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제이, 제3회 제주 '머리에 꽃을' 거리예술제 개막…26일까지

"무심하게 지나치는 제주의 거리 곳곳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

제주만의 독특한 이야기나 자연의 이미지가 담긴 책자나 엽서, 사진 등 보물을 제주시청, 탑동방파제, 산지천 일대 도로 곳곳에 숨겨 도민들이 찾게 한다.

테러제이(대표 오경헌)가 주관하는 2004 제주 "머리에 꽃을" 거리예술제가 21일 개막, 6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어둠이 슬며시 깔리는 오후 7시 제주시 박성내에서 테러제이의 제3회 거리예술제 개막행사 시작됐다.

▲ ⓒ제주의소리
제주 4.3 당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박성내에서 '길, 그 위에 서성거리다'는 주제로 60대의 스승 요시모토 다이스케씨와 30대의 제자 서승아씨가 일본 고유의 퍼포먼스인 부토와 마임이스트 이태건·이경열·이재성·이정훈·김원범씨가 마임으로 한 맺힌 영혼들을 위로함과 동시에 제주인의 가슴속에 숨겨진 아픔의 보물을 재발견한다.

단순한 호기심에 걸음을 잠시 멈췄던 행인들 중 대부분이 가던 길을 포기하고 아예 자리를 잡고 감상하는 모습이다.

말없이 몸으로 표현하는 공연자들에게 푹 빠져 관객들마저 말이 없다.

▲ ⓒ제주의소리
굳어버린 영혼을 보는 듯한 동상 연기에 학생들이 신기해하며 카메라폰을 눌러대고 어린 아이는 다소 무서운지 가까이 가지를 못한다.

진짜 동상인지 사람인지 확인해 보느라 직접 만져보는 이도 있었는데 동상이 슬며시 미소짓는다.

▲ 오경헌 테러제이 대표.ⓒ제주의소리
거리예술제 준비가 어느 해보다 힘들었다던 오경헌 테러제이 대표(34).

오경헌 대표는 "문화는 어느 곳에서나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제주는 실상 관광객만을 중요시한다"며 "제주 사람들도 문화를 공유하고 누릴 권리가 있다. 거리예술제 등을 할만한 인프라 구축이 부족하지만 새로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당초 산지천에 수상무대를 설치해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제주시의 허가를 받지 못해 포기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 대표는 "테마이벤트인 '제주의 거리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를 통해 제주의 자연과 사람 모두가 보물임을 도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도민들이 찾지 못한 보물들은 수거하지 않고 1년이고 2년이고 그냥 둔다는 계획이다.

거리예술제 기간이 끝나더라도 도민들이 자신들을 발견해 주길 기다리며 거리 곳곳에 보물들이 숨어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휴지통 옆, 자동판매기 뒤, 정류장, 전봇대, 공중전화박스, 공중화장실 등에서….

▲ ⓒ제주의소리
이번 '머리에 꽃을' 거리예술제는 각 요일별 테마를 갖고 다양한 공연을 한다.

"화요일엔 화만 내지 말고 화끈하게 놀아보자!" "수요일엔 신나도록 수다스런 날이 될지어다!" "목요일엔 목청 터지게 놀아볼거나.." "금요일엔 금방이라도 뛸 듯이 날 듯이!!" "토요일엔 토달지 말고 길 위에서 맘껏 춤을!!" "일요일엔 일상 속 축제여 이 길 위에 영원히.."

박성내에서의 개막행사가 끝나자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남초등학교 4학년 4반 아이들의 단소공연과 깜찍한 수화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뚜럼브라더스의 라이브 공연, 코파스의 퍼포먼스, 홍익보육원 어린이들의 핸드벨공연, 오꾸다 마사시의 버블마임, 마이크 없는 라이브가 계속됐다.

비누방울을 이용한 오꾸다 마사시씨의 버블마임에 아이들은 비누방울을 쫓느라 정신 없이 마냥 즐겁다.

거리예술제 기간에 매일 이벤트로 보물찾기, 초상화 그려주기, 꽃핀 꽂기, 봉숭아 물들이기, 페이스페인팅, 티셔츠 판매, 콘테스트-티셔츠, 공연사진 전시 등이 이뤄진다.

▲ ⓒ제주의소리
제3회 2004 제주 "머리에 꽃을" 거리예술제에서 머리에 꽃을 꽂는 행위는 우리 가슴에 품은 이상과 희망에 대한 갈망의 표출을 의미한다.

일상과 평균에 치어 스스로 소외되어 가는 삶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한줄기 희망을 상징하며 이를 바탕으로 제주 문화예술의 새로운 꽃을 피우자는 의지의 표출이다.

아름다운 섬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살아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영혼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 Terror J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