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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IT강국이 된 까닭은 '한글' 덕분...

엄지족 손놀림은 세종대왕이 마련해준 것

진순효 chunsaj@hanmail.net 2007년 10월 08일 월요일 20:36   0면
컴퓨터가 없던 시절, 타자기를 사용하면서 한글에 대해 회의를 느낀 적이 있다.

한글은 자음+모음+자음으로 음절을 모아쓰기 때문에 받침을 칠 때는 따로 키를 눌러야 했다. 음절을 풀어쓰는 알파벳보다 훨씬 타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글이 영어보다 다소 비과학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당시 파격적으로 제기되던 한글 풀어쓰기 주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고등학교’를 ‘ㄱㅗㄷㅡㅇㅎㅏㄱㅛ’로 쓰는 건 더 문제가 많아보였다. 음절 구분이 어려운 문제점, 그것은 영어의 단점이기도 한 것인데, 기계화 시대에 맞춘다고 한글을 풀어쓰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가 겨우 십오륙 년 전, 아주 오래 전의 일도 아니다. 얼마 안 있어, 한글 자모만 입력시켜도 받침 있는 음절을 자동으로 토해내는 아주 영리한 기계가 생겼다. 바로 컴퓨터이다.

모아쓰기를 자동으로 해주는 지능을 가진 그 기계의 자판은 26개로, 알파벳과 똑같았다! shift 키를 눌러야 하는 ㅒ,ㅖ와 쌍자음 5개까지 해도 33개면 모든 문자가 다 해결되었고, ㄶ,ㅄ같은 이중받침도 자음을 차례로 치기만 하면 척척 생성되어서 전혀 불편이 없었다. 받침의 걸림돌이 해결되니 한글이 영어의 알파벳에 밀릴 이유가 없어졌다.

다시 몇 년 후, 글쇠가 10개밖에 없는데도 모든 문자 전송이 가능한 기계가 생겼다. 휴대폰이다. ‘천지인’ 방식을 쓰는 삼성 애니콜의 경우 10개의 글쇠 중 7개는 두 개의 자음을 표시하고 있으므로 모두 17개, 'EZ한글(KT나랏글)‘을 쓰는 LG사이언의 경우는 모두 10개의 글쇠에 두 개의 모음이 겹쳐 있어 모두 12개의 음소를 가지고 모든 문자를 다 만들어낸다.

어떤 방식을 쓰든지 영어를 능가한다. 영어는 26개의 알파벳을 늘어놓아야 되니 달리 방법이 없어, 하나의 글쇠에 3개의 알파벳이 표시되어 있다. ’C'하나를 치는 데 세 번 눌러야 한다. 게다가 영어는 대,소문자 구분이 있어 더 복잡하다.

왜 한국이 세계적인 IT강국이 되었을까?
말할 것도 없이 한글이 디지털 문명에 가장 적합한 문자이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달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문자에 있어서, 한글은 태생적으로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 태생적인 강점은 다름아닌, 바로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이다.

국내 휴대폰의 문자 입력 방식은 휴대폰의 제자 원리에 입각해서 만들어졌는데, ‘천지인’의 경우 하늘과 땅과 사람을 상징하는 ' ․ ㅡㅣ‘을 조합하여 모음을 만든 세종대왕의 뜻을 그대로 따랐다. 하늘은 둥그니까 ’ ․ ‘, 땅은 평평하니까 ’ㅡ‘, 사람은 서있으니까 ’ㅣ‘이다. ’ㅣ‘에 ’ ․ ‘를 더해 ’ㅏ,ㅓ’가 되고 ’ㅡ‘에 ’ ․ ‘를 더해 ’ㅗ,ㅜ‘가 된다. 겨우 세 개의 글쇠로 모든 모음을 나타낼 수 있다.

반면 ‘EZ한글(KT나랏글)‘은 모음을 조합하지 않고 그대로 나열한 대신에 자음에만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를 따랐다. 즉 ’ㄱ,ㄴ,ㄹ,ㅁ,ㅅ,ㅇ‘ 6개의 음소에 ’*‘키를 이용하여 가획하게 만든 것이다. 즉,’ㄱ'에 가획하면 ‘ㅋ'가 되고, ’ㄴ‘에 가획하면 ’ㄷ‘가 된다. 발음기관을 본떠 만든 기본자에 한 줄 더 그어서 거센소리를 만든 훈민정음 원리에 충실했을 뿐인데, 가장 적은 음소로 모든 문자를 다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자음은 왼쪽에, 모음은 오른쪽에 배열한 것도 한글의 음절 구조를 고려한 것이다. 엄지족의 그 놀라운 손놀림은 사실 세종대왕이 그 기초를 마련해준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애플사에서 개발한 MP3플레이어에 한글 입력 기능이 없는 것을 보고 한 네티즌이 한글 입력기를 개발했는데, 바로 ’ㄱ,ㄴ,ㅁ,ㅅ,ㅇ, ․ ㅡㅣ‘ 8개의 한글 자모로 이루어졌다 한다. 이 8개로 33개의 음운을 만들어내며, 다시 8800개의 음절을 만들어내는 확장력은 세계의 어느 문자도 따라올 수 없다. 가획과 합용의 원리를 활용한 훈민정음의 과학적이고도 유연한 체계 덕분에 한글이 디지털 문명을 주도하는 문자가 된 것이다.

