규모의 복합 관광레저 단지 조성사업의 한 프로그램으로 골프단지에는 골프아카데미.숙박시설 등도 함께 지을 계획이다.

새만금 갯벌에 540홀 규모의 초대형 골프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은 당연한 일.

전북도의 대규모 골프장 개발계획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농지조성이라는 새만금 간척사업 초기 목적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꼴"이라며, "전북도의 계획 발표가 새만금 논란을 새롭게 증폭시킬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려되는 골프장 건설 확대계획

이상과 같이 살펴 볼때, 정부의 골프장 건설 확대 계획과 규제완화 계획은 '전국토의 골프장화'라는 우려가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두에 언급했듯이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장기적 처방도 아니며, 기술의 진보나 생산적 부문에의 투자도 아닌 소비적 부문에 투자하는 단기 부양책이기 때문이다.

이는 손쉬운 돈벌이감에 익숙해져 있는 재벌들의 규제완화라는 요구와 토건형 경제개발정책에 익숙한 재경부 관료집단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반환경적 정책에 다름아니다.

골프장 250개를 짓는데 필요한 건설공사비는 13조 6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할 방법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담보할 산업분야에 대한 투자이지 비생산적이고 환경파괴적인 골프장 건설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제주에 미칠 파급이다.

이미 해남 골프특구는 제주도보다도 그린피를 싸게 책정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전국적 세부담 감면 정책이 발표되고 있는 시점이고 보면 더 이상 제주만이 누릴 수 있는 강점은 없다는 말이 된다.

또한 현재 40여 개에 달하는 골프장이 완공될 경우 제주도 내에서의 경쟁도 경쟁이려니와 이제 전국적인 골프관광객 및 회원권 판매 경쟁이 불붙어, 타 지역보다 접근성에 불리한 제주도내 업체의 도산도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필자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공사하다 파헤치기만 하고 중단되는 경우이다).

환경적 측면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농림부의 초지법 개정 방침에 따라 중산간 초지가 골프장으로 갈아 엎힐 가능성은 물론, 대규모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의 우려도 엄존한다.

육지부의 지역과 달리 제주인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오염과 고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 저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골프장 규제완화정책은 마치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앞만 보고 나가고 있는 형세라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장 개발과 관련한 단기부양 정책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인, 행정수도 개발, 전국 16개 광역 시도 별 전략산업 육성계획, 수도권 재정비 계획, 6개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육성계획 등 중장기 계획도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 자칫 전국토의 난개발 우려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정책과는 달리 개발정책은 한번 잘못 시행되면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를 막을 장치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위원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환경부조차 제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는 이상... 

이를 막고 제자자리로 돌려낼 유일한 힘은 깨어있는 국민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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