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공사 80원 제시, “낮추면 농가 반발” vs "높이면 열매솎기 저조"…'진퇴양난'

▲ 가공용 감귤 수매가 결정을 위한 회의가 24일 중소기업센터 회의실에서 열렸다.
올 해산 가공용 감귤 수매가를 얼마로 결정하느냐는 문제가 제주도와 개발공사, 농·감협, 그리고 농가들 사이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제주도지방개발공사 추석연휴를 앞둔 24일 가공용 감귤 수매가 결정을 위한 감귤운영위원회를 열고 올 해산 가공용 감귤 수매가에 대한 협의를 벌였으나 개발공사와 제주도, 농협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2시간30분간의 회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회의에 넘기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제주도 감귤산업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56만~67만 톤으로 과잉생산이 예상되고, 여름가뭄으로 상품인 2~8번과는 전체 생산예상량의 59.8%, 40만 톤에 불과한 반면, 비상품인 0~1번과는 39.2%인 26만 톤, 9~10번과는 1%인 7천 톤 등으로 비상품 감귤이 40.2% 27만7000톤이 생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번과 이하 생산비율 39.2%는 평년 생산량 6.2%에 비해 6.3배가 늘어난 물량이다.

가공용 감귤 수매는 농가에게 최소한의 생산비를 지원해 줘 비상 감귤이 시장으로 출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에 합당한 가격을 결정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날 회의에서 개발공사는 농가수취가를 기준으로 1kg당 80원을 제시했고, 일부 농협조합장은 지난해와 같은 100원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제주도 당국은 농가들에게 “욕먹을 것‘을 각오한 듯 80원 이하를 제안했다.

 ‘최소한의 생산비’는 이날 회의에서 보여주듯 너무 이율배반적이었다. 수매가가 낮으면 농가가 반발하고, 그렇다고 수매가를 높이면 재배농가는 현재 범도민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열매솎기를 외면할 게 뻔 한 상황이다.  개발공사가 비록 공기업이라고 하지만 무작정 손실을 보게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개발공사 80원, 농협 100원, 제주도 80원 이하 제시

여기에다 농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농협조합장들의 어정쩡한 태도도 한 몫을 했다.

▲ 김유현 안덕농협 조합장이 회의 벽두에 농협은 수매가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개발공사에 공기업의 역할을 들이대며 “수매가를 높이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들 역시 수매가를 높이는 게 결코 감귤농가를 위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결국 이날 회의는 격론(?)만 벌인 채 다음 회의로 넘겨졌다.

이날 회의에서 감귤운영위원인 9명의 농협조합장 중 5명은 불참했다. 이들이 내건 이유는 ▲가공공장에 출자한 농·감협과 농가의 지분 보장 ▲개발공사 이사회에 농·감협 참여 보장 등을 내세웠으나 실질적인 이유는 ‘농가들에게 욕먹기 싫다’였다. 불참해서 욕먹으나 참석해서 가격을 결정한 후 농가들에게 욕을 먹으나 마찬가지이지만 불참해서 지탄을 받는 게 오히려 낮다는 입장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조합장들의 입장이 이날 회의에서 목격됐으나 그래도 욕을 듣지 않기 위해 불참한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음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날 감귤운영위원회 위원들의 발언을 전재한다.
이날 회의는 의원면직된 서철건 전 사장을 대신해 양영식 경영본부관리장이 주재했다.

회의초반부터 농협 조합장 “수매가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 선언
 
김유현 안덕농협조합장 : 지난해 수매에서 손익 얼마냐. 손익분기점도 밝히지 않고 80원을 어떻게 제시하느냐. 감귤운영위원회에서 가공용 감귤 가격을 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모든 문제는  이사회에서 정하면서 수매가만 농협조합장들이 있는 운영위에서 정한다. 결과적으로 조합장들이 가공용 가격을 정한 것으로 비쳐진다. 어제 회의는 조합장들이 참석을 못해서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안됐는데 미안하다. 하지만 운영위원회 기능이 의심스럽다.

