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수 의원-우근민지사, 도정질의 답변태도 놓고 '가시 돋친' 설전

"우근민 지사, 나한테는 선생님이 학생한테 강의하듯이, 종교단체에서 교주가 신도들에게 설교하듯이 그런 답변을 하지 말라"

"언론을 보면 제주도청은 없어져야 할 기구다. 하나 잘한다는 게 없다. 나도 제주도가 하는 일을 도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1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우근민 도지사의 발언 태도를 놓고 지사와 도의원간에 날카로운 공방전이 벌어졌다.

"어떻게 그렇게 조급하냐...묵묵히 참고 있다"

우 지사는 이날 오전 김우남, 김성대, 임기옥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듣기에 따라서는 소탈하고, 자신감 있는 답변으로 들릴 수 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도민을 대표한 도의원들에게 훈시하는 듯한 어투로 비쳐져 "아무리 도지사라고 하지만 답변 태도와 발언내용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우 지사는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선 김우남 의원의 "특별자치도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질책성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10월 30일이면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자치도를 말한 지) 한달 됐다. 홍콩은 영국에서 99년 빌려줘서 지금의 홍콩이 됐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돼서 이광요 수상이 26년 통치하면서 만들었다. 대통령이 한 달전 한 말씀했다고 뭐가 되겠느냐. 어떻게 그렇게 조급하냐"며 핀잔을 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우 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지금 행정부지사를 중심으로 한 테스크포스팀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제주도가 뒤집어지는 것 같은 하나도 체계가 없는 것 같은..묵묵히 참고 있다"고 말해 도의원은 물론 공무원과 취재기자들조차 긴장케 했다.

"파출소도 못 줄이는 도민들이 어떻게 선과장을 줄일 수 있겠느냐"

우 지사는 또 양대성 의원이 "도내에 800개가 있는 선과장을 대형화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기동력도 좋아졌고, 통신도 좋아져서 파출소를 줄이려고 했는데 동의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후 "파출소도 하나 못 줄이는데 800개 선과장을 대형화시키는데 상당히 애로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김 의원의 발언을 파출소 축소에 대해 반발하는 도민들과 한데 묶어 질책성으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우 지사는 또 감귤통계 착오에 따른 여론질책에 대해서도 짜증난다는 식으로 "경북지역에서는 사과 생산 통계를 내지도 않는다. 원칙과 큰 줄거리는 놔두고 통계 조금 틀린 것 때문에 공무원들이 계속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항공사 만들지 않아 항공요금 오르면 제주도청은 책임이 없다"

우 지사는 이어 임기옥 의원이 "고속전철이 운행될 경우 항공산업에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방항공사 설립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구하자 "지방항공사 설립에 신중에 신중 기해서 만들지 말자(고 하는데) 앞으로 항공요금이 오르면 제주도청에는 책임이 없는 것이다"라며 임 의원에게 책임을 넘기는 듯 발언을 해 의원들을 다시 한번 불쾌하게 했다.

"선생님이 학생한테 강의하듯, 교주가 신도에게 설교하듯 답변하지 말라"

우 지사의 이같은 답변은 오후 도정질문에서 즉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오후 2시부터 속개된 도정질문 세 번째 질문자로 나선 고동수 의원은 발언 서두에서 "우근민 지사, 나한테는 선생님이 학생한테 강의하듯이, 종교단체에서 교주가 신도들에게 설교하듯이 그런 답변을 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고 의원은 "우리 '대한민국의 인사국장' 출신이신 우근민 도지사, 지사께서는 작년 말에 도정질문시 인사와 관련한 의원의 질문에 '나는 대한민국 인사국장 출신이다. 인사과장도 했다. 내가 인사를 못하면 다른 사람은 더욱 못할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자랑했지만 한편으로 듣기에는 결코 겸손하지 못한 답변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지금도 그런 주장에 변화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화살을 날렸다.

이어 "그렇다면 '대한민국 인사국장' 출신께서 금년 8월초에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하면서 도의회 의장과 협의까지 마친 상태에서 지금까지 단행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뭐냐. '대한민국 인사국장' 출신이니까 이렇게 인사가 늦어져서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려도 된다고 보느냐"며 '대한민국 인사국장 출신'이란 표현을 네 번씩이나 쓴 후 "좀더 겸손한 자세로 자기 직무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나무랐다.

이에 대해 우근민 도지사는 답변을 통해 "도지사가 도의원에게 답변하는 것은 도민에게 하는 것으로 도민에게 성실히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어떻게 도지사를 교주와 비유할 수 있느냐. 이는 충격이다. 해야 할 것이 있고 안 해야 할 것이 있는데, 가능한 요령껏, 듣는 도민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고 의원의 질문에 대해 결코 밀리지 않는 어조로 재 반격했다.

이어 우 지사는 "성실하게 답변하는 게 흠이 된다면 줄여서 하겠다. 저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신문에 보면 방송에 보면 때로는 제주도청은 없어져야 할 기구라고 생각한다. 하나 잘한다는 게 없다. 제주도 하는 일을 도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언론에 대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고동수 의원이 보충질문을 통해 "지사께서 '고동수 의원의 지적에 다른 의원들이 동의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18명이 동의 안 해도 본 의원만 그렇게 느끼더라도, 본 의원이 느끼기에 너무 설교식이다. 강의식이다 라고 느꼈다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다시 우 지사를 공박했고 우 지사는 재 답변을 통해 "고 의원이 '윈윈으로 잘해보자'고 했는데 그렇게 합시다"라며 한치도 밀리지 않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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