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주의 오름기행

▲ 오름의 맹좌라 불리는 다랑쉬오름 ⓒ 김민수
  

화산섬 제주에는 360여개의 기기묘묘한 오름이 있다.

오름은 화산 활동에 의해 생긴 것으로 저마다 분화구의 흔적을 가지고 있으며 백록담이나 성산일출봉도 오름의 하나다. 제주에서는 '오름' 혹은 '봉'이라 불린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봉긋봉긋한 동산처럼 생긴 것은 대부분 오름이다. 물론 한라산, 송악산 등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도 있지만 제주에서 만나는 봉긋봉긋한 동산을 닮은 것들 대부분은 '오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드러운 오름의 능선을 따라 올라보면 오름마다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한겨울에도 분화구 안에서는 꽃을 볼 수 있는데 겨울 칼바람이 오름 능선만 훔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 가을의 다랑쉬 오름, 아래로 은월봉, 저 멀리 식산봉과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 김민수

제주를 여행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여행이 있다면 '오름 기행'이다. 천 년의 섬 '비양도'나 소를 닮은 섬 '우도'를 여행한다면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볼 일이다. 비양도의 '비양봉'과 우도의 '우도봉' 모두 오름이다. 물론 성산일출봉도 오름의 하나다. 오름인지 인지하지 못해도 이미 오름을 여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쯤은 오름 기행을 주제로 삼아 여행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오름의 권좌라 불리는 다랑쉬오름이나, 오름의 백미라 불러도 좋을 용눈이오름, 작은 아이들을 닮은 아끈다랑쉬오름 등 무수히 많은 오름들이 밀집해 있는 제주동부지역을 선택한다면 제주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제주의 쪽빛 바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어느 겨울 날, 칼바람이 부는 오름에 서보면 제주의 바람맛을 안다. ⓒ 김민수
 
아무리 낮은 오름이라도 능선에 오르면 바다의 끝, 수평선을 볼 수 있고 한라산 백록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오름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돌담 밭과 마을로 이어지는 길과 마을을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제주의 속살을 보는 일이다.
 
제주의 오름은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물찻오름 같은  곳은 이름 그대로 오름 분화구에 물을 간직하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하고, 여름 혹은 가을날 반영된 숲과 하늘은 이어도가 이곳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신선하다.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에 올라도, 아침과 저녁에 올라도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오름을 오르지 않고 제주를 다녀왔다고 말하는 것은 제주에 대한 실례라고 감히 나는 말한다.  
   
▲ 송당에 위치한 안돌오름 ⓒ 김민수
 
어떤 오름은 오르는 길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무작정 오름을 향해 간다고 해서 오름을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름의 표지석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오름의 표지석에는 오름에 대한 해설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오간 흔적들이 길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름에 눈이 내리면 완만한 오름들은 눈썰매장이 되기도 한다. 용눈이오름이나 손지봉 같은 곳은 눈썰매를 타기 좋고, 5·16도로 주변의 마방목지는 한 겨울에는 눈썰매를 타는 인파로 온종일 북적이기도 한다. 제주도에 눈이 내리면 여기저기 천연의 눈썰매장이 생기는데 대부분이 오름자락이다. 겨울에 제주로 여행을 갈 계획이 있다면 눈썰매를 탈 준비도 해가면 좋을 것이다.
    
▲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용눈이오름 ⓒ 김민수
 
제주의 오름에는 돌무덤들이 많다. 돌무덤을 자세히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특히 용눈이 오름에 있는 돌무덤은 명당 중의 명당으로 돌무덤들도 제법 큰 것들이 초입에 많고, 각진 돌무덤을 따라 걸으며 살펴보면 돌담에서 신문(神門-신이 드나드는 문)도 볼 수 있다.
 
일정이 빠듯해서 오름 기행을 하지 못한다면 한나절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만은 꼭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제주여행을 하시는 분들에게 나는 주로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물찻오름을 권하는데 그곳을 다녀오신 분들치고 '허탕쳤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분도 없었다.
 
만일 나에게 단 하루 제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 물찻오름을 오른 후 제주도 해안도로를 들렀다 돌아올 것이다. 만일 시간이 부족해서 다 들르지 못한다면 후자부터 하나씩 포기할 것이다.
   
▲ 용눈이오름을 오르는 꼬마들 ⓒ 김민수
 
오름을 오르지 않고 제주를 논하지 말고, 오름을 오르지 않고 제주를 다녀왔다 하지 말라. 그것이 제주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른다. 어린 아이들도 그리 힘들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오름, 그 오름의 능선들은 어머니의 품을 닮았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돌다 보면 제주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제주의 오름에 올라보면, 왜 이렇게 제주의 오름을 예찬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 아름다운 오름을 이렇게밖에 소개하지 못하는 필자의 글솜씨에 답답해 할 것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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