가공공장 출자 문제를 이야기 하겠다. 어느 농협에서 몇 좌를 출자했는지 증서가 있어야 할 게 아니냐. 지분을 분리해 달라고 한 게 몇 년이냐. 개발공사 이사를 어떻게 배치했는지 몰라도 각 농협이 전체적으로 많은 출자를 했음에도 비상임 이사조차 없다. 감귤협의회에서는 비상임 이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정했다.

양영식 위원장 : 가공공장 사업개시 이후 2001년 5억5천만원 적자, 2002년 19억8700만

▲ 양영식 위원장
원 적자,  2003년에는 10억9400만원 흑자다. 그러나 누적으로는 14억4600만원이 적자다.
손익분기점 선정은 공장으로는 어렵다. 80원 이내로 하겠다고 보고한 것은 감귤 농축액 가격을 최소 1kg당 2500원 받았을 때 수매가가 80원이다. 만약 수입오렌지 농축액이 1622원인데 감귤농축액이 2500원 이하로 떨어지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

김유현 조합장 : 개발공사가 40원을 주겠다고 해서 나중에 80원으로 올리면 ‘조합장이 올렸다’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농민작물 팔아서 흑자 보겠다는 공기업 인식 바뀌어야 한다”

현경희 제주시농협조합장 : 감귤 협의회에서 가격결정은 관여하지 말자고 잠정합의했다.  이 때문에 어제 회의에도 안 나왔고 오늘은 일부 오긴 왔으나 80원이다 60원이다 결정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조합장들을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직위에 올려놓지 않는 한 관여하지 말자고 했다. 금년도 60원에 산다고 흑자 장담 못한다. 100원도 적자 장담 못한다. 주스가 국제적 시세에 좌우되기 때문에 장담 못한다.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회의는 않는 게 좋다. 감귤가공공자는 적자를 전제로 해서 설립했다. 이익추구하려고 하면 이거야 말로 거짓말이다. 근본적으로 제주도와 개발공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10만톤 처리한다면 적자는 감수해야 한다. 농민작물 팔아서 흑자를 보겠다면 이는 사기업이며, 공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내일 매스컴에 80원으로 나오면 욕만 먹는다.

한성률 도의원 : 지난해 운영위에서 수매가격을 정한 것을 집행부가 재의를 요구해 5원씩 추가 부담하도록 했다.(* 당초 80원 수매가에서 개발공사, 제주도와 시·군, 농·감협이 5원씩 부담해 100원으로 수매) 오늘 감귤가격을 여기서 정하는 게 옳으냐. 신뢰성 있는지 의심스럽다. 80원 하려면 운영위를 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정하지 말고 공장에서 일방적으로 정해라. 적자운영 못하겠다고 발표해서 다음에 농민들에게 공감대 이뤄졌을 때 결정하는 게 좋다. 80원이나 90원, 100원을 하든지 농민은 죽일 놈 살릴 놈 한다. 왜 우리가 욕을 드느냐. 개발공사가 앞으로 캄캄한 자료만 내 놓았다. 어렵다 어렵다하면서 가격을 올리면 경영진은 경영을 못한다고 할 것이고, 안올리면 농민은 갈 곳이 없다.

“수매가 올리면 열매솎기 힘들다. 어느 것이 농가를 위하는 길이냐”

▲ 한성률 도의원
현재현 제주도농수축산 국장 : 운영위 목적은 수매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협조해 달라. 금년은 과잉생산으로 어렵다. 1번9번과가 조례에 의해 비상품으로 결정됐다. 유통이 되면 가격하락 원인이 되된다. 가공수매용 가격을 올리면 열매솎기가 힘들다. 이 차원도 생각해서 결정해 달라. 어느 것이 감귤농가를 위하는 것이야. 양면성이 있다.

김창림 위미농협조합장 : 가공공장의 가격결정은 사기업 수매가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결정가격이 사기업 수매가가 된다. 공기업은 농가의 조수입을 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작년 100원, 재작년 80원 했는데 올해 80원을 갖는다면 농가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

김경식 중문농협조합장 : 가격을 낮추면 위원들에게 비난이 올 것이고, 가격을 높이면 열매솎기가 안 된다는  주장 모두가 옳다. 때문에 조합장은 가격결정 참여치 않겠다는 것이다. 이래도 욕 들고 저래도 욕 든다. 지난해도 3~4차례 논란을 거친 후 조합이 가격을 보전했다. 한심스럽다. 중문조합은 2700톤 수매해서 3000만원을 보전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일반업체로 가지 개발공사로 가공용 감귤 갖고 오지 않을 것이다.

