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 올래 PLAY’ 공연 이중섭 예술제 맞아 더욱 '풍성'정룡 화백. 박경숙, 서승아 씨등 행위예술인 강렬한 무대꾸며

▲ '樂 올래 PLAY' 공연이 이중섭 예술제를 맞아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예술인들을 초청해 7일 공연을 펼쳤다. 정룡 화백과 박경숙, 서승아 씨가 이날 공연 하이라이트인 '무진용틀임 60'이란 행위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불꽃처럼 살다간 화가 이중섭을 기리는 한판 ‘난장’이 벌어졌다.

문화와 예향의 도시를 지향하는 서귀포시가 주말마다 주최하고 있는 ‘樂 올래 PLAY’가 이중섭 예술제(9월6~9일)를 맞아 더욱 풍성하고 이채로운 거리공연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7일 저녁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는 독특한 이력의 예술인들과 시민.관광객이 한바탕 난장판을 ‘소란스럽게’ 그리고 '즐겁게' 연출했다.  

   
 

 
 
한국화가이면서 행위예술가인 정룡 화백을 비롯한 제주향토인간문화재3호이자 중요무형문화재79호 이동안 재인청류 춤 이수자인 박경숙, 한국실험정신(KoPAS)대표인 실험예술가 김백기, 한국 유일의 부토극단인 천공요람 대표 서승아, 퓨전국악그룹인 이스터녹스 등이 이날 무대를 꾸몄다.

캐릭터가 예사롭지 않은 예술인들이 한데 섞여 아직 열기가 뜨거운 초가을 해를 스멀스멀 기어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엄청난 기운을 이날 저녁 거리공연장에서 뿜어냈다.

각각 개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한이름'하는 예술인들이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크나 큰 오산이었다. 화선지에 먹물 스미듯 서로가 조화로운 무대를 연출했다.

▲ 퓨전국악그룹 이스터녹스. 왼쪽부터 이누리, 박미나, 최영진
먼저 퓨전국악그룹인 이스터녹스의 최영진(모듬북, 장구, 타악) 박미나(대금) 이누리(신디사이저, 보컬)가 예사롭지 않은 라이브 무대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관객을 공연속으로 흡입하더니, 이내 제주춤꾼 박경숙이 신칼대신무와 한라의 북소리로 관객들마저 어깨를 들썩이게 하며 공연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박경숙이 두팔을 벌려 흐르는 물처럼 때로는 바람처럼 춤사위를 담아내면 이스터녹스도 어느샌가 천둥번개같은 갖은 장단으로 그녀의 발걸음을 더욱 사뿐히 만들었다. 단 한번의 리허설도 없이 즉흥적인 춤과 타악연주의 무대를 연출했다. 놀라울 뿐이다.

▲ 박경숙(제주향토인간문화재3호)씨가 선보인 '신칼대신무'. 그의 춤은 신들린 듯 자유자재였다.
이어  가장 강렬한 캐릭터의 김백기와 서승아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사람이 무대에 올린 행위예술 작품의 이름은 '강, 江, 守, 올래'다. 작품명에서 느껴지듯 '강강술래'라는 우리 민족 기층의 뿌리같은 예술혼과 정서를 현대화한 작품이다.

김백기는 한국실험예술을 이끌고 있는 젊은 예술가이다. 서승아는 일본에서 시작된 부토예술을 한국에서 주도하고 있다. 두 실험예술가의 퍼포먼스는 매우 독창적인 무대였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이들의 복장과 분장, 그리고 몸짓 하나하나에 시선이 묶였다.

▲ 우리나라 부토예술을 이끌고 있는 서승아 씨가 공연을 펼치는 사이 관객들은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들이 한바탕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지나간 무대에 드디어 무진 정룡(無眞 鄭龍. 68)화백이 20여미터에 달

   
 

 
 
하는 하얀 광목천을 즈려 밟고  관객과 호흡한다. 어렸을 적 이중섭 화백을 스승의 집에서 직접 만났었다는 그에게는 특별한 무대다. 이중섭이 떠나고 반세기 만의 만남인 셈이다.

박경숙, 서승아도 같이 무대에 섰다. 박경숙의 우리 춤과 서승아의 현대 춤이 조화를 이룬다. 이 사이를 비집고 파고드는 정룡 화백의 거친 붓놀림이 '용틀임'같은 거대한 즉흥휘호를 만들어내자 시민과 관광객은 행위예술의 진수가 느껴지는 듯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힘찬 박수를 보낸다.

'끼'를 참지 못한 관객들도 한순간 화가가 된다. 여기저기서  관객들이 마음가는대로 붓을 놀리며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제주도 서예가 변영탁 선생도 빗자루같은 대붓을 '턱' 쥐어 잡더니 화선지처럼 펼쳐진 광목천의 끝에서 끝을 향해 열살 아이 마냥 서너번씩 뛰어다닌다. 그사이 드물 '희(稀)' 자를 일필휘지로 써내렸다.

▲ 정룡 화백(68)이 관객들에게 이날 퍼포먼스의 의미와 그림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공연을 끝내며 정룡 화백이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토해냈다. "그림은 가장 쉽기도 하고 가장 어렵기도 하다. 무엇을 억지로 만들어내려하면 그림이 어려워지고 그냥 한없이 자연스러우면 너무 쉬운게 그림입니다"

이제 신화속 인물이 된 이중섭. 이중섭 예술제를 기념하는 이날 '락 올래 플레이' 공연은 관객도 출연 예술인도 모두 이중섭을 닮아 있었다. 예술을 갈구하는 열정이 있었고 그 예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의 그릇이 있었다.

신화같은 '이중섭'이 아니라 뜨겁게 살아 숨쉬는 '이중섭'을 만날수 있는 그런 무대가 됐다.

▲ 서예가 변영탁 선생도 이날 즉석에서 퍼포먼스에 참여, 드물 희(稀)자를 써내려가고 있다.

▲ 이날 공연 앞부분에서 4.3진혼곡 춤을 선보인 박소연 씨
▲ 관객들도 거리공연에 흥이 난듯 몰입해있다.
▲ 어린이들이 이중섭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있다.
▲ 이날 공연의 마지막 퍼포먼스로 펼쳐진 '무진용틀임 60'에서 탄생한 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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