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여론조사, 고건에 이어 차세대 지도자 2위…박근혜 보다 앞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그것도 인구 1%에 불과한 ‘변방의 땅’ 제주에서 태어난다?

세 명에 불과한 국회의원을 두 명으로 줄이겠다고 제주도 전역이 한 바탕 난리를 피웠던 게 바로 엊그제 일인데,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는 제주도를 비하하는 속담이 아직도 버젓이 인용되는 상황에서 제주도에서 대통령을 만들어 낸다? 소위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그러나 결코 이는 우스개 소리가 결코 아니다.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의 ‘요망진 딸’ 강금실 전 법부장관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차세대 최고의 지도자로 뛰어 올랐다. 그것도 한나라당 당 대표인 박근혜 대표를 제치고 고건 전총리 다음으로 가장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로 우뚝 섰다. 
 

 

정 치 인

인지도

호감도

능력평가

평균

1

고       건

89.1

58.1

61.9

60.0

2

강 금 실

91.0

44.9

49.7

47.3

3

박 근 혜

99.2

46.6

46.3

46.5

4

이 회 창

98.8

25.7

41.9

33.8

5

정 몽 준

91.7

32.7

32.1

32.4

6

정 동 영

92.3

30.8

31.2

30.1

7

권 영 길

80.5

25.9

26.5

26.2

8

이 명 박

84.2

19.6

30.0

24.8

9

추 미 애

90.2

22.6

26.0

24.3

10

이 해 찬

89.2

19.1

24.1

21.6

시사주간지인 ‘한겨레21’이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평균 지지도 47%를 얻어 고건 전 국무총리(60.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도를 얻었다.

강금실 장관 뒤로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3위·46.5%),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4위·33.8%), 정몽준 의원(5위·32.4%), 정동영 통일부장관(6위·31.0%) 등 쟁쟁한 정치인들이 줄을 이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호감도 58.1%, 능력평가 61.9%, 두 척도의 평균값이 60.0%로 1위로 선정됐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서울시장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내면서 쌓아 온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와 부드러운 이미지로 지금까지 수차례 대중지지도에서 줄곧 수위를 차지해 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박 대표는 현재 제1야당의 총사령탑으로 그가 차기 대통령 선거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금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을 법무장관으로 전격적으로 발탁한 이후 사법파동을 헤쳐 나가는 강인한 모습, 대통령에게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소신, 그리고 톡톡 튀는 패션 감각으로 재임시절 높은 인기를 누렸던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7월28일 장관직에서 물러난 평범한 야인에 불과하다.

권력이란 게 그 자리에서 있을 때 ‘권력’이지 일단 물러났다고 하면 ‘말짱 도루묵’ 처럼 세인들에게 잊혀지는 게 생리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법무장관에서 2개월 전에 물러난 강 전 법무장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그를 차세대 최고의 지도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강금실 전 장관의 인지도는 91.0%로 ‘베스트 5’ 중에서 4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 전 장관은 호감도에서 44.9%, 능력평가 49.7%을 얻었다. 국민 두 명중 한명 꼴로 강 전 장관에 좋은 호감을 갖고 있으며, 또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특히 호감도보다 능력이 앞섰다는 것은 향후 차세대 지도자의 자질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겨레21’은 “그의 성적에서 능력평가가 호감도를 앞선 것은 다소 뜻밖이다”면서 “국민들이 그를 단순히 여성으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일도 잘하는 사람으로 알아주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며 의외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겨레21’는 이어 “그러나 그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쪽의 거듭된 영입 노력에서 불구하고 정치에 발 담그기를 완강히 거절했다”고 밝힌 후 “그 뒤로도 그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고 볼 근거가 적기 때문에 ‘강금실 2위’의 ‘정치적 의미’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물론 강 전 장관은 장관재임시절은 물론 야인으로 물러난 지금에도 ‘정치 뜻’을 밝힌 바 없다. ‘한겨레21’은 이 때문에 강금실 전 장관의 대중적 지지도의 파괴력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만약 강금실 전 장관이 정치에 ‘뜻’을 밝힌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1999년 노무현 의원이 대통령이 된다고 감히 누가 생각을 했을까. ‘바보 노무현’이 정치적 파워가 대통령을 만들었나? 아니면 그가 돈이 있나, 든든한 학연이 있나. 그는 정치인으로서는 오히려 지금의 강 전 장관보다도 못한 ‘알거지’에 불과했다. 다만 그가 가진 게 있었다면 ‘바보’라는 애칭을 들을 정도로 원칙에 입각한 정치관과 이를 높이 산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는 ‘한겨레21’이 실시했던 지난 99년 대중적 지지도 조사에서도 금방 확인된다. 노무현 의원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 이인제·홍사덕·정동영 의원, 그리고 고건 전 국무총리를 제치고 당당히 국민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높은 지지도가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터리 정치인 노무현 의원을 일약 한국의 'Code One'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았다.

때문에 강금실 전 장관의 대권 도전은 결코 소가 웃을 일이 아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이며, 이는 강 전 장관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뒷받침 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의 대권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은 그를 지지하고 있는 세대별, 지역별 분포도이다.

이번 조사에서 40대 응답자 중에서는 51.5%, 30대 응답자 중에서는 50.8%가 강 전 장관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능력평가 면에서도 40대의 59.5%, 30대의 53.5%가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30대와 40대 두 명 중 한명이 강 장관을 차세대 지도자로 지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30~40대는 누구인가. 이들을 합치면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자치할 정도로 30~40대가 한국 정치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강하다. 강 전 장관은 바로 이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강 전 장관은 영·호남 갈등에서 제일 자유롭다. 인구 55만, 내외도민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인구 100만에 불과해 ‘머리싸움’으로 번지는 한국정치 현실에서 볼 때 상당히 고전이 예상되지만 역으로 강 전 장관은 제주도 출신이라는 게 역설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지역패권주의에 식상한 상당수의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을 그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48.9%, 호남권의 52%가 강 전 장관에게 호감을 보였다.

‘한겨레21’은  “이런 결과는 노무현 정권 창출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서울·경기와 호남의 30~40대 유권자들이 강 장관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다는 징표로, 이들이 여권의 새로운 대안으로 강 전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56.3%,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57.7%가 강 전 장관을 선호했다.

제주출신 ‘요망진딸’, 수차례 정치권의 러브콜에도 굴하지 않고 법무장관의 소신을 지킨 강단 있는 행정관료, 그리고 떠날 때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환한 웃음으로 법무부 청사를 나선 그의 모습에 대중들은 기존의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카리스마’를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대권론’은 소가 웃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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