양영식 위원장 : 운영위 구성목적보다는 기능을 낭독하겠다.

한성률 도의원 : 우리를 교육시키겠다는 것이냐.

김유현 조합장 : 운영위 규정 만들 때 농협 조합장 한명도 참석 않았다. 이사회나 어디서 만들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욕먹는 것은 조합장이다. 위에서는 욕을 안 먹을 테니 밑에서 욕먹으라는 것 아니냐. 운영위에 짐 맡긴 것 아니냐.

한성률 도의원 : 조합장의 어려움은 인정은 하지만 가격결정을 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다. 수매가격을 위원회가 결정하면 그대로 고수해야 한다. 다시 또 재의요구해서 조합원에게 5원을 부담하도록 하는 감귤운영위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작년이 100원인데 올해 80원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농민들이 여러 가지 외부환경 농민 화가 잔뜩 나있다. 작년보다 내리면 농민정서가 동의하겠느냐. 국장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 이 가격으로는 동의를 못한다.

▲ 현경희 조합장은 가공공장 출자지분과 비상임 이사 배정을 요구했다. 왼쪽은 김선택 농협부본부장, 오른쪽은 김창림 조합장.
“개발공사가 규정대로 운영위원회을 운영할 것을 천명해라”

김선택 농협 부본부장 : 어제 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못 열었고 오늘은 조합장 9명 중 4명만 나왔다. 조합장은 과반수가 안 된다. 공사는 깊게 생각해야 한다. 운영위 기능에는 가격결정은 별도사항이다. 운영위는 가공용 감귤 수매사항도 심의조정하고, 사업에 대한 기금운영도 여기서 심의조정한다. 손익에 대한 보전 운영현황도 심의조정한다. 1년에 한번 보고할 게 아니나 손익 보전상황도 보고해야 한다. 규정대로 하면 조합장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차제에 이 규정대로 운영할 것을 위원장이 천명하라.

출자 지분과 임원배치문제가 안되면 조합장은 참여 않는다. 그리고 보고서를 자꾸 부정적 만들지 말라. 농축액을 2700원으로 팔면 수익이 13억원 난다고 했는데 이 돈으로 가공공장의 이월결손금을 메우겠다는 것 아니냐. 

“농축액 가격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행정과 농감협에서 보전해 달라”

양영식 위원장 : 시장가격형성은 예측에 불과하다. 80원에 수매해 농축액을 2700원으로 팔며 이익이 된다. 그러나 세계와 국내시장 추이는 수입농축액이 1600원으로 떨어지면 손실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손실보전금도 문제이다. 지난해 100원으로 수매하면서 85원은 개발공사가 맡고 나머지 15원은 행정과 농감협이 부담키로 했다. 그러나 행정과 농감협 돈은 아직도 안 들어왔다.

한성률 도의원 : 예측은 못하지만 자료로 나온 것이 아니냐. 현재 2700원이라면 13억5천 이익이라는 이야기다. 이익을 남지말자. 수매단가를 상향조정하자. 이익이 없으면 된다.

양영식 위원장 : 2700원 판매가 했을 때 13억5천 이익이라는 표현은 2003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올해 세계 주스시장을 검토했을 때 2700원은 상상도 못한다. 수입 농축액이1622원이다. 감귤주스 마지노선을 2100원으로 봤을 때 20억이 손해가 된다. 그렇다면 작년처럼 15원을 보전해 달라. 비상임 이사 선임문제는 제주도에 강력히 주문하겠다.

한성률 도의원 : 농축액이 하락세라고 하지만 사기업은 공장을 증설해서라도 수매하려고 한다. 작년에 공장 이익이 생겨서 공장도 증축하고 기계를 증설하는 입장이다. 농축액이 하락한다면 왜 사기업은 증설하느냐. 

