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시장ㆍ범양 박희택 회장 면담…양측 입장만 확인 성과 없어

▲ 김영훈 시장과 범양건영 박희택 회장이 면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탑동매립사업의 개발이익 환원사업으로 시작된 병문천 복개사업과 장학금 출연문제에 대해 김영훈 제주시장과 범양건영㈜ 박희택 회장이 15일 면담을 가졌지만 양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특히 이날 면담에서 김영훈 시장은 "병문천복개사업과 장학금 출연은 양측이 협약서를 작성했고, 범양측이 광고를 통해 시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박희택 회장은 "회사의 어려운 사정과 나중에 회사의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큰 파문이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영훈 시장과 박희택 회장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동안 제주시장 집무실에서 병문천복개사업중 남아있는 208m 구간 과 장학금 출연 문제를 놓고 비공개로 면담을 진행했다.

   
제주시측에서는 김영훈 시장의 일정 때문에 이번 면담은 단순한 상견례가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예상외로 김 시장이 다른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박 회장과의 면담을 진행해 양측의 견해차이가 크고, 순탄치 않았다.

6시30분께 박 회장은 수행원과 함께 시장 집무실을 나섰고, 면담 결과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할말이 없다. 구체적인 것은 제주시가 나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김영훈 시장은 “제주시는 중앙초등학교에서부터 오라교까지 미복개돼 있는 208m 구간과 장학금 출연 약속을 지키라고 박희택 회장에게 전달했다”며 “90년 3월7일 협약서를 체결해 시행하기로 한 공사이고, 20억 장학금 출연 부분도 범양측이 광고를 통해 제주시민에게 약속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행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에 대해 “탑동매립사업을 내가 진행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회사에서 가장 잘 알아서 내려오게 된 것”이라며 “제주시청의 입장과 의지를 확인했고, 회사로 돌아가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박 회장은 장학금 출연문제에 대해서도 “매립한 탑동 토지의 10%가 팔리지 않았고, 시세도 예전보다 좋지 않다”며 “또한 당시 장학금 출연 약속은 야당의원과 매립반대 대책위에서 협박 수준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거의 반 강제로 약속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박 회장은 “나머지 땅이 팔리고, 장학재단을 내 이름으로 하면 장학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혀 제주시에 20억 장학금 출연도 순순히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김영훈 시장은 이날 면담에 대해 “우리의 요구에 대해 범양측은 핑계를 둘러대며 구체적인 확답을 하지 않아 결론없이 끝났다”며 “하지만 우리는 범양측으로부터 반드시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영훈 시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병문천 복개사업과 장학금 문제를 범양건영㈜으로부터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중앙초등학교부터 오라교까지 208m가 미복개로 남아있다.
한편 제주시는 지난 7월30일 병문천복개공사 시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범양측에 보냈고, 범양은 8월13일 답신에서 “탑동매립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의 일부를 제주도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200억원 상당의 병문천복개공사를 해 제주시에 기탁한다는 약정은 자발적 의사이기보다는 반강제적으로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범양측의 답신에는 “IMF사태를 겪는 매우 어려운 경제여건하에서도 사업비 326억원과 토지에 따른 제세비용 67억원을 투자해 2002년 완료해 제주시에 기부체납했다”며 “병문천복개사업을 이행 완료했기에 탑동 1필지(1000평)에 근저당돼 있는 토지(20억원 상당)에 대해 제주시가 일괄 해체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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