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사업인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산남에 있어야 한다.

단골 이발관이 있었다. 사정이 있어 두어 달 만에 들렀더니 그 사이에 주인이 바뀌었다.

전주인은 제주시로 갔단다. 노래방 하러. 아이들 교육문제도 있고. 이게 서귀포의 현실을 단적으로 웅변해준다. 생계를 위해, 아이들 교육 때문에, 그리고 다른 무엇 무엇을 이유로 다들 제주시로 간다.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평일에도 쇼핑도 하고 눈요기도 하고 외식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길 겸 겸사겸사 해서 제주시로 차를 몬다.

한겨레신문은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던 세계 최대의 음악사이트 벅스뮤직(bugsmusic.co.kr)이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회사대표는 “변방이 아닌 최전방에서 제대로 싸우기 위해 좀 더 나은 기업환경과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방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줘 지역의 후발업체들에 희망을 심어줘야 하는데 결국 우리마저 떠나게 돼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 지방은 우리나라 두 번째 도시인 부산이다. 

이게 제주도의 현실이고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거개들 그렇게 제주시로 서울로 몰려간다. 비대화와 피폐화, 영양과잉과 영양실조. 그것이 결과이자 원인이 되는 교육과 문화와 경제와 정치의 왜곡, 그리고 거기에 치이는 삶의 진실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매우 비극적이다.

그것은 양자간의 편차에 비례한다. 다만 지방에서 태어나서 지방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적으로 감수해야만 하는 열악한 교육 문화 경제 정치적 환경이라면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의 침해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의 당면과제임은 물론 당대 진정한 지식인들의 치열한 도전거리이기도 하다. 공간 때문에 인간이 홀대받아서는 안 된다.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

연전에 제주시에 수십억원짜리 외국어학습관이 지어졌다. 총사업비 34억6000여 만원이 투자돼 지하 1층, 지상 4층, 연건평 1525평 규모로 신축됐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제주외국어학습센터에는 최신 외국어 교육장비와 시설이 구비돼 학생 및 교사는 물론 ‘도민’들의 외국어 배양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번 물어보자. 성산포나 모슬포나 서귀포에 사는 ‘도민’들이나 학생 및 교사들이 그 시설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문제는 이것이다. 왜 모든 것은 제주시로만 통하는가? ‘시’에서 하는 자체사업이야 그렇다 치고, 어찌된 영문인지 ‘도’에서 하는 사업들조차 제주시로만 몰린다.

중앙정부가 하는 일도 그렇다. 이번 경우와 같이 그 직접적 수혜자가 도민들 개개인일 경우에는 ‘외국어학습관’은 제주시에 위치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그런 사고방식은 몰상식하다. 비인간적이다. 시대착오적이다.

하나의 50억 원짜리 거대한 시설이 제주시에 있을 게 아니라 5억 원짜리 열개가 지역마다 분산되어 있어야 한다. 50억 원짜리 외국어실습실은 과시용은 될지언정 명실상부하지는 않다. 도시집중, 사회양극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러하다.

지방분권은 서울 대 지방의 경우만이 아니라 제주시와 다른 시군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관철되어야 한다. 그

▲ 김학준 이어도교육문화센터 이사장
것은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기본적인 시민권 실현의 문제이기도 하며 따라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구가 적은 곳에 살거나 많은 곳에 살거나 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리는 동등하다. 

도지사 도의원 도교육의원 등등 광역단위의 대표자들이 절대로 유념해야 하는 대목이다. 지역언론들과 대학이 그리고 지식인들이 주목하고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대적 화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지주민들이 생존권의 차원에서 스스로 요구하고 투쟁하고 관철시켜내는 주체로서 결단을 내리고 어떤 형태로든 행동에 나서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만 덧붙인다. 문광부 사업인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산남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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