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가을 들판을 흐드러지게 수놓는 꽃들 중에서 우리가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던 꽃이 바로 이 구절초입니다.

제주는 육지와 다른 기후로 봄꽃은 일찍 볼 수 있는 대신 가을꽃은 늦게 보고, 그 대신 입동(立冬), 소설(小雪)이 지나도 꽃을 지천에 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을이면 가을꽃이 핍니다.

구절초와 비슷한 꽃들로는 쑥부쟁이와 해국 등이 있는데 꽃 모양은 비슷해도 이파리와 향기와 쓰임새가 조금씩 다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구절초는 너무나 청초한 모습으로 소나무에 기대어 피어있었습니다. 구절초의 아름다움과 소나무의 기백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특별히 이렇게 깨끗한 하양색을 간직하고 있는 흰 구절초는 그 모양새가 신선보다도 더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선모초라고도 한답니다. 정말 깨끗한 모양새를 가지도 있는 꽃입니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꽃의 생김새나 모양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구절초의 마디가 아홉 마디가 되는 시기인 음력 9월 9일에 채취한 것이 약효가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한방에서 줄기와 잎을 말린 것을 부인병에 처방한다죠.

향기와 모양새, 쓰임새 모두가 아름다운 꽃입니다.

구절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산야에 핀 들꽃들 보다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 인지요? 자기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 어디서든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는 이 없어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들, 이런 꽃들에게서 수많은 삶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산야 여기저기에 피어있는 꽃들은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할 때에,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다가와 친구도 되어주고, 삶의 소리도 들려줍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서 쓴 편지>,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