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나와 부엉이' 는 폭로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 바깥 사람들은 솔직히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면 안 믿어요.
사실 자체를 안 받아들이니까. 인정을 못해 주니까.
내 말을 해봤자, '살아 있지 않는 말' 을 해봤자 뭘 해요? "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기...그리고 아무도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기...이 다큐멘터리가 바로 그러하다. 또한 폭로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내야만 하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언제나 짙은 화장을 하여 자신을 감추지만 우리와 대면하는 순간 화장을 벗고 맨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기지촌을 둘러싸고 살아가는 성매매 여성들이다. 기지촌에서 살아온 경험을 풀어놓는 과정을 통하여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기지촌여성들은 두레방을 통해 만남을 갖는다.

두레방은 1986년 경기 북부 미군주둔지역의 대표적인 군사도시인 의정부시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선교활동을 위해 기독교정신으로 세워진 민간단체이다. 기지촌여성들은 이 곳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마음속 한도 같이 풀어낸다.

주인공 박인순씨는 낮에는 논과 밭에서 미나리를 뜯으며 보내고 오후에는 두레방에서 미술프로그램을 받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들의 미술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한 작품 한 작품마다 눈을 뗄 수 없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림 속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 뭉클함이 전해져 왔다. 그 속에는 그들의 아픔과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단 이후 국가 안보가 최우선시 되던 수 십 년간의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는 몇몇 활동가들에게 오르내릴 때를 제외하고는 잊혀진 존재였다.

그녀들은 바깥세상과 고립된 채 국가의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며 처절한 젊은 시절을 보냈고 나이 들어 기지촌에서는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존재가 되었서도 기지촌 주변을 유령처럼 선회하는 존재로 남겨진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으나 남은 것은 늙고 아픈 몸뚱아리와 대상 없는 증오심뿐이다. 이런 속에서 '나와 부엉이' 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고 믿지 않으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펼쳐내기 시작한다.

성매매여성들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만날 때마다 나는 너무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인간사회에 그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래도 이 사회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을 보면서 또 한번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언니의 이야기가 가슴에 맺힌다. 효순이, 미선이 촛불시위에 대해서 말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참여하는 그 자리에 왜 성매매여성들이 기쁜 맘으로 참여할 수 없는지...

미군들이 하는 행동에는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온 국민이 들고일어나면서 일상적으로 한국남성들이 성매매여성들에게 저지르는 일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다.

우리의 흠은 보지 못한 채 남의 흠은 신랄하게 비난하는 우리의 어리석은 자화상을 비판하는 목소리일 것이다. '가려진 삶을 향한 따스한 시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관심이다. 그들이 훌훌 털고 나올 수 있도록 빗장을 열어주는 일이다.


세계 성폭력 추방기간 기념사업으로 제주여민회 부설 제주여성상담소가 마련한 다규멘터리 '나와 부엉이'는 5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제주대학교 교양동에서, 6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에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상영된다. <강경숙님은 제주여민회 부설 제주여성상담소에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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