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원로'들에게 묻는다
'보수원로'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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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돈의 살며 생각하며] 이 나라가 당신들의 천국인가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한 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당당한 세도가들입니다. 가슴마다 피 끓는 ‘애국충정’으로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분연히 일어섰답니다.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답니다.

나라가 친북 ‧ 좌경 세력의 손에 들어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가 이념이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비상시국이랍니다. 구국의 일념으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9 ‧ 9 시국선언’에 참여한 ‘보수원로’들의 낯빛은 독립운동가의 그것처럼 결연합니다. 오죽 하시겠습니까. 생의 반 이상을 권력의 양지에서 군사독재정권의 단물을 빨아먹고 살아온 당신들이기에 시대의 변화 앞에서 지금껏 쌓아올린 굳건한 정체성에 금이 갈만도 하겠습니다.

하여 당신들의 충정어린 선언이 아름답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수원로 당신들에게 몇 마디 묻고 싶습니다.

나는 과거사 청산과 국가보안법 폐지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된 이 시점에 대한민국을 한 손에 쥐락펴락하던 당신들의 건재한 모습에 놀랐습니다.

어두운 과거사의 뒤안길에서 과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당신들이기에 그렇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던 노회한 장군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권력의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영 죽은 것은 아니다, 군사독재의 명운은 다한 지 오래되어도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살아남아 있노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아무리 목에 핏대를 세워 우국지사인 양 해도 알 사람은 다 압니다.

군사 반란을 통해 총부리로 집권한 독재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이 나라의 양심 세력들을 핍박하고 탄압했던 당신들의 과거사를 말입니다. 당신들의 대다수는 자유와 민주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역사에 온몸을 던져 권력에 맞섰던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모욕하는 일입니다. 더 이상 자유와 민주를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망각의 저편에서 가물거리던 당신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려 봅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서 출세 가도를 달려온 고위 관료와 공안기관의 수장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띕니다. 자유가 겁박당하고 민주가 유린당할 그 기나 긴 어둠의 시절에 당신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나요?

당신들 가운데는 우리 헌정사에 군부독재의 음험한 서막을 연 5 · 16 쿠데타의 가담자들도 있습니다. 1980년 5월 민주화를 절규하던 광주시민들을 총칼로 도륙하고, 군 기강을 짓밟아 상관을 살상한 12 · 12 군사반란의 주역들도 있습니다. 군사반란 세력들이 만든 초법적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위원들도 보입니다. 신군부 세력의 주구가 되어 80년 7, 8월 700명의 언론인을 쫓아낸 ‘언론 대학살’을 주도하는가 하면, 언론통폐합을 강행하고, 이른바 ‘땡전 뉴스’를 만들어 언론을 독재정권의 나팔수로 만든 인물들도 있습니다.

5, 6공 시절 갖가지 뇌물 비리 사건이나 비자금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들도 보입니다. 집권당의 당직자로, 안기부장으로, 장관으로 기용되어 독재정권 수호의 최전선에서 충성을 다했던 인물들입니다.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반란군에 가담하여 전방의 군대를 빼내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한 당신들,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려 부화뇌동, 곡학아세한 어용 지식 기사들과 언론 자유의 탄압과 말살에 선봉에 선 당신들이 이제 와서 과거사 청산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민주 수호를 하겠다고 나선 꼴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방약무도함의 극치입니다.

당신들은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 6 · 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깡그리 부정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4 · 15 총선으로 진보의 가면을 쓴 친북 · 좌경 · 반미 세력이 국회에 대거 진출했다며 한탄합니다.

당신들의 눈에는 전교조와 같은 단체도 학생들을 세뇌시키는 수상한 빨갱이 집단입니다. 남로당이 일으킨 제주 4 · 3 ‘무장폭동’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무장봉기’라고 미화시키고 있다는 등 시대착오적 망발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전가의 보도’로 당신들이 휘둘러 온 그 칼은 ‘수구냉전’의 녹 쓴 칼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 녹 쓴 칼로 이 도도한 탈냉전 · 남북화해의 새 시대를 재단하려고 합니다. 이제 그 칼을 거두셔야 합니다. 이 나라가 당신들의 천국입니까? 과거는 화려한 권좌에서 당신들의 손 하나로 주물러 온 나라였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아닙니다.

