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부도율·실업률·소비자물가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 ‘전국 최악’

제주지역 경제가 갈수록 깊은 구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소비자 물가와 생활물가지수, 실업률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어음부도율마저 지난 200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주경제 전반에 ‘위기’를 알리는 적신호가 연일 켜지고 있으나 이를 제어할 지역경제 회생대책은 마땅히 보이지 않아 더욱 암담한 실정이다.

한국은행 제주지역본부가 7일 발표한 8월중 제주지역 어음부도율(금액기준)은 7월보다 0.19%가 상승한 0.75%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평균 어음부도율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이며, 지난 2002년 10월 도내 어음부도율(0.79%) 이후 2년만에 다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8월중 어음부도율이 이처럼 크게 상승한 것은 도내 미분양 주택 적체 등으로 건설업의 부도금액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경기부진으로 도소매업의 부도액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전체 부도금액은 56억원으로 전월 42억원보다 14억원이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농수축산업 및 제조업 부도액은 감소한 반면, 건설업은 31억1600만원으로 전체 부도액의 59.1%를 차지했으며, 도소매업도 10억800만원(18.5%)을 기록했다. 결국 건설업과 도소매업이 전체 부도금액의 77.6%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건설업과 도소매업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다른 분야보다 커 이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도내 주택건설업계는 7월말 현재 1814세대의 미분양주택으로 자금이 완전히 동결돼 극심한 자금난에 봉착한 상황이며, 주택공사가 10월 중 노형지구에 1068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어서 도내 주택건설업체들은 거의 빈사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주경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는 이뿐만 아니다.

7월 기준 도내 실업률은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 제주통계사무소가 발표한 7월 제주지역 실업률은 2.8%로 지난달에 비해서는 0.3%포인트, 그리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0.7%포인트 상승해 8000명이 실업자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실업률은 지난 2002년 2월 2.9%를 기록한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물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8월중 도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15.0으로 전월(114.3)에 비해서는 0.6%, 전년 같은 기간(109.3)에 비해서는 5.2%가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급등세는 통계청이 물가지수를 개편한 2000년 1월 이후 사상 최고치로 지난 7월 5.1% 상승에 이어 두 달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지수도 120.0으로 7월 118.2에서 1.5% 상승했으며, 지난해 8월에 비해서는 7.7%가 올라 이 역시 전국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9일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어음부도율, 산업생산 증가율 등 4가지 지표로 올 상반기 지역별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를 산출한 결과 제주의 경제고통지수가 2.1로 광주(5.6)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살기 힘든 지역으로 발표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제주경제의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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