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어솨요, 추석 대목이오~!"…동문시장 활기 넘친다
재래시장 상인과 손님 뒤섞여 '흥정' 북적

▲ "어유~동태가 싱싱해 보이네요"
동문재래시장이 활기가 넘치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상흔'은 간데 온데 없이 언제 그랬다는 듯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 "자~ 무척 싸요, 싸"..."얼마예요? 좀 더 주세요"
물건을 하나라도 팔려는 시장상인과 '한푼'이라고 깍으려는 손님들 사이에서 '흥정'이 벌어지고, 그 속에 인정이 오고간다.

태풍 피해를 의식해서인지 손님들은 하나라도 더 사주려는 씀씀이가 묻어나고, 상인 역시 '덤'으로 화답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야말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해산물을 파는 박오남씨(39)는 "사람들이 상인들을 돕자는 마음 때문인지 많이 와주는 것 같다"며 "하나라도 더 사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부터 서서히 사람이 몰렸는데 오늘은 완전히 예전의 분위기를 되찾았다"며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고 웃음을 띠었다

▲ 해산물을 파고 있는 박오남(39)씨.
▲ 22일 때마침 독일 유람선 입함으로 동문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전 이름도 없고 성도 없다"며 생선 좌판을 운영하는 이순심(64)는 "물건이 참 좋지 않느냐"며 명절 부침용으로 쓰기 위한 동태를 얇고 힘있게 썰어 보였다. 그는 "시장도 살려주는 의미도 많고해서 그런지 어제부터 많이들 찾아주는 것 같다"고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심지어 남수각 일대 108대 주차장이 꽉 차고, 주변 도로에도 온통 주차차량으로 마땅히 차세울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분주한 모습이다.

3대가 함께 시장에 나선 이들도 있다. 엄마와 함께 시장을 찾은 부지영씨(22)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며 "좀 더 시장을 돌아보며 추석에 쓸 물건들을 사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씨는 오히려  "TV에서 방송중계가 나온다고 하니 사람이 몰렸나?'라고  화기넘치는 이유에 대해 되묻기도 했다.

▲ 3대가 함께 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부지영(22)와 손자를 엎은 어머니 손양순(43)씨.
   
 
 

부인과 함께 시장도 보고 상황도 살필 겸 동문시장을 찾았다는 박명호씨(제주도청 공무원.교통정책과 택시행정 담당)는 "많은 상인들이 뜻하지 않은 화를 당해 마음이 안타깝다"며 "하지만 다시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다소 위안이 됐다"고 자리를 떠났다.

▲ 이기호씨(60.경북)는 "깨끗이 빨고 건조시켜 팔고 있다"며 "1~2만원짜리 도와주는 마음으로 모두 하나씩 살고 있다

21일부터 문을 연 정육점들은 흙물이 들어가 쓸 수 없어 기계까지 새로 들여놓는 등 완전히 새단장을 했다.

침수소식을 듣고 정육점을 하는 부모님을 도우러 왔다는 배해도씨(45.공군)는 "고기는 신선한 것으로 들여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다소 손님이 뜸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물난리로 인한 선입견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럴 때일 수록 많이 찾아주는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걱정 말고 얼마든지 좋은 고기가 많으니 많이많이 사고 가시라"고 말했다.

태풍으로 수백벌의 옷이 물에 잠긴 이기호씨(60.경북)는 "1만원에서 1만5천원, 2만원짜리였다"며 "깨끗하게 세탁해서 탈수해 5000원에 팔고 있다"고 걱정말라고 말했다.

특히 "사실 필요해서 모두 사가는게 아니다"며 "손님들이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사주고 있다"고 수눌음으로 무장된 제주도민들의 후한 인심을 전했다.

 22일에는 제주도 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해 여성단체와 자원봉사단체 등이 '동문시장 살리기는 여성의 힘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동문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 단체는 어시장에서부터 과일시장, 옷시장까지 일일이 돌며 일손을 돕고 추석상에 올릴 물건들을 하나씩 사들고 돌아갔다.

▲ 어머니가 경영하는 정육점을 도우러 내려온 배해도씨(현역 공군)
▲ 동문시장의 활기넘치는 모습을 담는 제주시 공무원 강봉수씨(공보과)
▲ 아내와 함께 시장을 찾은 제주도 공무원 박명호씨(교통정책과)
이날 시장통에서 만난 제주시청 공무원 강봉수씨(공보담당)은 시장의 활기넘치는 소식을 시정소식에 카메라에 담으려고 여념이 없었다.

강 씨는 "많은 언론 매체에서 예전과 다름없이 돌아가는 시장소식을 잘 전해줬으면 한다"며 "언제 그랬느냐고 싶을 정도로 보통때와 같은 분위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한 서울 고시원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박재용씨(30.대구시)의 사연을 취재하기도 했다.

"TV에서 제주소식을 듣고는 그저께 부터 내려와 시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더라"며 "봉급을 떼서 모으는 '1% 사랑나누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계명대를 졸업한 사람인데, 숙식까지 혼자서 해결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 이날 독일 유람선이 제주항에 입항, 많은 외국인들이 동문재래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속앓이를 하는 시장상인도 적지 않다.

산지천에서 동문시장으로 향하는 입구쪽에 늘어선 과일시장 역시 좀 사람이 뜸한 편이다.  실제 이 곳은 막판 물길이 쏠린 지역으로 가장 피해가 큰데다가 대부분 물건이 떠내려간 집중침수 지역으로 꼽힌다.

▲ "새로 물건을 들여놔 매우 신선하다"는 과일상 이정자씨(54).
많은 사람들이 '성한 물건'이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 물에 잠기고 잃어버렸다.

때마침 감귤을 한 봉지 사들고 가던 손님에게 막 거스름돈을 돌여 주며 취재진을 향한 과일상 이정자씨(54)는 "남은 것은 사람 몸뚱아리 뿐이었다"며 "많은 손님들이 떠내려간 물건을 씻어 파는 줄 알지만 보다시피 모두 새 물건으로 들여놨다"고 말했다.

실제 사과와 배상자 등 제수용품에 쓸만한 과일 모두 깨끗한 포장 상자에 담겨 있어 보기에도 산뜻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피해를 당한 과일인 것으로 생각해 찾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심지어 상판까지 새것으로 차렸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말고 물건을 사고 가시라고 전해달라"고 많이 홍보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태풍 '나리'가 덮친 치 어느새 일주일. 칠흑같았던 동문재래시장에는 그렇게 추석절을 앞둬 '온정'의 힘으로 깃든 밝은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 상판까지 새로 단장한 동문재래시장 과일가게들
   
 
 
   
 
 
▲ 22일 동문시장 일대에서 여성단체 및 여성자원봉사단체 회원 등이 '동문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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