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 침수피해 집계 엄두조차 못내, 양식장도 피해…‘天災+人災’

▲ 집중폭우가 내린 구좌읍 일대 농경지는 마치 바다를 방불케 했다.
11일 새벽 제주지역에 최고 4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동부지역 저지대 주택 700여채를 비롯, 도로와 농경지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또 구좌읍지역 일부 양식장에 흙탕물이 덮쳐 양식넙치가 폐사하는 등 북제주군 구좌읍 조천읍과 남제주군 성산읍과 표선면 등 동부지역에 큰 피해를 안겼다.

제주도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남쪽해상에서 북상하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이날 새벽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30~100mm의 집중 폭우가 내려 이날 오후1시 현재 표선면 토산리 408mm, 성산읍 성읍2리 379mm, 구좌읍 송당리 372mm의 비가 내리는 등 제주도 전역에 평균 157mm의 비가 내렸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에서 96~219mm의 비가 내렸다.

▲ 상류의 빗물이 계속 저지대 농경지를 차례 차례 덮치고 있다.
이 같은 집중 기습 폭우로 동부지역인 구좌 조천 성산 표선면 일대 주택 700여채가 침수됐으며, 농경지는 이 시간현재 아예 집계에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면적이 침수 당했다.

또 곳곳에서 도로가 유실되고 차량 통행이 끊겼으며, 동부지역 초·중학교 10곳이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지역별로는 구좌읍 일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구좌읍은 세화리 하도리  평대리  월정리 등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침수피해를 당해 이날 오후2시  현재 388채의 주택이 물에 잠겼다. 특히 세화리 일대는 송당리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는 빗물로 마을 일대가 완전히 침수됐다.

또 구좌읍사무소도 지하실이 완전히 물에 잠겨 이날 오전 내내 모든 행정전화가 불통됐으며, PC등 전산시설도 이날 오후가 돼서야 겨우 복구됐다.

▲ 지하실이 완전히 물에 잠긴 구좌읍 사무소
조천읍도  함덕 조천 신촌리 등에서 91채가 물에 잠겼으며, 남제주군 표선면과 세화리 등에서도 모두 111가구가 집중 폭우로 물에 잠기는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특히 성읍1리 성읍마을은 바로 인접한 천미천이 범람하면서 이 일대를 덮쳐 미처 손도 쓰기 전에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어야 했다.

또 성산읍도 고성과 수산리 등 상습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115채가 물에 잠겼으며, 남원읍 지역에서도 주택 13채가 물 피해를 입는 등 제주도 전역에서 700여 채의 가옥이 물에 잠겼다.

▲ 구좌읍 일대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겨 차량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도로 피해도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심했다.

조천읍 조천우체국 앞 도로를 비롯해, 구좌읍 동복리와 세화리 구좌읍사무소앞 도로가 물에 잠겨 한때 차량 통행이 불가능 했으며, 제주시 봉개~와흘 중산간도로, 북제주군 송당~대천동 사거리, 동부산업도로 표선면 가시리 구간도 역시 통제됐다.

농경지 침수는 아예 집계를 낼 엄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동부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다.

특히 저지대에 있는 농경지들은 어느 지역 가릴 곳 없이 완전히 침수를 당했으며, 구좌읍 지역은 상류에서 쓸려 내려 온 급류로 인해 토사가 쓸려 내려가는 등 농경지 전체가 마치 바다를 방불케 했다.

구좌읍 지역에서는 양식장 3곳도 상류에서 집중적으로 쏟아져 내려온 빗물로 양식장이 완전히 흙탕물에 잠겼다.

▲ 상류에서 밀려 내려온 흙탕물이 덥쳐 구좌읍 3곳의 양식장 넙치가 죽는 큰 피해도 입었다.
구좌읍 동복리 양식장 두 곳이 물에 잠겨 한 곳은 출하를 앞둔 치어 250만미가 완전히 폐사됐으며, 월정리 양식장도 상류에서 내려온 흙탕물이 양식장을 덮쳐 500~600g의 넙치 8만여미가 폐사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날 집중호우로 주택과 농경지뿐만 아니라 학교도 곳곳이 잠겨 구좌읍 세화, 한동교, 세화 중학교 등 10개 학교가 임시 휴교했다. 

이번 동부지역의 집중 폭우로 인한 피해는 짧은 시간에 워낙 많은 비가 내린 자연재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재'일 수밖에 없는 피해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특히 중산간 일대에 도로를 개설하면서 물길을 전혀 감안치 않은 채 도로를 뽑고 또 배수로 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도로가 집중 폭우를 저지대로 유입시키는 ‘물길’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

동복 양식장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이 같은 피해가 전혀 없다가 새롭게 우회도로가 개설되면서 이번 폭우에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했으며, 월정리 양식장 역시 농로를 개설하면서 배수관을 설치하지 않는 바람에 농로가 ‘물길’이 돼 상류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고스란히 양식장으로 유입됐다.

▲ 김태환 지사가 성산읍 동남리에서 한 주민의 안내를 받으며 피해 현장을 보고 있다.
제주도를 비롯한 시·군에서는 이날 오전 호우경보가 해제되자 산하 전 공무원을 비상소집해 재해 지역에 지원활동에 나섰으며, 소방본부도 비상차량만 남긴 채 침수지역으로 모든 소방차량을 보내 응급 배수활동을 벌였다.

또 김태환 지사와 신철주 군수, 강기권 남제주군수도 이날 새벽부터 동부 피해지역을 돌아보며 주민들을 위로하고 관계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피해주민들로부터 문제점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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