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특별자치-계층구조개편 연계 않는다”…추진주체도 명확히 분리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 추진방향에 대한 가닥을 조금씩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매우 신중하며, 자칫 주변에서 조금이라고 생채기를 낼라치면 금방 움츠려들 조짐이다. 제주지역사회에 핫이슈로 떠오른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며, 제주도도 이 같은 분위기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중간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8월 한달 동안 연구용역을 맡은 제주발전연구원은 물론, 열린우리당과 각 언론사에서 마련한 토론회와 전문가 포럼, 워크숍 등에서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토대로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과 일정을 내부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시각의 변화는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를 연동시키는데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계층구조 개편이 특별자치도의 ‘전제조건’이냐는 논란에서 해방되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계층구조 개편 문제로 자칫 제주의 미래가 걸린 특별자치도의 발목을 잡히는 우(愚)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개편의 추진주체를 명확히 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이 두 사안의 추진주체가 제주도냐, 아니면 제주도행정개혁추진위원회냐를 놓고 숱한 논란과 혼선을 빚어왔다.

제주도는 우선 계층구조 개편은 제주도 조례에 따라 제주도행정개혁추진위원회(행개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다 명확히 했다. 지금까지 새로운 계층구조를 만들어 내는 소위 ‘제주형 자치모델’ 작업을 행개위가 맡아왔으며, 제주도의 조례에도 이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행개위가 추진주체가 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특별자치도 추진주체에 대해서는 지역혁신협의회 산하에 구성된 제주특별자치도분과 또는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지역혁신협의회가 균형발전법에 근거해 조직된 법률적 기구인 만큼 특별자치도분과를 확대 구성해 특별자치도 추진을 담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추진일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 개편 추진을 분리하되, 이 게 특별자치도 모형이 확정된 후 계층구조 개편을 추진하거나, 계층구조 개편을 한 후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선후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 개편을 연계시키지는 않되 지금까지 추진해 온 일정에 따라 병행해 나갈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 병행해 나가는 것이 대 중앙정부 절충에도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추진 시기는 순연되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도는 당초 지난 8월17일부터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중간보고서를 보완해야 한다”는 행개위의 주문에 따라 주민설명회 일정을 연기했으며, 현재 연구진의 진행상황으로 볼 때 10월 중순에 가서야 최종보고서가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별자치도 중간보고서 상에 거의 언급이 안 된 지방의회 강화방안, 특히 정부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교육 자치와 자치경찰이 과연 최종보고서에 담길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나 제주도 당국은 10월 중순쯤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계층구조 개편안 중 5가지가 제시된 혁신적 대안 중 ‘최적의 안’을 고르는 작업도 남겨져 있다. 이는 그동안 토론회 과정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다섯 가지 않을 제시하는 것은 도민들에게 혼란을 줄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처사일 수도 있다”면서 제주도가 최적의 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 문제를 행개위에 맡길 예정으로 있으며, 행개위는 빠르면 추석 전, 또는 추석 이후가 돼서야 소집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행개위가 직접 최적안을 선택할지, 또는 특별자치도 연구진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발전연구원에 결정권을 넘길지도 아직 미정인 상태이다.

이에 따라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 개편 주민설명회는 이 같은 문제가 마무리 된 이후인 11월에 가서야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당초 12월에 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던 제주도의 일정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는 특별자치도와 연계시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정부협의를 거쳐 특별자치도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후 해야 한다는 게 여론임을 감안할 때 내년 2~3월쯤 돼서야 주민투표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제주도의 ‘행보’이다.

제주도는 계층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있다. 김태환 지사부터가 이에 대해 무척 신중하다.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게 김 지사의 입장이다. 자칫 제주도의 섣부른 입장발표나 대응이 마치 시장·군수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비쳐지거나, 제주도가 마치 특정한 ‘안’을 만들어 놓고 그 방향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분리해서 추진하겠다” “12월 주민투표는 어렵다”는 말도 내 놓고 하지 않고 있다. “행정의 연속성이 없다” “제주도의 추진의지가 없다”는 식의 또 다른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반면 특별자치도나 계층구조 개편문제가 결국은 도민의 선택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도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결국 현 단계 제주도의 입장은 도민사회의 ‘여론의 배’에 동승, 순리대로 나가겠다는 게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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