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상대 손해배상 청구한 법환어촌계 “무상 제공이라며!”

마을 지원사업으로 제공된 부지지만, 국유재산으로 전환되면서 법환어촌계가 대부료를 내고 있는 토지와 건물. ⓒ 다음 로드뷰 갈무리.
마을 지원사업으로 제공된 부지지만, 국유재산으로 전환되면서 법환어촌계가 대부료를 내고 있는 토지와 건물. ⓒ 다음 로드뷰 갈무리.

30여년전 분뇨처리장 설치에 따른 마을지원 사업으로 제공된 토지에 대부료가 부과돼 제주의 한 마을어촌계가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서귀포시 법환동어촌계가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환어촌계가 마을재산처럼 활용하던 토지가 국유재산으로 전환돼 대부료를 납부하게 된 것이 원인이다. 

1991년 5월20일 서귀포시는 당시 공유수면이던 법환동 해안가에 대한 법환어촌계의 공유수면 점용을 허가했다. 

점용목적은 어촌계 소득 향상을 위한 근린생활시설이며, 서귀포시는 점용기간을 시설물 존속까지로 설정한 뒤 점용료를 면제해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법환어촌계는 현재까지 해당 토지에서 ‘범섬앞 어촌계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각종 쓰레기가 버려진 해안가였는데, 당시 서귀포시 행정이 해당 구간을 매립해 법환어촌계에 제공했다. 서귀포시의 공유수면 점용허가가 이뤄지고 2년이 지난 1993년 6월9일자로 해당 토지에 지번이 부여돼 행정재산으로 분류됐다. 

기획재정부는 2012년 유휴행정재산 실태조사를 실시해 법환어촌계가 점용하는 토지를 ‘용도폐지 대상 재산’으로 분류했다. 같은해 9월 기재부는 해당 토지를 직권으로 용도폐지를 처분했다.

이후 법환어촌계는 수탁관리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과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 9000만원이 넘는 대부금을 지출했다. 법환어촌계 대부면적 축소에 따른 차액 등 4000여만원을 반환 받기도 했지만, 캠코 측은 지속적으로 법환어촌계가 대부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부금을 납부하던 법환어촌계는 해당 토지가 과거 마을지원사업으로 제공 받은 토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환어촌계는 서귀포시 호근동 ‘속골’에 1971년부터 가동된 호근 재래식 간이분뇨처리장(현 호근위생처리장)에 따른 마을지원사업으로 해당 토지를 제공 받았다. 

당시 간이 분뇨처리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바다로 방류되면서 법환마을 일대 어장 피해가 발생하자 법환 주민들은 분뇨처리장 이전 등 반대운동을 펼쳤다. 

서귀포시는 공유수면을 매립해 현대식 건물을 신축, 어촌계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마을 지원사업을 약속해 1986년 6월23일 양측의 합의가 이뤄졌다. 같은 해 간이 분뇨처리장은 현대화됐다. 

양측 합의에 따라 30년 넘게 마을재산처럼 사용하던 토지가 국유재산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서귀포시 호근동 속골에 위치한 호근동위생처리장. ⓒ 제주의소리

법환어촌계가 문제를 제기하는 점은 또 있다.

2012년 기재부가 법환어촌계가 점용한 토지를 용도폐지 대상으로 분류해 당시 국토해양부에 통보할 당시 제주 행정이 적절하게 대응만 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토해양부는 2012년 8월24일까지 해당 토지를 용도 폐지해 기재부로 인계하라고 제주도에 알렸다. 만약 용도폐지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2012년 9월5일까지 제출하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아무런 의견도 제출하지 않았고, 기획재정부는 2012년 9월12일 해당 토지를 직권으로 용도폐지 처분했다.  

법환어촌계는 2012년 당시 제주도가 이의 의견을 제출하는 등 적절히 대응했다면 마을지원 사업으로 제공받은 토지에 대한 대부계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물존속시까지 점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제주 행정의 약속을 믿어온 상황에서 행정의 미숙으로 대부료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과실이 있다고 주장, 법원어촌계는 이미 지출한 대부금 약 4600만원과 함께 추후 지출해야 할 대부금을 제주도가 부담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법환어촌계 관계자는 7일 [제주의소리]와 전화에서 “어촌계가 잘못한 부분이 하나라도 있다면 억울하지도 않다. 수십년간 마을재산으로 활용했는데, 행정의 잘못으로 대부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 되느냐. 심지어 사전에 국유재산으로 전환된다는 등의 얘기조차 듣지 못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제주도 측은 국유재산 관리 주체는 정부로, 제주 행정이 관여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2020년 1심 재판부는 서귀포시가 법환어촌계에 점용 허가할 당시 해당 토지는 공유수면관리법을 적용받는 공유수면이었고, 현재는 매립이 이뤄져 지번이 부여되는 등 국유재산으로 전환돼 국유재산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제주도가 법환어촌계에 무상 점유사용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하더라도 법환어촌계에 손해를 가한 위법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 원고(법환어촌계)의 소를 기각했다. 

제주도가 용도폐지에 대한 이의 의견을 제출했다 가정해도 정부가 국유재산 관리에 따라 대부료를 부과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불복해 항소한 법환어촌계는 항소심 재판부를 향해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제주 행정의 잘못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번 사건에 대한 변론을 마무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30일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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