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의 제주해안 따라가기⑦] 미수동, 가문동해안

12번 도로를 따라 하귀1리를 지나 하귀2리로 접어든다. 옛 마을 길과 우회도로가 나누어지는 곳에서 4차선의 우회도로를 따라 가면 길 오른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길 오른쪽의 ‘형제수산’이라는 간판이 세워진 시멘트 길로 들어서면 하귀2리 미수동 포구와 해안이 나온다.  맛 미(味), 물 수(水)자를 써서 미수동이다. 물이 좋아서 그런지 미수동 해안가에는 고성천주위로 미나리 밭이 많다.

▲ 미수동 포구.ⓒ홍영철

미수동포구는 작고 아담한 포구다. 크지 않은 배가 몇 척 포구에 걸려있다. 포구의 방파제는 인공적으로 쌓은 곳도 있지만, 주위에 갯바위들이 둘러쳐져 있어서 더욱 아늑해 보인다. 예전의 포구들은 이렇게 갯바위들로 둘러쳐져 있어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지혜를 보여준다. 바위로 바다를 메우고 다시 그 위를 시멘트로 포장한 모습이 오히려 우습고 어리석게 보인다. 태풍이 지난 후에 바다에 나가보면 강할 것 같은 시멘트 포장이 여지없이 부서진 것이 보이고, 허술한 듯한 예전 포구의 방파제는 아주 견고하게 남아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고 바다의 힘에 대항하려 했던 생각과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려고 했던 생각의 결과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오래 전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가장 처음은 ‘물을 다스리는 것(治水)’라 하였고, 물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스린다’는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을 인간의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물의 성질을 알고 물과 인간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다스린다는 의미가 아닐까? 마치 백성을 다스린다고 했을 때, 백성을 통치자의 마음대로 주무른다 라는 의미가 아니고, 백성의 아픔과 곤경을 이해하고 이를 풀어나가는 것이 ‘정치(政治)’인 것처럼….

▲ 염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왼쪽 위는 고성천 하류를 따라 이어진 갈대밭, 오른쪽위는 바닷가에 자라는 갯잔디이고, 왼쪽아래는 부추처럼 생긴 지채와 오른쪽아래에는 천일사초이다.ⓒ홍영철

미수동해안은 제주해안의 일반적인 특징인 용천수와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이다. 해안 곳곳에 바닷가에서 솟아나는 용천수가 보이고, 염생식물인 천일사초와 지채, 갯잔디, 갯질경이 등이 보인다. 정성스럽게 시멘트로 둘러쳐진 용천수는 이곳의 물이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생명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득한 기억인 듯 곳곳에 널린 쓰레기가 사람들의 무심한 기억을 질책하는 듯하다. 해안생물들에게는 아직도 여기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이 곳 주위에 모여있는 갈매기와 쇠백로, 왜가리 등이 물새들이 이 곳의 먹이사슬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수역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내는 결과다. 기수역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염도에 따라 다양한 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산다. 사람들에게는 잊혀지고 버려진 이곳이 수많은 바다생물에게는 오랜 삶터이며, 지금도 그들에게는 절실한 곳이다.

▲ 쓸모없어진 용천수, 여전히 바다생물들에게는 생명수다.ⓒ홍영철

▲ 물새의 서식처가 되는 곳이다. 왼쪽으로부터 갈매기와 바다직박구리, 왜가리와 쇠백로의 모습이 보인다.ⓒ홍영철

미수동해안을 나와서 12번 도로를 따라서 더 서쪽으로 가면, 길 오른쪽에 ‘애월-하귀해안도로’ 표지판이 있고, 그 옆에 가문동이라는 표석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애월항까지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가문동입구부터 펜션과 식당, 까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가문동마을회관을 찾아서 그 옆길로 바다에 닿았다. 먼저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암반이 눈에 띈다. 거대한 거북 등에 올라서면 저 바다 깊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다. 육지 쪽으로는 3미터 정도의 해안절벽이 둘러쳐져 있다. 이 해안절벽에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거북등 모양의 해안 암반들도 조금 더 높이 위치했더라면 파도에 깎여서 주상절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 거북등모양의 갯바위가 인상적이다. 오랜세월 다듬어진 알작지도 주변에 있다.ⓒ홍영철
가문동해안도 가까이에서 보니 안타까운 점들이 보인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쓰레기들이 쌓여 있고, 건축물의 잔해들과 곳곳에 쓰레기를 태운 흔적들이 널려있다.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도 마을주민들이 태울 쓰레기를 가지고 바다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쓰레기 종량제 이후 해안가와 하천주변이 몰래 버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름철 태풍으로 하천의 물이 불어나면 하천주변에 있던 쓰레기가 하천을 타고 바다로 달려온다. 해결방법이 없는 것일까? 시대에 역행하는 생각일지는 몰라도 필요하다면 ‘종량제’를 철회해서라도 바다는 지켜져야한다. 해안을 따라서 천천히 걸어보라. 바다가 위협받고 있다.

▲ ⓒ홍영철

※ 홍영철님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자연과 생태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관광을 만들어 나가는 (주)제주생태관광(www.ecojeju.net )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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