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특별자치도 태극기하르방 한규북

경황이 없는 1년5개월이었다. 지루하면서도 분주하고 최고로 우울했던 1년5개월.

그런데 적반하장 유분수지!
소위 양무리를 친다면 아니치겠다고 한다고 지금은 특별자치도가 어디에서 어떻게 걸어왔는가 보다 현재 어떤 위치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더 없이 소중한 때이다.

아직도 제주특별자치도는 낯선 땅에서 방향을 못 잡는 이방인처럼 거리에서 서성거리고만 있는 것 만 같다.

그렇다면 도는 여태 스스로의 선 위치 조차도 확실히 모른 채 다른 시·도처럼 때로 웃고 때로는 울었던가!

그렇게 무감각하고 헛되고 자신없이 1년 5개월을 살아왔다는 말인가!

사실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난 1년5개월은 풍랑속에 떠밀려 다니는 와중의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복잡한 소용들이 속에서도 특별자치도로서의 입지를 찾으려고 부단히 애쓰고 노력해 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도 큰 갈등과 이율배반을 맛 보아야만 했다.

특별자치도가 선 위치를 찾으려고 퍽이나 애썼으면서도 확실한 도의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는 얘기인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된 후 도민이 바라던 4개 시·군의 자치권이 있을 때보다 일반 교부세와 특별 교부세가 얼마나 증가했는가.
 
왜 그토록 잠 안오는 불면의 밤 속에서 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 애썼건만 찾을수가 없었는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제주특별자치도가 얼마나 안타까운 몸부림을 쳤는 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제주특별자치도는 어렴풋이나마 지난날 어디에 있었던가를, 그리고 지금 어떤 위치인가를 알 수 있는 자신이 선다고 본다.

뱉고 싶은 얘기들을 다 뱉지 못할 때 오는 분노가 고금의 분노 중에 제1이리라!

   
 
 
도가 꿈만은 컸기에 하다 못해 무변광대한 지대와 허공을 향해서라도 사자후라도 토해내고 싶을 것이다.

언제나 터져 나오는 외침을 외치기 위해서 매일매일을 감정의 언어들을 여과해 버리는 작업, 바로 이것이 특별자치도의 작업인 것이다.

여태 해내지 못한 단어 때문에 감정은 공해에 시들어 있고 퇴폐물이 쌓여 이제는 폐인의 경지까지 이르고야 만 것이다.

허긴 성능좋은 여과기라면 1년5개월 정도 묵은 찌꺼기를 가려 내는것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차후 계속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으리라!

[ 제주특별자치도 태극기하르방 한규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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