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기] 10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첫 승 올려…11일 중국과 경기

아시아 최강 남자 배구선수들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여서일까? 가득 메운 관중석에는 유난히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많았다.

10일 한라체육관에서 개막한 '삼성애니카 2004 아시아남자배구최강전' 첫 경기는 한국과 대만의 경기였다.

경기장을 찾은 여학생들은 선수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연신 환호성을 지르며 여기저기서 카메라폰을 눌러댔다.

경기시작! 한국이 먼저 득점을 올렸다.

중계방송을 통한 경기에만 익숙해져서 있던 기자에게 해설가와 아나운서의 설명이 없는 경기장에서의 관람은 참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그간 너무나(?) 친절한 해설가와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으며 편하게 스포츠 경기들을 보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계방송에 너무 익숙해졌던 걸까? 어느 선수의 어떤 공격이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경기 초반 내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며 느끼는 흥분감 없이 열심히(?) 경기만 보고 있었다.

기자와는 달리 관중석을 거의 메운 여학생들은 잘도 흥분한다. 선수와 하나가 된 듯하다.

▲ 삼성화재 소속 이형두 선수.
2세트에 신진식 선수와 교체된 이형두 선수는 여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신진식·이경수 선수 정도를 아는 기자에게 15번 이형두 선수는 전혀 낯설었다.

'배구계의 얼짱'으로 통하는 이형두 선수의 인기를 전혀 몰랐던 기자는 신진식 선수가 교체될 때 여학생들이 지르던 소리를 아쉬움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진식 선수와 교체돼 들어간 15번 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중석의 여학생들이 열광을 하기 시작했다.

실수를 해도 좋단다.

그때야 알았다. 여학생들의 아우성이 신진식 선수가 교체됨을 아쉬워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선수의 투입을 환영하는 소리였다는 것을.

기자의 배구에 대한 무관심도 있었지만 확실한 세대차이를 느꼈다.

1세트를 25대18로 한국이 이기고 2세트에 들어가니 이제 조금 경기장 분위기에 익숙해진다.

한국 선수가 실수를 할 때 "아!"하며 아쉬워 발도 굴리게 되고 멋진 공격이나 수비를 펼칠 때는 또 손을 꼭 쥐고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됐다.

해설 없는 경기의 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고 할까? 관중들의 흥분을 몸으로 직접 느끼며 선수들과 하나된 듯한 기분을 맛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경기 내내 진행된 친절한(?) 한 아저씨의 중계 실력은 여느 아나운서와 해설가의 실력에 버금갔다. 아저씨의 중계 "경기가 재미있으려면 이렇게 서브 실수가 많이 나오면 안 되지!" 그래도 대회 3연패를 노리는 한국팀이 첫 승을 올려서 즐거운 날이었다.

이날 경기는 한국이 25대18, 25대14, 25대17로 3세트를 내리 이겨 1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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