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도민연대, '2007 4.3유적지 순례'…전주형무소와 학살지
불법 군사재판 1년 박춘옥 할머니 "억울한 옥살이했다" 울먹

   
 
 
   
 

 
 
"난 쌀 한 되 준 것밖에 죄가 없다"

4.3 당시 억울한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던 박춘옥(81.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할머니가 58년만에 처음 전주형무소를 찾았다.

27일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의 '2007 전국 4.3유적지 순례' 참가자로 박 할머니가 다시 찾은 것이다.

전주형무소는 옛 모습이라고는 축대로 사용되는 15m의 담장을 제외하고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그리고 교회 부지로 사용돼 50여년전의 아픈 역사의 흔적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었다.

60년전 전주형무소에는 해방후 좌우익의 갈등으로 수많은 정치범이 수감돼 있던 곳이었다. 형무소 정원이 900여명에 불과했지만 2배가 넘는 1900여명이 수형인으로 복역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정치범만 1400여명이었다. 제주에서도 4.3으로 131명이 전주형무소에서 수감됐다. 수형인은 대부분 여성이었고,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의해 최소 1년에서 많게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 할머니는 4.3이 발생한 1948년 제1차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49년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복역했다.

박 할머니는 자신의 복역기간을 정확하게 기억했다. "섣달(음력) 14일에 전주형무소에 끌려와 10월에 풀려났다"며 "내가 옥살이를 하게 된 것은 산 사람들에게 협조해 줬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그 때는 산도 무섭고, 법도 무서웠다"며 "산사람들에게 쌀 한 되 준 게 전부였고, 내가 1년형을 언도받고 여기에 오자 간수들도 '이것으로 왔느냐'는 말을 할 정도였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박 할머니는 2차 군법회의에서 전주형무소에 온 수형인들 중 61명이 서대문형무소로 이송됐다는 진술도 했다.

박 할머니는 "같이 복역했던 제주도 사람들 중 정확한 숫자는 알지 못하지만 꽤많은 사람들이 서대문형무소로 이송됐다"며 "저는 49년 12월 가시리와 의귀리 등과 함께 수형생활을 마치고 제주도에 내려왔다"고 말했다.

   
 
 
   
 
 
수형인기록부에 따르면 전주형무소에 있던 제주 4.3 수형인들은 131명이었다. 61명이 서대문으로 이송됐고, 박 할머니처럼 38명이 복역후 무사히 석방됐다. 하지만 나머지 33명은 한국전쟁 이후 집단학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육지부 다른 형무소 터와 마찬가지로 전주형무소 인근에도 학살터로 추정된 곳이 5~6곳이었다.

순례단은 이날 학살터로 추정되는 전주농고 동쪽 야산과 황방산 기슭을 찾아 4.3영령과 한국전쟁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모든 이를 위해 묵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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