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오름기행] 새집처럼 포근한 닥모루오름

▲ 닥모루오름 정상 해발 239m인 닥모루오름 정상에는 강아지풀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 김강임

살갗을 파고들던 폭염이 오랜 진통 끝에 가을을 낳았다. 이즈음 성급하게 가을을 기다리는 곳은 어디일까?

제주시에서 중산간 도로를 따라 다가보면 한경면 저지리에 닥모루오름이 있다. 닥모루오름은 저지오름, 또는 새오름으로 알려졌다. 오름 주변에 이르자, 익은 참깨를 수확하고 마늘을 심는 농부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계절이 교차하면 제일 바쁜 사람들이 농부들이다. 이렇듯 오름 주변은 제주인들의 삶의 터가 아니었던가. 

 

▲ 해송 우거진 닥모루 가을숲 닥모루 숲에는 해송과 야생화가 가을을 연출한다
ⓒ 김강임

숲길 1540m 스토리가 이어져

지난 2일,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얼굴 보기 힘들었던 아파트주민 10여명과 닥모루오름을 다녀왔다. 닥모루오름 기행 길라잡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오식민 선생님. 오름 기행은 생태계의 가치를 탐방하는 것도 좋지만,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등반로를 오르며 발끝에 머무는 야생화와 숲의 풍경에 빠져보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다. 갖가지 생태계가 꿈틀거리며 생명의 숲으로 오르미를 반겨주니 말이다. 
 

지난 2일,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얼굴 보기 힘들었던 아파트주민 10여명과 닥모루오름을 다녀왔다. 닥모루오름 기행 길라잡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오식민 선생님. 오름 기행은 생태계의 가치를 탐방하는 것도 좋지만,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등반로를 오르며 발끝에 머무는 야생화와 숲의 풍경에 빠져보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다. 갖가지 생태계가 꿈틀거리며 생명의 숲으로 오르미를 반겨주니 말이다.  
▲ 닥모루 표지석 닥모루 표지석은 여름내 자란 잡초가 허리까지 자랐다.
ⓒ 김강임

오전 9시 30분, 지난여름 강렬한 햇빛과 적당한 비가 내렸던 탓인지 닥모루오름 표지판 허리까지 잡초가 덮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여름이 무던히도 길었나보다.

제주오름 유래는 참 흥미롭다. 오름의 형태와 생태계, 전설을 스토리텔링 하여 붙여진 이름이 저마다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닥모루오름 유래 역시 닥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닥모루, 오름 모양이 새 주둥이와 비슷해서 새오름이라 부른다 한다.

 

오름표지판에서 정상까지는 500m 정도, 표고 239m의 몸통 속에 들어가 보면 숲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산등성이로 이어진 숲의 길이 1540m, 오르미들은 세 갈래로 이어지는 숲길에서 잠시 발길을 멈췄다. 어느 길을 선택해야할지 망설인 것이다. 하지만 길은 길에 이어져 있으므로 이어지는 숲길은 모두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 오름에 공생하는 버섯 오름속에는 공생하는 생태계가 있다.
ⓒ 김강임
▲ 야생화가 오르미들 반겨준다 잡초속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정원을 이룬다
ⓒ 김강임

생명의 숲, 새집처럼 포근하다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숲길에 들어서자, 밤새내린 빗방울에 오름 속에 숨어 사는 버섯과 야생화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에는 '생명의 숲'이라는 닉네임이 붙여져 있었다. 생태계를 잉태하는 숲, 맑은 공기를 뿜어대는 숲, 삼라만상을 깨우는 숲, 생명을 연장해 주는 웰빙(참살이) 숲, 닥나무와 해송 우거진 숲은 새집처럼 포근했다. 
 

▲ 닥모루 중턱에서 본 산방산 오름 중톡에 서면 산방산의 모습이 전설처럼 떠 있다
ⓒ 김강임

정상을 100m 정도 남겨 놓고 숨 고르기를 할 때였다. 해송사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마치 가을바람처럼 소슬하다. 산방산과 형제 섬의 풍경이 마치 신기루 같다. 이렇듯 제주오름 속에 들어가 보면 늘 보아왔던 삶의 터가 또 다른 풍경으로 이미지를 연출한다.

 

▲ 정상에서 본 비양도 정상에서면 비양도가 아스라히 떠 있다
ⓒ 김강임

산등성이를 돌고 돌아 오른 정상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자. 등에 짊어진 배낭을 풀고 털썩 주저 않으니 강아지풀 속에서 가을이 흐른다. 바람 부는대로 출렁이는 물결, 물결은 바다에만 이는 줄 알았더니 오름 정상에서도 파도를 친다.

누구나 오름 정상에 서면 풍경을 말하는 시인이 된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서쪽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산위에서 보는 섬은 마치 바다위에 떠 있는 배 같다. 전설을 말해주던 수월봉이 심심하게 홀로 서 있는 제주시 고산리 당오름과 마주하고 있다.

 

▲ 닥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분화구 원형분화구는 닥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분화구 모습을 볼수 없음이 아쉽다
ⓒ 김강임
▲ 정상에 있는 정자 정상에는 오르미들의 휴식을 제공하는 정자가 기다린다.
ⓒ 김강임

"닥모루 분화구 누가 살고 있을까?"

닥모루오름 분화구는 예쁜 원형분화구를 가졌음에도 볼 수가 없다. 뽕나무 같은 닥나무와 소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으니 말이다. 분화구는 깊이 62m, 둘레가 800m나 되지만 그 아름다움과 위엄성은 볼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닭모루 분화구에 누가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더해 갔다.
 

닥모루오름 분화구는 예쁜 원형분화구를 가졌음에도 볼 수가 없다. 뽕나무 같은 닥나무와 소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으니 말이다. 분화구는 깊이 62m, 둘레가 800m나 되지만 그 아름다움과 위엄성은 볼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닭모루 분화구에 누가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더해 갔다. 
▲ 능선을 따라 산책할 수 있다 닥모루의 묘미는 중턱에 이어진 숲길과 능선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김강임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만약 예쁜 분화구가 자태를 드러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화구를 돌며 훼손시켰을까? 소나무 틈새로 보이는 잡초 무성한 분화구를 가까스로 조망 하면서 우리들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닥모루 분화구 아름다운 노출을 보고 싶나요?"
"아닙니다. 자연은 때로 숨겨진 풍경이 더 아름다울 수 있지요!"

 

 

닥모루오름
 
▲ 저지마을에서 본 닥모루오름 닥모루 오름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 김강임
닥모루오름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산 51번지에 소재해 있으며, 표고 239m, 비고 104m이다. 분화구의 둘레는 800m, 깊이 62m, 화산체로 정상은 깔때기 모양의 원형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 유래는 저지마을 형성과 동시에 생겼으며, 오름일대 효자동산, 가메창, 오름허릿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 닥모루오름 정상 표지판에서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제주공항- 서쪽 16번도로 - 분재예술원(삼거리) - 조수(600m/마을 공동묘지) - 닥모루오름으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표지석에서 오름 정상까지는 500m 정도지만 산등성이로 이어지는 숲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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