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섬아트문화연구소장 김해곤

‘열두 본풀이’라는 주제로 1회 제주신화전이 개최된 이래로, 2006년 2회에 이어 2007년 올해 ‘생명의 숨결 속으로-생명의 땅, 신과의 화해를 통한 꿈꾸기’라는 주제로 제3회 제주신화전이 열렸다.

1·2회에 비해 전시장소가 협소하지만 전시장 내·외부와 빈 공간을 적절하게 구성하여 어느 해보다 풍성한 전시를 선보였다.

또한 전시장 일대 전농로의 거리에는 청사초롱과 야간조명 작품들이 설치되어 행사 기간 내내 주·야간으로 제주신화전에 활기를 띠었다.

▲ 행사를 알리는 색색의 초롱이 전농로 거리를 밝힌다(왼쪽). 전시장 입구를 상징하는 작품 '생명나무'(송창훈 作).
특히 이번 제 3회 제주신화전은 제주만의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로서, 무엇보다도 보이지 않는 신화의 형상을 찾아 나섰다는데 그 가치가 높다.

제주는 예로부터 1만8천의 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 그리스·로마신화의 경우처럼 형상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깝게도 제주의 신들에 대한 뚜렷한 형상과 이미지가 부족하다.

이에 제주신화전은 2005년 1회 때부터 제주작가들에 의해 신화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전시장 입구(왼쪽). '생명의 땅-제주'(이승수 作).
이번 전시는 그간 제주신화에 대한 도민들의 목마름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듯 소규모 갤러리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 그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 갤러리 입구(왼쪽). 전시장의 일부 전경.
제주신화전은 기획자와 작가들 간의 적극적인 토론 및 워크샵과 신당기행 등을 통해 작업이 제작되기 때문에 밀도 높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 장점이다. 
                                
▲ 강동균 作 '생명-꿈꾸는 我'(왼쪽), 강부언 作 '자청비'(가운데), 고영만 作 '구삼승할망'
제주문화포럼의 주최로 문화공간 '제주아트'에서 전시된 이번 신화전의 주제는 ‘생명의 숨결 속으로’- 생명의 땅, 신과의 화해를 통한 꿈꾸기였다.

제주신화전의 기획자인 하순애 철학박사는 이번 제주신화전의 의의에 대해 "소소한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었던 신화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제주의 중요한 문화 콘텐츠의 축적이라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며 "제주는‘생명의 땅, 평화의 섬, 제주신화의 생명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작가들이 제주인과 한국인이 지켜야할 것을 사명감을 가지고 창조해 내길 바라는 것이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설치와 평면, 영상전시로 구성되었다.

송창훈, 이승수는 야외공간에서 설치작품으로 전시되고, 전시장 테라스에서는 김진희 작품이 선보였다. 송창훈과 김진희의 작품은 조명이 설치되어 야간에도 관람이 가능하였다.

전시장 내부에는 강술생의 작품의 ‘거꾸로 서다’라는 설치작품으로 전시장 입구(1층)부터 지하 전시장까지 길게 늘어뜨린 오브제와 나뭇가지가 부착된 작품으로 영상과 함께 결합되어 신선함을 주었다.

▲ 김연숙 作 '생명의 숨결'(왼쪽), 김형지 作 'Fly'
▲ 현충언 作(왼쪽), 홍진숙 作 '내 안에 신화-달의 바다'
그리고 고민경의 설치작품인 ‘어머니의 눈물은 씨앗을 잉태 시키고...’와 강동균의 설치작품인 ‘까마귀’가 각각의 공간과 시간을 하나로 연결시켜 신화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 신화 속의 생명 위에 디지털의 비가 내리는 듯 한 느낌을 형상화한 백유일의 ‘It's rainning 2007’, 제주신화속의 여신들을 형상화 한 고영만씨 작품 등 제주신화를 한층 더 가깝게 전달하고 있다.

▲ 강술생 作 '거꾸로 서다'(왼쪽), 김진희 作 '생명의 나무'(가운데), 고민경 作 '어머니의 눈물은 씨앗을 잉태시키고...'
강부언의 ‘자청비’는 제주도를 창조한 거대한 여신 설문대할망을 비롯한 제주신화 속의 여신을 서양과 차별화시켜서, 제주의 정체성을 가지고 성격, 환경, 체질적 특성을 고려해서 고유의 모습으로 형성화 했다.

‘생명의 숨결’을 그린 김연숙은 칠성본풀이에 나오는 7마리 뱀들의 얼크러진 형상을 표현한 작품으로 영원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뱀들의 서로 얽혀있는 형상에서 하나하나의 ‘날생명’은 ‘온생명’에 의지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 김형지의 ‘fiy’는 한정된 시간의 의미보다는 비어있는 메시지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전창원의 ‘전시실을 떠받치고 있는 두 기둥에 생명을 불러오다‘는 전시장내 기둥을 활용한 설치작품으로 작품의 내용은 생명(1)이 없는 기둥에다 생명(2)을 불러와 생명(3)이 있게 함으로써, 생명을 찾고 생명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로 제작된 설치작업이었다.

현충언-神話에서의 生命은 「喪失의 江」을 건너는 것을 전제로 喪失이라는 것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을 이야기했고, 홍진숙의 ‘내안의 신화 - 달의 바다’(한 생명체가 생명의 근원인 달의 바다를 유영한다)는 생명의 근원인 물은 삶과 죽음의 사이를 오가게 하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중요한 모체를 다루었다.

▲ 백유일 作 'It's rainning 2007'(왼쪽), 전창원 作 '전시실을 떠받치고'
지난 10월6일부터 19일까지 전시되었던 제주신화전은 1회 '열두본풀이로 보는 제주신화展'과 2006년 2회 제주신화展인 '신과 인간의 만남-당 본풀이로 보는 신의 세계 그리고 제주의 문화'에 비해 보다 더 자유롭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전시들은 신화의 형상성에 대한 부담과 그 형상을 찾는 작가들의 강박관념이 보였던 반면 3회 신화전은 신화에 대한 작가들의 주관적인 해석과 매체에 대한 자율성이 전시를 풍성하게 했다.

이번 전시는 제주신화를 위한 ‘신화전’ 이라기보다는 제주신화가 제주의 문화와 자연과 생명이 만나 하모니를 이루었던 전시라고 말할 수 있다.

기획자 하순애 박사는 "제주신화라는 콘텐츠가 서울에서 활발하게 개발되어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의 작가들이 보다 더 사명감과 인내력을 가지고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길 바라며 앞으로 제주신화전이 규모도 커지고, 작품의 질도 지금보다 향상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또 "신화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지속적으로 좋은 소재를 발굴하고 신화를 통해 제주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이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뒤돌아보는 기회와 제주다운 생명의 땅의 의미를 살려내고 싶다" 고 말한다.

국내·외의 유명한 전시가 하루아침에 이루진 것은 아니다.

기획자와 작가 그리고 이것을 바라보는 지자체의 행정 모두가 고민하고 힘을 모을 때 제주다운 미술제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지난 1·2회 그리고 이번 3회에 이어 내년 4회는 '원초적 시간과 공간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제주는 신화의 고향이다. 신화는 보고와 같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제주신화전이 회를 거듭하고 관록이 생길 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제주신화전은 제주대표 미술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섬아트문화연구소장 김해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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