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번영’기조로 ‘1+3’ 전략 채택…7대 선도프로젝트 ‘변화’ 조짐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가 제주도를 동북아 평화의 허브로 육성키로 하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상-비전과 전략’ 보고서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면서 참여정부의 제주의 발전전략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가 청와대에 국제자유도시를 국가차원에서 힘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기구를 설치해 줄 것을 건의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산하에 ‘제주특별위원회’가 설치될 예정이나 제주도와 동북아시대위가 구상하는 제주발전 전략 사이에 약간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이는 국가발전전략 차원에서 제주도의 위치를 어떻게 자리매김 하느냐는포지션과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발전전략 사이에 시각 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북아시대위원회는 국가 발전전략으로 정치적으로는 ‘평화’를 경제적으로는 ‘번영’을 조합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기본 베이스로 삼고 지역차원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동북아시대위는 이 같은 발전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별 거점전략을 채택, 서울을 금융의 허브로 육성하는 한편,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된 인천∙부산∙광양은 ‘물류 허브’로 다도해를 끼고 있는 목포는 ‘종합레저타운’ 거점으로, 그리고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는 ‘평화의 허브’로 삼는다는 보고서를 입안했다.

평화의 허브인 제주도에 대해 동북아시대위는 ‘1+3’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즉 한반도를 동북아의 평화거점으로 발전시켜나가되 그 중심축을 제주에 둔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다 관광과 교육, 의료를 경제발전전략(번영의 과제)로 삼는 ‘원 플러스 쓰리’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정부와 제주도가 구상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 추진방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자유도시란 현 단계의 과제를 추진한다는 점에서는 동일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제주의 비전을 ‘평화’로 설정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평화와 국제자유도시는 일맥 상통하고, 제주도 역시 ‘평화의 섬’ 구상과 ‘국제자유도시’ 전략을 병행해 왔다는 점에서 동일한 코드로 해석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과제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노출되고 있다.

지금의 국제자유도시 추진전략은 쇼핑아울렛과 첨단과학기술단지, 생태∙신화역사공원 등 소위 ‘7대 선도프로젝트’로 집약된다.

하지만 동북아시대위의 구상은 제주의 경제발전전략으로 기존 ‘관광’에다 ‘교육’과 ‘의료’를 채택했다. 7대 선도프로젝트에도 교육과 의료가 개별 사업별로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대신 다도해를 끼고 있는 목포를 ‘종합레저타운’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은 정부가 제주와 목포간에 분명한 차별성을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점은 제주출신인 동복아시대위 문정인 위원장의 발언으로도 뒷받침 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제주를 찾은 문정인 위원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평화의 거점인 제주도가 관광과 교육, 의료의 중심지로 발전해 나가는 데 대해 대통령의 관심이 많다”면서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평화의 논리가 녹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7대 선도프로젝트에 대해 “정부의 예산지원이 잘 안되고 있다. 선도프로젝트는 수정이 필요하며,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의 발언은 관광의 메카라고 자부해 온 제주도의 ‘관광’ 발전전략은 그대로 두면서도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제주만의 특성을 갖는 전략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로 평화를 대표 브랜드로 하고 ‘관광+교육+의료’ 산업을 육성시키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 중앙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국제자유도시가 ‘국책과제’로 추진돼 왔었으나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는 예전에 비해 ‘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이와는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 정부가 제주국제자유도시를 국가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했다면 참여정부는 이를 지방분권차원에서 제주도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게 확인될 경우 국제자유도시 추진전략은 부분적으로 수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는 7대 선도프로젝트에 대한 예산통제를 통해 이를 우회적으로 견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정부에 요청한 예산 일부가 기획예산처에서 제동을 당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의 섬’ 사업은 상당한 속도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말 제주도가 건설교통부에 제출한 ‘평화의 섬’ 지정신청안은 이미 건교부와 외교통상부, 통일부, 재경부 등 12개 부처가 참여한 태스크포스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오는 9월말 또는 10월초에 첫 회의가 열리는 동북아시대위 제주특별위원회 첫 안건으로 ‘평화의 섬’ 지정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밀레니엄관 건립과 동북아 평화군축센터 설치 문제, 그리고 내년에 열리는 제주평화포럼도 정부 차원에서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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