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제주 굿뉴스] 제주도농아복지관 '농아시니어스 리빙스쿨'

비영리조직이 지역사회와 시민의 욕구를 실현하는데 있어 자원봉사수준의 활동을 넘어 조직의 규모와 활동이 발전·지속되기 위해 운영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중요시 됨에 따라 홍보(마케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이 진행하는 '사회복지 GoodNews'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의소리에서는 기획 '함께하는 제주, 굿뉴스'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소외되는 것은 농아노인 뿐 아니라 비장애노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사회참여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제주도농아복지관 김인숙 지식정보팀장은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노인에 대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과 청각장애라는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열악한 환경에 처한 청각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미흡하고 장애인의 고령화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현실을 우려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농아복지관(관장 이두범, 사회복지법인 농애원)은 지난 3월부터 농아노인을 위한 '농아시니어스 리빙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농아시니어스 리빙스쿨은 65세 이상의 청각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소통을 위한 다양한 문화생활여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3월부터 헬스클럽, 테이핑요법교실, 아로마테라피교실, 생활도자기교실, 요가교실, 한지공예교실, 컴퓨터교실, 지역문화체험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제주농아복지관은 의사소통 부재라는 장애 특성으로 비장애노인 보다 사회와의 단절 문제가 더욱 심각한 농아노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문화체험으로 여가선용을 함으로써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영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달에 한번 있는 생활도자기교실이 열리던 날. 오늘은 꽃병을 만든다고 한다.

   
 

 
 
혜정원 아가의집 직업재활원에 10여명의 농아노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물레와 점토를 앞에 두고 강사의 시범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강사의 시범대로 점토를 떼어내 꽃병의 바닥을 먼저 만들고 가래떡을 뽑듯 점토를 굴려 꽃병의 몸통을 쌓아간다.

"꼼꼼히 두드리면서 쌓지 않으면 꽃병에 틈이 생겨 나중에 물이 샌다"는 강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탓에 함께 온 복지관 관계자들이 일일이 수화로 설명을 해준다.

2001년부터 혜정원 아가의집 직업재활원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도자기교실을 진행하고 있다는 강사 박선희씨는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비교적 다루기 쉬운 흙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애인 또는 노인들에게는 큰 성취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노인이든 비장애노인이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와 교류하며 자신들이 살아온 역사를 풀어내는 것"이라며 노인들에게 있어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둘이 생활하고 있는 송 할아버지(69)와 강 할머니(63)는 "집에 있을 때도 서로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외출할 기회도 많지 않은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데다 이 나이에 이렇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즐겁다"고.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무료하게 지내던 김 할머니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으로 10여년 전 청력을 잃은 이계선 할머니(81·제주시 도남동)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낯설긴 하지만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도자기 만들기에도 열심이다.

   
 
 
제주도농아복지관 김인숙 지식정보팀장은 "장애의 특성상 타인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사회단절은 심각한 수준이며 고령화로 인해 청각언어장애인들의 고립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팀장은 "청각언어장애인들에게는 의사교환의 균등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더 이상의 복지지원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청각언어장애노인들은 대부분 문화라는 개념이나 문화생활을 체험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농아시니어스 리빙스쿨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친구가 되는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소나마 노후생활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서로 눈도 잘 안 마주치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때때로 다투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프로그램에 많은 노인들을 참여시키고 싶지만 여러가지 제약들이 많다"는 김 팀장.

수화통역 봉사자도 부족하지만 실제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언어장애인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어르신들 가운데는 노인성 난청으로 청각을 잃은 분들도 있고 선천적인 청각장애를 갖게된 경우도 있지만 이들에 대한 수화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점들 때문에 청각언어장애노인들의 의사소통이나 사회활동이 더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청각언어장애인들 뿐 아니라 노인들이 제대로 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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