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워크숍] 중복투자 환경훼손 집중 거론...도민지원방안 부재도 질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2011년까지 추진할 사업계획을 담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시행계획(안)'이 제주지역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개발센터가 추진할 7개 선도프로젝트와 추가 4대 선도사업이 수익성에 급급한 나머지 '제주다움'을 상실한 채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제화를 빌미로 대규모 개발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반면, 도민지원사업은 구체성을 잃어 시행계획이 도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기가 힘들 것이란 의견들이 쏟아졌다.

제주발전연구원은 29일 오전 10시 제주도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각계 전문가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행계획(안)에 대한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은 이광희 개발센터 본부장의 시행계획(안)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어 각 패널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말로는 '친환경 개발', 실제로는 '토지확보 개발'...도민 공감대 얻기 힘들어"

맨 먼저 토론에 나선 고병련 교수(제주산업정보대 경실련 공동대표)는 "7대 선도프로젝트와 추가 4대 선도사업이 천편일률적인 숙박 마리나 시설로 중복돼 각 프로젝트별 특성화에 실패했으며, '세계화가 이러니 우리도 가자'는 식으로 대규모 개발에만 의존해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높고 자유도시에 저항하는 도민들에게 타당성을 얻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7대 프로젝트와 4개 선도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환경용량을 고려했는지 의문이 들고, 특히 공유수면 매립에 의존하고 있는 서귀포미항개발은 친환경개발이 아닌 토지확보를 위한 개발에 불과 하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첨단과학기술단지도 친환경단지로 조성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단지내 녹지비율은 18.3%에 불과하며, 전체적으로 말은 친환경이라고 하면서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고 교수는 또 "새로운 개발만 한다고 국제자유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기존시설도 리모델링 한다면 자유도시의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지역민의 부가가치 창출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식 나열에 그친 프로젝트...도민지원사업은 구체적으로 제시 못해"

허향진 교수(제주대 관광개발학과 제주관광학회장)는 "추가 프로젝트가 과연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성이 있느냐에 대한 재무 타당성이 검토돼야 한다"면서 "기존의 제주도종합개발계획상 3개 단지 20개 지구가 실패한 이후 마련된 이번 시행계획안도 9개 프로젝트를 분산시켜 성공가능성과 시너지 효과 면에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생태 신화 역사공원과 국제문화 위락단지, 휴양형 주거단지와 건강미용테마타운, 서귀포관광미항과 해양관광단지가 중복되고 있어 하나로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부언 교수(제주대 자유도시추진실무위원장)도 허 교수와 마찬가지로 7대 선도프로젝트와 4대 추가 선도사업이 오버랩 되면서 백화점식 나열로 이어지고, 투자업체끼리 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높다"면서 "중복이 안되는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해서도 "개발센터가 도민지원사업의 구체적 아이템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후 "도민의 정서를 심층적을 분석해 자유도시 추진에 따른 역기능 저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은 성형 수술하러 제주에 오고, 도민들은 수술 받으러 육지에 가고"

제주대 해양대학의 허철구 교수는 "서귀포미항과 해양관광단지로 따로 추진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전제한 후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수익성 사업에 치중해 '제주다움'이 '돈'에 가리는 느낌"이라면서 "최소한 다섯 군데 중에 한 군데 정도는 제주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허 교수는 이어 "비록 수익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제주는 안전하다,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예를 들자면 청정에너지 관광단지와 같은 청정환경 개발사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 교수(제주대 의대)는 "제주의 보건의료 현실을 고려한 계획이 없다"고 말을 꺼낸 후 "제주지역 병원을 키우는 게 아니라 외국, 육지의 유명병원을 유치한다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민의 보건의료 수준은 국제화는 고사하고 국내화도 안되는 상황에서 보건의료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외국인은 성형수술을 받으러 제주에 오는데 제주도민들은 암과 같은 중병을 고치로 육지로 나가는 현실적인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도민의 보건의료 수준 향상이 보다 시급함을 강조했다.

"'수익사업'은 개발센터...'돈' 안되는 사업은 제주도가 떠 안아"

참여환경연대의 이지훈 공동대표는 "지금 토론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이 이미 지난 6월 토론회에서 다 제기됐던 문제인데 지금에 와서 또 다시 이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워크숍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개발센터 측에 강한 불만을 전달했다.

이 대표는 "개발센터가 추진하는 개별 프로젝트의 면적 확대는 환경파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전체적으로 11개 프로젝트에 종합개발계획상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 그리고 개별법에 의한 골프장 등을 포함하면 제주에 40∼50군데가 개발지구인 셈으로 환경용량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신화 역사 공원인 경우 당초에는 C지역만 개발하고, A,B 지역은 유보지역으로 남겨 뒀으나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H와 A 지역은 곶자왈 지역이나 80만평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 환경차원에서 상당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또 전체적으로 개발사업은 외자유치로 이뤄지면서 센터는 토지분양을 하고 제주도는 수익성이 낮은 자유무역지대로 역할구분이 돼 있다"면서 자유도시개발사업에 제주도가 중심적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국제적 수준에 맞춘다면서 전체적으로 개발면적을 확대하고 있으나 문제는 알맹이가 있느냐 없느냐가 보다 중요하다"며 서귀포미항의 9000평 공유수면매립은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첨단과학단지도 투지수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휴양형 단지도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개별법으로 토지수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개발센터가 부동산업자냐고 되물었다.

이와 함께 시내에 면세점을 설치한다면 이는 쇼핑아울렛과 마찬가지로 지역상권과 상충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자유도시 개발하면서 환경이 훼손 돼서는 절대로 안돼"

이광희 본부장은 페널토론에서 제기된 토지수용과 관련해 "토지수용은 노무라연구소가 제안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일 뿐"이라고 답했다.

국제자유도시 주관부처인 건설교통부의 강권중 과장은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의 원칙은 환경이 훼손돼서는 절대 안되며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토지수용은 개정안에도 없으며, 초안 작성에서부터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일부에서는 '외부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제주의 특성을 감안하면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 후 "그러나 일부 토지주들이 지가 상승으로 개발이익이 사유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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