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제주속담

# 송현우의 '만(화로)보(는)제(주속담)'를 시작하며...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쉽게 말해 언어라는 집 속에서 존재가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어의 집이 크고 풍요롭다면 그 안의 존재 역시 풍요로울 것입니다. 그 반대라면 존재는 답답하고 고단할 것입니다. 언어와 존재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합니다.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차원을 넘습니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겨 있는 '그릇'인 것입니다.

지구상의 언어가 자꾸 소멸해 간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1년에 10여 개의 언어가 지구상에서 사라져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언어가 사라지면 존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시나브로 절멸의 위기에 처한 제주어는 언어의 존재와 제주인의 정체성에 대해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소위 표준어 위주의 정책과 매스미디어는 지역의 '방언'들을 열등한 것으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제주어의 우수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강영봉 제주대학교 교수는 "한글이 대한민국 대표상품이라면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음운 목록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중세 어휘가 생생하게 사용되고 있는 제주어야말로 한글의 대표 상품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소멸해 가는 제주어. 이제는 표준어를 구사하는 어린이들과 노인들 간 의사소통도 자연스럽지 않은 지경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난 몇 년 새 '제주어를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커져가고 있습니다. '사투리를 쓰지 말라'고 했던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이제는 제주어를 가르치고 있고, 국립국어원과 국립민속관은 제주어를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공동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어의 위상과 언어사적 의의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장 양대성)에서도 발 벗고 나섰습니다. 지난 10월 문화관광위원회 신관홍, 오옥만, 위성곤 의원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동 발의한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가 만들어졌습니다. 제주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토대도 만들어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언어는 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릇이 사라지면 정신도 사라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제주인의 그릇이 새롭게 ‘부활’되기를 기대합니다. 1년 새에 사라져가는 언어 중의 하나에 포함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 송현우 화백 ⓒ제주의소리
각설하옵고, 제주인과 제주어의 '진수' 내지 '정수'는 제주속담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널리 퍼진 속담, 제주속담엔 제주인들의 언어와 사고, 철학,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아래의 제주속담만화는 필자가 2000년 경부터 시작한 결과물입니다. 게으른 제 천성 탓에 더디 진행돼 온 작업입니다만, 쉼 없이 고민해 왔던 작업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위주로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틈틈 '업'시킬 계획입니다.(최소한 1주일에 한 번 꼴로)

아직 '제주어 표기법'이 제정되지 않은 지라, 제 만화에 표기상의 오류도 있고, 제주속담에 대한 해석상의 오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독자제위의 애정 어린 비판과 조언,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꾸~벅! <제주의소리>

<송현우 시민기자 / 저작권자ⓒ 제주 대표뉴스 '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프롤로그 '살당 보민 다 살아진다'

   
 
 
   
 
 

▼ '눈썹에 불 부터도 끌 저를 엇나'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