양영식 위원장 : 롯데칠성이 공장운영 50~60억을 들여 증설하고 있다. 주스시장은 대기업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3개~4개 공장에서 수매해 농축액을 생산해 봐야 1만톤도 안 된다. 1만톤 갖고 서울시장 진입해도 오렌지 음료시장을 타개 못한다. 수입오렌지 농축액을 갖고 주스시장을 만들고 있는 대기업이 꺼져가는 오렌지 농축시장을 감귤주스로 커버하는 것이다. 이게 대기업과 마케팅의 전략이다.

▲ 일부 조합장들은 어제 회의를 무산시킨데 이어 오늘 회의에도 불참했다.
“오늘 결정하면 참석한 조합장 입지 곤란해진다.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자”

한성률 도의원 : 100원 했을 때 열매솎기가 저조해 질 수 있다. 또 농축액이 하루아침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 조합장 9명중 4명만 참석했다. 참석한 조합장이 입지가 곤란할 것이다. 다음 기회에 결정 하자.

김경식 조합장 : 이제는 한명이 빠져 나가고 해서 3명밖에 없다. 오늘은 산고로 끝내자

현재현 제주도농수축산국장 : 올해는 과잉생산으로 유통명령제까지 발동하려고 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빚내서 750억으로 폐원도 했다. 범도민적 열매솎기도 하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감귤농가들의 열매솎기 기피 현상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격 올리는 것만이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번 기회에 비상품 출하를 차단하면 상품가격이 상승되는 요인은 있지 않을 까 생각해야 한다. 작년 수준을 말하는데 당초 작년수준은 80원이었다. 그러나 개발공사 5원. 행정기관 농협 등에서 5원씩 보태서 100원으로 했다. 올해는 행정과 농감협 부담이 어렵다. 이번 기회에 수매가를 내렸으면 좋겠다. 농민정서도 있고 해서 당초 80원이나 85원으로 결정됐으면 한다.

양영식 위원장 : 솔직히 말해 공사입장에서는 80원도 문제가 있다.

임광순 개발공사 제2본부장 : 감귤 농축액 2700원은 지난해 10월 기준이다. 지난해는 농축액 생산에 들어가면 롯데와 해태에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랐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런 소식도 없다. 원인은 수입오렌지 농축액 시세가 낮아 오렌지 농축액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감귤농축액 재고가 498톤이다. 이 재고 처리만도 담당자 입장에서는 어렵다. 7만톤을 계획대로 수매하면 농축액은 재고까지 포함해서 6300톤이 된다. 13억원 이익은 이를 전량 판매했을 경우다. 재고가 없을 경우이다. 현재도 재고도 쌓여있다.  당초에는 60원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1차 2차년도 80원 정도는 인정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에 80원을 제시했다.

“차라리 제주도에서 수매가 안을 만들어서 제출해 달라”

김선택 농협부본부장 : 80원이 나왔기 때문에 80원을 기준으로 해서 시일이 급하다면 제주도에서 결정하거나, 농협조합장이 별도로 참가해서 중지를 모은 후 다시 결정하자.

한성률 도의원 : 제주도에서 안을 만들어서 제출해도 좋다.

김유현 조합장 : 행정이나 생산자 단체가 총망라해서 도민 전체가 열매솎기로 감산하고 있는데 우리 생각도 감귤가공용 가격은 내려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한다. 가격이 내리면 비상품은 스스로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 물량은 적어질 것이다. 다시 모이는 것보다도 도에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주도에 위임하자.

양영식 위원장: 수매단가 결정 유보는 어쩔 수 없다. 다음 운영위 일정 결정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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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후기 : 이날 회의가 길어지자 양영식 위원장은 조정을 위해 한 차례 정회를 했다. 이 때 농협조합장들은 "솔직히 말해 100원을 하면 열매솎기를 하지 않는다"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40원 정도 해야 한다" "40원 하면 저절도 열매솎기를 할 것이다"라는 고백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회의가 속개되자 "최소한 100원은 돼야 한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감귤이 처한 정치작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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