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매화

물매화는 범의귀과로서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고 꽃이 매화를 닮았다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물매화를 매화초(매화초)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물매화는 '풀매화'라고도 불리우죠.

저는 올해 처음으로 식물도감이 아닌 자연의 상태에서 물매화와 '안녕!'하고 가슴 떨리는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습지에 산다는 물매화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에는 그렇게 많지 않는 습지를 찾아 여기저기 다녀도 보이질 않더니만 어느 날 용눈이 오름을 산책하는데 갑자기 하얀 물매화가 억새풀밭 사이에서 내게로 다가왔습니다.

전혀 예상 밖의 장소에서 만난 물매화가 너무 예뻐서 다음날 아이들과 아내를 데리고 그 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용눈이 오름에서 마치 꽃눈이 내린 듯 들판을 수놓은 물매화의 멋진 행렬을 보았습니다. 마침 꽃향유가 들판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던 터라, 보랏빛들판에 흰눈이 내린 듯 했습니다.

처음 얼굴을 보여주기까지는 그렇게 꼭꼭 숨어있더니만 이제 눈길 돌리는 어느 곳에서든지 방긋방긋 웃고 있습니다.

이유미님의 한국의 야생화를 보니 옛 사람들은 꽃을 보는 기준이 있었다고 합니다. 꽃을 보는 기준은 사군자(사군자-매란국죽)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오는 '매화'였던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황매화, 돌매화는 분류학적으로 유사점이 없는데도 5장의 흰꽃잎이 달려 매화를 연상시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유추하기도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물매화도 꽃잎이 다섯 장, 흰색, 다섯 개의 수술, 5개의 헛술 등 다섯과 관련된것뿐만 아니라 흰색에 이르기까지 '매화'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로부터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는 '매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합니다. 매화의 이름이 붙은 꽃들을 찾아보니 금매화, 황매화, 돌매화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리는 물매화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어째서 그렇게 꽃을 좋아하십니까?"
"그냥 좋아서요. 그런데 사실 그냥 좋다기보다는 꽃을 보면서 세상살이의 이치를 배우고, 사람사는 도리도 깨우치지만 더 좋은 것은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창조세계를 통해서 듣는 그 분의 음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지나치면 안 될 일이 있고, 지나쳐도 좋을 일이 있는데 제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니 지나쳐도 될 일 같아서요."

물매화는 그렇게 내게로 다가온 이후 겨울의 초입까지도 들판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깊은 산 속의 귀한 약초같은 꽃이 있다면 바로 이 '물매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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