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한나라당 등 ‘특별재난지역’ 선포 촉구…도민들 “어디 한번 잘하나 보자”

사상 최대 규모의 수해를 당한 제주도민들을 위로하고 신속한 복구지원을 위해 정치권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폭우로 졸지에 엄청난 피해를 당한 이재민들을 돕는다는 자체가 ‘민생 속으로’란 자신들의 구호에도 맞거니와 이번 기회에 제주도민들의 민심을 확실히 사로잡겠다는 정치적 뜻도 깔려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싫지 않은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강창일(제주시·북제주 갑) 김재윤 의원(서귀포시·남제주군)이 수마가 할퀴고 간 다음날인 지난 12일 조천·구좌 등 피해현장을 둘러본 데 이어 김우남 의원(제주시·북제주 을)도 13일 자신의 지역구이자 재해현장을 직접 답사했다.

열린우리당 김우남 의원은 정치권에서는 제일 먼저 이 문제를 중앙정치권 차원에서 이슈화시키는데 앞장섰다.

국회 농림수산해양위 소속인 김우남 의원은 14일 소속위 전체회의에서 허상만 농림장관에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고, 허 장관은 김 의원의 요구에 대해 “피해상황을 파악한 후 관련부서에 적절한 지원책을 수립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답변했다. 허 장관은 또 직접 제주 수해현장을 방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허 장관은 17일까지 국회 예결위가 열리고 있어 이번 주말 또는 내주 초쯤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은 또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당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해 천 대표로부터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11~12일 이틀간 전국에 걸쳐 내린 집중 호우가 제주 동부지역에 집중적인 피해를 줘 이재민만 1만8000여명의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천년민주당은 14일 장전형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제주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제주지역에 내린 집중 호우로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가축이 폐사하는 등 주민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제주도와 현지주민들이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당한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재난지역’선포를 요청하고 있는 만큼 정부당국은 조속한 현장실사를 통해 제주지역을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자 한나라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15일 오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전례 없는 집중폭우로 제주도 동부지역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으며, 한나라당은 제주도당과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책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제주도당 차원에서 피해복구 및 지원상황실을 설치해 당원들을 중심으로 수해복구지원활동을 지원키로 했으며, 수재지원금도 모금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또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중앙당직자들이 수해현장을 직접 방문할 것을 건의하는 한편, 제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도록 중앙당 차원의 노력을 집중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은 당초 19일 당원 단합체육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동부지역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체육대회 일정을 긴급히 바꿔 구좌지역으로 수해복구지원 활동을 펼치기로 하고 현재 제주도당 차원에서 ‘수해복구지원단’을 모집중에 있다.

지난 13일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긴급건의한 제주도도 중앙정치권을 향해 도움을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출신 열린우리당 김우남 강창일 김재윤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양정규·현경대 전 의원, 그리고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등을 통해 하루 빨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또 김태환 지사가 직접 중앙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와 정치권 차원에서 제주도 재해복구를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한편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을 바라보는 제주도민과 수해민들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가 않다. 자칫 정치권의 움직임이 아무런 실속은 없이 허풍만 떨다마는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중앙정치권으로부터 번번히 속아온 탓에 수해주민들은 물론 제주도민들도 “어디 이번에는 잘하나 한번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제주정가에서는 중앙정치권이 이번 제주 호우피해를 중앙당 차원의 ‘홍보’로 활용해서는 안되며 실질적으로 피해주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을 이끌어 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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