당신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민간 정부가 들어섰고, 아직도 인정하기 싫겠지만 당신들과 당신들의 졸개들이 고문하고 투옥했던 민주 인사들(당신들의 용어로 ‘친북 · 좌경’ 세력들)이 이 나라의 정치 주역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군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미선이와 효순이를 추모하는 광화문 촛불 시위에 제 발로 모여든 수만의 인파, 대통령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정략의 도구로 삼는 탄핵안 가결은 안 된다며 보름 동안 전국의 거리거리에 쏟아져 나온 150만의 인파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우리의 시민의식 또한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원로’는 나이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나이만 많이 먹었다고 다 원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원로는 지식과 경륜으로 사회의 등불이 되어 만인이 우르를 사표로서 노년의 아름다움에 붙이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시대의 물줄기를 틀어막아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는 당신들의 이름 앞에 원로는 가당치 않습니다. 이제라도 지난 날 당신들이 지은 죄업을 깊이 회개하시어 조용히 곱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국민들은 더 이상 당신들의 추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 김현돈 님은 부산대학교를 졸업(철학박사)하고 문화방송, 주간 독서신문 기자를 지냈습니다. 현재 제주대 인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저서 '사회문화비평집-그대 주류를 꿈꾸는가' '미학과 현실'. 공저 '상생의 철학' '세계화 시대의 사회문화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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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나원 2004-09-19 21:58:36
둘은 모르시는군요.
삼척동자도 다 아시는 말씀을 구구절절 늘어놓으시는군요.
누가 아니랍니까?
그러나 목구멍에 풀칠하자고 목숨보다 소중한 인권, 인간의 존엄성, 문화적 유산...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잃어버리고 유린 당한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끄러운 수단으로 돈 벌어다 대학까지 보내 준 부모님을 자랑스럽다 떳떳이 남들에게 말 할수 있나요?
소수의 아픔은 다수를 위해 희생당해도 괜찮다구요?
말도 안되는 어깃장 그만 놓으시고 좀 정직해지시죠!!!
127.***.***.1

하르망 2004-09-19 08:28:02
하르방은 산업자본 마련할려고 거지같이 외국으로 돈 빌릴려고 돌아다닌 사람들이요.
그리고 김일성의 남침시 목숨을 바치고 팔다리를 짤라 이나라에 바친 사람들이요.
바로 당신의 아버지일 수도 있고 할아버지일 수도 있소.
한 마디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초를 겪은 사람들이란 말이요.
그리하여 이 나마나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부와 명예를 쌓은 것이요.
하늘에서 부와 명예가 공짜로 떨어진 것 같소.
당신도 그 분들처럼 살다보면 이다음 당신들말로 기득권층이 되고 원로가 될날이 올것이요.
당신도 그렇게 폄하하는 원로인 부모님의 피땀으로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일자리를 얻어 노래방도 가고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을 것이요.
당신은 지금 기득권층이 되었거나 기득권층을 향애 달리고 있지요?. 아니면 기득권층이 안될려고 노력하고 있나요?
그래서 집도 안가지려고 하고 소득이 생기면 전액 사회에 기부하며 땅 한평이라도 있으면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할려 하나요?
당신들이 자주 쓰는 기득권층, 보수, 수구꼴통 등 이런 말을 비판적으로 선전선동식의 말을 한번쯤 구체적으로 씹어보고 말하세요.
원로 없는 세상, 보수 없는 세상, 부모없는 세상,기득권층 없는 세상이 있거나 그런 사회를 만드는 법을 말하여 주면 내가 당신 말을 따르겠소. 내 말에 감정적으로
수구 꼴통이니 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말이요.
127.***.***.1

할망 2004-09-18 23:57:05
우리 하르방 노망들었거나 원래 비뚤어져신게~
원로는 원로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누구나 생각은 있고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원로의 생각은 아니지,
그걸 알아야지 이 하르방아!!!
127.***.***.1

허참 2004-09-18 23:01:21
주장을 담은 목소리는 강력할소록 신뢰가 갑니다.
다소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해서 화낸다고는 할 수 없지요.
오히려 화난건 하르방이 아니신지요?
가질거 다 가지고 누릴거 다 누리면서
그에 따르는 명예조차 거머쥐려는 속 검은 원로보수의 제스쳐를
이젠 국민의 다수가 느끼고 깨닫고 있다는 걸 모르십니까?
바른 소리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제대로 굴러갈 것 입니다.
127.***.***.1

하르방 2004-09-18 16:00:16
김현돈!
나는 당신을 몰라. 하지만 당신만큼은 나이를 먹은 것 같아.
왜 그리 흥분하면서 원로들을 비난하지?
당신도 늙어 가고 석양이 오고 있음을 알아야지.
당신은 당신의 의견이 있는 것이고 원로는 원로의 의견이 있는 것이지.
그러면 학자답게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것을 나와 다르다고 그리 화내면 그게 되겠소,
그분들도 당신만큼이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였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당신보다 못지 않을 것이요.
방법상의 차이라고나 할까...
어제 여의도에서 일어난 일들 제주의소리도 알것이요.
하지만 한 줄도 언급이 없는 것을 보니 ,,,,알만하오
1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