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 할머니' 진아영씨 9일 영결식…이시돌요양원 공동묘지서

한과 고통으로 점철된 이승에서의 삶을 다른 세상에서 구원해 준 것일까.

4.3 당시 총탄에 의해 턱을 잃은 채 평생을 하얀 무명천으로 턱을 두르고 다녀 ‘무명천 할머니’라고 불리던 진아영 할머니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했고, 생을 마감한 90세까지 4.3후유장애로 그동안 링거와 진통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이런 아픔과 고통을 치른 까닭에 4.3의 상징으로 부각돼 본명보다는 '무명천 할머니'로  더욱 유명세를 치른 진아영 할머니는 그동안의 후유장애와 심장질환, 골다공증 등 노환으로 조용한 임종을 치렀다.

   
9일 4.3의 아픔을 오롯이 가슴에 묻고 하늘로 승천한 ‘무명천 할머니’ 진아영 할머니의 영결식이 한림읍 성이시돌 요양원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영결식에는 고인의 지나온 삶을 방증하듯 요양원 식구들과 가까운 친지, 4.3 연구소와 민예총 등 4.3 관련단체 관계자, 그리고 허영선 시인이 참여한 가운데 진아영 할머니의 고단했던 삶을 애도하며 조촐하게 진행됐다.

   
40여명의 거동이 불편한 요양원 식구들과 마지막 미사로 영결식은 시작됐고, 미사가 끝나자 곧바로 5분 지척거리에 있는 이시돌 요양원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영결식의 그 흔한 애도사와 영결시 등은 없었지만 요양원 이영옥 원장 수녀의 단아하고 엄숙한 진행으로 진아영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경건하게 축복속에 마무리했다.

진 할머니와 비슷한 크기의 봉분이 만들어진 후 영결식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또 다른 세상에서는 현실의 삶과 다른 삶을 기원하며 명복을 빌었다.

이시돌 요양원 이영옥 원장은 “진아영 할머니는 2년 5개월 동안 우리 요양원에서 지내는 동안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지만 워낙 인정이 많고 애교가 넘쳐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셨다”며 “현실의 삶을 고단했지만 마지막은 주변 사람들의 축복으로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럽고 한 많은 이 세상에서 한 줌 흙으로 귀천한 진아영 할머니의 명복일 빌며, 부디 또 다른 세상에서는 평안한 삶이 이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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