물론 한글에 들어있는 오묘한 원리는 IT분야에 기능적인 적응을 잘해서 돋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언어 연구학으로는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 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는데, 그 1위는 자랑스럽게도 한글이었다. 유네스코에서는 1989년 이래 해마다 인류의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을 주는데 그 상 이름이 ‘세종대왕상’(킹 세종 프라이스)이다.

마침내 1997년 10월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했다. 최근 유네스코에서는 말은 있으나 문자가 없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소수 민족의 언어 소멸을 막는 길로 한글 사용을 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로, 소리나는 것은 거의 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수성만으로 그 지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 교육에 투자되는 예산의 1/10만 국어 교육에 지원되어도 한글의 위상을 더 높이는 데 쓸 수 있다.

우리말의 풍부한 표현을 살리는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맞춤법의 간소화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언어 정책이 지속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의 한글 교육기관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외국인 한글 교육에도 보다 과학적인 체계가 필요하다.

늘상 곁에 있는 것일수록 그 가치를 생각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글이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고귀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우리 자신이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제주여고 진순효 국어교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http://www.jejusori.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8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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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2007-10-09 18:57:16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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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2007-11-25 21:51:02    
잘보고갑니다
21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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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 2007-10-09 20:35:30    
진순효 선생님 이였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 참 잘 나왔네요.
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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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007-10-09 22:00:04    
사이언으로 '물'을 쳐봤더니 네 번 누르면 되고,(애니콜은 안해봐서 모르겠다) 'water'는 무려 여덟 번..핸드폰 문자가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를 따랐다기에 해봄... 이렇게 훌륭한 한글이 나온 날이 왜 공휴일이 아닌지..
12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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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9 22:23:09    
아빠가 제주소리에 쌤이 나왔대요! 홈피에꺼 쌤이 쓴 건줄 몰랐어요. 점심시간에 막 공부했는데 '세종대왕상'밖에 안나왔어요. 오늘 오엑스 퀴즈 넘 재밌었어요! 쌤 최곰!
21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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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2007-10-10 08:30:55    
농담입니다 ㅋ
진선생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꼭 한글날이어서가 아니더라도
우리 제주방언에 대한 글부터 시작해서 국어 관련 글들로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못올리더라도 술이나 한잔 하면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어신가 마씀?
5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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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moth 2008-02-15 22:16:10    
언어/문자 혼동부터...;;;
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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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질남 2008-08-30 02:55:25    
정말 애국심을 고조시키는 글이군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인정하고 있고 우리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너무 부풀려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를 밝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1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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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아이 2008-05-26 18:29:48    
먼저 한글 창제를 세종대왕 한 분에게만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땀흘리며 고생하신 집현전 학자들이 아쉬워할 듯해요. 물론, 기획을 입안하고 연구할 자리를 마련해주며, 학자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셨다는 점에서는 결코 한글 창제에서 세종대왕의 업적을 깎아내리고자 함은 아니어요. 다만, 보이지 않는 역사의 이면도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어요.
1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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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아이 2008-05-26 18:30:42    
둘째, 한글은 문자의 역사에서 볼 때 제일 막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까닭에 제일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곧, 15세기 문자과학의 총아로 태어난 문자가 바로 한글인 셈이지요. 어리다고, 막내라고 놀리지 마세요^^
1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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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아이 2008-05-26 18:31:24    
셋째, 컴퓨터 자판과 관련한 제 생각인데요. 오늘날 쓰고 있는 글씨널(字板, keyboard)은 어린이글씨가 왼쪽에 놓여 있고, 어버이글씨가 오른쪽에 놓여 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가 많지요. 곧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이 먼저 움직이게 되지 왼손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요. 그래서 글자널의 글씨 놓임도 오른쪽에는 어린이글씨가 왼쪽에는 어버이글씨가 놓였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어요.
1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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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돌이 2007-10-09 09:06:23    
가끔 휴대전화로 문자를 날리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가로세로 3센치의 공간위를 한치의 오차없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가히 신기에 가깝다. 훈민정음의 그 오묘한 조화가 그들을 엄지족으로 만들고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만들었다는 기사가 넘 재미있고 공감이 갑니다. 근데 나는 검지로 문자 날리는디..ㅠㅠ
59.***.***.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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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랑 2007-10-09 10:51:01    
누구의 글인가 했는데...참 흥미있고 설득력있게 쓰셨네요...저도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하신 것 같아 후련합니다..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한 몫 하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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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2007-10-09 12:45:37    
한글날이 쓸쓸해서 뭔가 하고싶다고 하시더니 그새 글도 쓰셨네요. 하시는 일 다 재미있게 되기를 빕니다.
20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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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뭐, 2010-02-18 10:12:04    
심하게 왜곡 되어있고 읽을 가치가 없는 기사
한글우월주의에 빠져있는지는 아닌지,
좀더 검토하고 기사를 내길,,
59.***.***.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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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뭐 2010-02-18 10:14:08    
http://ko.wikipedia.org/wiki/%ED%95%9C%EA%B8%80%EC%9A%B0%EC%9B%94%EC%A3%BC%EC%9D%98
59.***.***.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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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2007-10-09 13:17:00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항상 좋은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2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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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 2007-10-09 15:28:21    
한글의 우수성을 실감했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시만 쓰시는 줄 알았는데 이런면이 있는 줄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5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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