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짐이 되는 게 못내 미안한 우리 어머니 이야기

   
 
▲ 어머니 병원가는 날. 어머니 병원가는 날을 달력에 표시해 둡니다. 하루에 두 차례 오전엔 채혈, 오후엔 진료를 받고 약을 한 달치 받아옵니다.  ⓒ 강충민 
 

나이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 잔병치레 때문에 걱정이 참 많습니다. '잔병'자체야 나이든 노인네의 일상이려니 해서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데, 우리 어머니는 도통 당신의 상태에 대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몇 번이나 '아프면 아프다고 하라'고 하면 언제나 "그래 알았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먼저 "아프다, 병원 데려다 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아들내외에게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인 것은 잘 알지만 자식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참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것 때문에 많이 다투기도 하고요. 이러다 보니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고집은 얼마나 센지.
 
몇 달 전에도 힘없어 보이는 것이 편찮은 기색이 역력하여 병원가자고 했더니 또 고집을 부리더군요. 놔두면 좋아질 거라고. 그런데 다음날 아침이 되자 상태는 더욱 나빠져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습니다. 접수를 하고 진료차례를 기다리는데 의자에 앉아 있기도 힘든 상태가 되더군요. 피검사를 했는데 칼슘전해질 수치가 정상인에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여 입원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물 마신 것까지 토해 내셨고요.

입원 첫 날 밤엔 '정말 이러다 우리 어머니 이대로 돌아가시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꼭 운동하다 다리에 쥐가 날 때처럼 어머니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데, 각시와 저는 1시간 가량을 주무르고 또 주무르기를 계속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어머니 들으라고 일부러 큰소리를 냈습니다.
 
"이것 봐 이래도 놔두면 나아? 내가 고집 센 거 다 엄마 닮아서 그래…."
 
각시는 그 와중에도 킥킥대더군요.
 
그 사이 간호사가 링거에 진통제를 투여하고 10분 정도 지나니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그렇게 뜬 눈으로 입원 첫날밤을 보내고 각시와 저는 번갈아 가면서 밤 당번을 정했습니다. 낮에는 간병인을 불렀고요(참 간병하셨던 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머니를 참 편하게 해주셔서 제가 많이 반성했습니다).
  

   
 
▲ 어머니와 지운이베게 가끔 딸 지운이를 어머니가 재웁니다. 어머니는 찬불가를 아주 작게 틀어놓고 토닥여주면 지운이는 금새 잠이 듭니다. 어릴적 저를 재울때처럼요..  ⓒ 강충민  
 

3주 남짓 입원하고 퇴원한 날 저녁, 어머니는 병원비 얼마 나왔냐고 묻더군요. 얼마 안 나왔다는 각시의 말에 걱정 가득한 얼굴로 혼자 말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많이 나왔을 거야. 스무날 입원했지. 간병인에다… 에구 돈만 괜히 쓰고… 한 푼이라도 모아서 앞으로 살 궁리를 해야 되는 판에…."  
 
정말 많이 안 나왔다고 부러 안심을 시키고 싶었지만 그 날은 그냥 넘어갔습니다. 괜히 어머니의 미안함을 배가 시키는 역효과일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이제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검사도 하고 한 달분 약을 받아옵니다. 오전에는 피검사를 하고 오후에는 그 결과를 보며 의사선생님이 진료를 하고요. 어머니 혼자 가실 수 없기에 각시와 저는 담당을 정하는데 오전에 제가 가면 오후에는 각시가 가는 것이고요.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6만원 정도 듭니다. 제가 차가 없기 때문에 택시로 모시고 가는 날은 1만원 가량이 더 들고요. 이 병원비도 어머니에게 얘기 한 적이 없는데 제가 병원수납에서 계산하는 것을 엿들었나 봅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어머니는 호주머니에서 5만원을 꺼내서 꼭 저에게 주려고 합니다. 병원비에 보태라고…. 각시가 모시고 가는 날도 그러고요. 그 때마다 저와 각시는 "됐다"고 하고 어머니는 부득부득 보태라고 하고…. 끝은 항상 저희 부부가 이기지만. 물론 그 돈도 저희가 용돈하시라고 드린 돈에서 나온 거지만 무엇이 어머니로 하여금 미안한 감정이 들게 하는지 참 속상합니다.
  

   
 
▲ 어머니 약봉지 아침,점심,저녁 어머니가 드시는 약입니다. 가끔 어머니는 약의 갯수가 달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약의 갯수가 조금이라도 줄어드는게 어머니에게 설명을 해드리기 좋습니다. 좋아지고 있다고요..  ⓒ 강충민  
 

어머니는 언제까지 이렇게 약을 먹어야 하며 병원을 계속 다녀야 하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에게 꼭 물어봐야 되겠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엄마 죽을 때까지 먹어야 돼. 안 먹으면 바로 안 좋아져… 아들 고생시키고 싶으면 안 먹어도 되고…."
 
괜히 저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어머니도 받아들이기 쉬울 거라 생각 했으니까요.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결국 어머니는 지난 달, 의사선생님에게 당신의 입으로 직접 묻고 당신의 귀로 직접 들었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드셔야 되요."
 
의사선생님의 말에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 낼 수 있었습니다. 늙고 병들어 아들내외에게 짐만 되고,  맞벌이 하면서 어렵게 번 돈을 병원비로 써 버린다는 미안함이 바로 그것이겠지요.

그렇게 병원에 갔다 온 뒤 어머니는 며칠동안 혼자 한숨을 내쉬며 많이 우울해 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머니가 우울증에 걸리는 날이 옵니다. 또 한 달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또 우울증 걸리는 날 오겠네."
 
각시가 텔레비전위에 놓인 탁상용 달력을 보다 한 마디 합니다. 저나 각시나 어머니가 집에서 편하게 지내시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립니다.
 
"어머니 병원 갈 때 또 돈 주려고 하면 1원만 받자. 그게 어머니가 편할 것 같다, 그치?"
각시가 신문을 읽다 말고 불쑥 얘기합니다.
 
"그래 그러자. 그게 엄마도 편할 것 같다."
각시의 말에 저도 동의를 하며 담배 피우러 베란다로 나가는데 날 잡아서 어머니를 달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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