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장실일꾼들 제주도 아름다운 화장실 이색 테마 연수

전국의 '화장실'과 관련된, 화장실에 대해서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제주를 찾는

▲ 이제는 어엿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아름다운 화장실들.
다.

한국의 관광명소인 제주도를 전문가들이 찾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으나 8일부터 10일까지 2박3일까지 제주를 찾는 이들의 목표는 하나다. 제주의 화장실을 관광하기 위해서이다.

이 행사의 명칭은 '전국 아름다운 화장실 테마연수'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공무원과 학계, 기업인들로 구성된 '한국화장실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100여명이 참석해, 제주도의 아름다운 화장실 관광에 나선다. 이 협회의 회장은 수원시장 재임시절 한국에서 최초로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 운동에 나섰던 심재덕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이들의 일정을 보면 그야말로 희얀지다. 어떤 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겉으로 보자면 여는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관광지 견학 일색이다.
성읍민속마을, 구좌비자림, 김녕만장굴, 조천항일기념과, 서귀포 시립해양공원 등 일반적인 관광코스이다.

그러나 이들의 관광·견학대상은 관광지가 아니다. 물론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하지만 주목적은 관광지에 있는 화장실 구경이다. 제주도가 어떻게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었는지, 또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이들의 관심사일 뿐이다.

때문에 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화장실만을 찾는다. 이들의 일정을 잠깐 보자.
8일 오전에 도착하는 이들은 제주시에서 오찬을 한 후 성읍민속마을로부터 시작해 이날 하루 다섯 군데의 화장실을 돈다.

9일에는 아침 식사를 한 후 송악산 화장실을 구경한 후 마라도에 들어서까지 화장실을 견학한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한 후 또 서귀포 시립해양공원과 중문관광단지내에 있는 화장실 운영 실태를 파악한다. 행사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에도 목석 원과 신산공원, 절물휴양림 화장실을 보고난 후 제주를 떠난다.

2박3일 동안 일정이 아침 식사하고 화장실 구경하고, 점심 먹고 또 화장실을 견학한다.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는 화장실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이들은 이 같은 일정에 대해 아예 ‘화장실 투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처럼 ‘냄새나는(?) 화장실에 매달리고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에게 있어서 화장실은 예전처럼  ‘뒷일(?)’을 처리하는 그런 불결한 곳이 아니다. 전국화장실협회에게 있어서 화장실은 휴식공간이자 그 지역 문화의 척도이다. 이제는 화장실에도 ‘문화’라는 단어가 어엿이 붙어 ‘화장실 문화’라는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장실은 새로운 건축문화로까지 발전한지 이미 오래다. 단독주택 건축비가 평당 250만원 수준이라면 최근 공공기관에 들어서는 화장실은 평당 400만~500만원 수준이다. 제주시 신산공원 화장실은 평당 488만원으로 2억원을 들여 지어 놓았다. 서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지만 모든 시민들이 반드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공공시설임을 감안할 때 화장실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바꿔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심재덕 회장을 비롯한 전국의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어 나가는 일꾼들은 지난 5년동안 협회일을 하면서 공중화장실법을 제정했고, 지난 7월1일부터는 시행에 들어가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 이들은 화장실법이 시행된 7월 30일을 기념해 매년 기념식을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날을 ‘화장실의 날’로 정해 전국적으로 화장실도 단장하고, 심포지엄도 갖고, 화장실 문화발전을 위해 일하는 인사들에 대해 격려하는 의미있는 날로 만들어 나가자는 게 이들의 소망이다.

이들의 꿈이 제주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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